2008년 6월 26일 목요일

조중동의 사고방식과 조직, 그리고 웹

메타 블로그, 아고라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네이버를 조중동과 동급으로서 '우파'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정부와 조중동의 논조를 보면 다음을 '좌파'로 인식하고 있죠.

저는 이 두 가지 인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웹의 발전과 함께 현대 사회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생산되고 있고, 수많은 가치판단 요소가 생겨나면서 '초다원주의(Super Cultural Pluralism)' 사회로 접어들었는데요, 여기서 발생하는 수 만 가지 이슈들을 좌파/우파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판단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웹과 거리가 멀고 좌파/우파의 이분법 사고에 익숙한 구 세대(현 정부와 조중동 포함)는 이러한 초다원주의적인 사고와 행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든 모양입니다. 이번 미국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처음에는 '반미주의자(=좌파)들의 선동에 놀아난 중고생들의 치기어린 장난'으로 몰아붙였고, 너무 거세지자 수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한풀 고개가 꺾이자 또다시 반정부집단(=좌파) 운운 하면서 촛불시위, 네티즌, 다음 아고라 등을 몰아붙이고 있는 중입니다.

더구나 전례없는 광고주 압력운동까지 펼쳐지면서 조중동은 다음이 아주 미운가 봅니다. 과거 다음 창업주 이재웅님이 언론에 '언프렌들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다음은 좌파 아니냐", "돈 벌려고 악성 댓글들 방치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오가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고 자체가 다르기에, 현 상황과 네티즌, 다음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조중동엔 절대 반지를 끼고 있는 '언론사 사주님'이 계실테고, 그 분의 말에 일희일비하는게 너무나 당연한 일일테니 그런 관점으로, 이분법적인 사고로 다음과 네티즌, 아고라를 바라본다면 저런 해석 밖엔 안나오겠지요.

하지만 '초다원주의' 그 자체인 웹, 웹을 다루는 회사들은 조직부터, 사고방식부터 조중동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전 직장이었던 다음도 그렇고 현재 다니고 있는 넥슨도 그렇습니다.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실무자가 전권을 쥐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운영/기획하게 됩니다. 전권을 쥔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마치 웹에 올라온 거짓정보가 삽시간에 다른 네티즌들에 의해 비평받고 파헤쳐지는 것 처럼, 웹의 서비스들도 너무나 공개적으로 노출되어 있기에 실무자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지요. 고객(네티즌)을 생각한 자기 자신의 검열, 그리고 조직 내부의 크로스 체크가 가능하기에 웹의 회사와 조직들은 이렇게 웹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네이버의 경우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각 조직들이 사무적으로, 기계적으로 움직이다보니 이번 사과문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조직의 기본 자체는 조중동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분법적인 사고와 조직 자체의 DNA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지요.

어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조중동 광고주 압력운동' 댓글에 대한 심의가 또 보류되긴 했는데요, 다음과 아고라에 대해 칼날을 겨누고 있는 조중동은 진정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들의 사고 방식과 조직 체계에 대해 뒤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에게 조중동이라 조롱당한 네이버는 사과문이라도 올리잖아요. 그러나 조중동은 절대로 자기들의 잘못은 없는양 행동하는데, 그런 식으로 압력운동 댓글을 삭제하도록 해서 현 상황을 일시 모면할 순 있겠지만, 미래는 결코 '조중동 프렌들리'하게 전개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 시간에도 조중동에서 쏟아내는 기사 url은 전 인터넷 망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어요.

네티즌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조중동이 쏟아낸 기사와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기사를 손쉽게 검색하여 비교하고 조중동을 비판하고 있는데, 조중동은 지금 쏟아내고 있는 기사 url과 네티즌을 상대하는 태도 방식이 계속 누적되어 결국 더 터질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더이상 그런 이분법적인 사고와 조직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기 때문이죠.
조중동은 웹에 관심을 쏟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NYT 같은 선진 언론사와 아고라 네티즌들한테 배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중동은 폐간하라" 같은 구호는 언제든 재발할 것입니다.

미니로그로 본 '미니 블로그'의 특징들

요새 블로그 서비스는 가벼운(=미니, 마이크로) 블로그가 화두네요.

작년 12월에 오픈한 SKT의 '토씨(Tossi)'도 모바일과 연동된 미니 블로그를 표방했는데요, 아예 이름 자체가 '미니로그'인 미니 블로그 서비스 - 미니타운과 미니로그가 지난 5월 13일에 오픈했습니다.

미니타운
http://mntown.net/


미니로그 (그냥 후다닥 만든 제 미니로그입니다 -_-;)
http://zerofe522.mnlog.net/


물론 플레이톡이나 미투데이 같이 먼저 시도한(해외꺼 따라한)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도 있고요, 싸이월드도 미니홈피 자체 내의 마이크로 블로그에 해당하는 '다이어리' 메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기사가 올초부터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10대들 싸이 활동을 조사해 본 적 있는데 다이어리는 방명록, 사진첩에 이어 3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메뉴였죠)

이런 미니 블로그는 기존 블로그 서비스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1. 제목이 없고 본문만 바로 기입. 이 점에서 별 생각없이 쉽게 달 수 있는 댓글과 동일.
2. 무거운 에디터 필요없음. (그래도 사진첨부 정도는 가능해야?)
3. 관계와 공유 부각. 짧은 글로 서로 엮고 짧은 글을 쉽게 공유하고 댓글 달 수 있도록..
4. 추천 기능(이름은 '공감'이던 뭐던 간에) 들어가기도.
5. 꾸미기 기능 별 필요없음. 그냥 스킨 정도?


대략 요렇게 요약되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네이버 블로그와 반대로 만들면 미니 블로그가 된다는 야그가 되겠네요^^;

미니 블로그는 분명 주류 서비스 급은 아닙니다만 사용자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 관찰하여 싸이월드 다이어리처럼 기존 서비스들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는 지속적으로 고민할 만한 주제라 생각됩니다.

2008년 6월 19일 목요일

천으로 된 BMW 컨셉카를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BMW의 컨셉카, GINA Light Visionary Model.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이크라 천으로 만들어져 화제인데요, 처음에 기사 텍스트만 읽었을 땐 차체를 그냥 천으로 만든, 그냥 딱 그 정도인 줄 알고 기사를 가벼이 넘겼었습니다.

‘천’으로 만들어진 BMW 자동차 화제
http://media.daum.net/foreign/topic/view.html?cateid=1075&newsid=20080611164611385&cp=seoul

그러다 오늘 동영상을 보게 됐는데, 이게 단순히 천을 입힌 차원이 아니었더군요-_-;;



이 동영상을 보고 처음에 떠오른 기사는 바로 이 것.

[비하인드 스토리] 14일 주겠소 … 터치폰 화면 만드시오
http://media.daum.net/digital/others/view.html?cateid=100031&newsid=20080602003813911&cp=joins

아마 우리나라 조직이라면.. "14일 주겠소, 천으로 된 컨셉카 만드시오" 했다면..
허겁지겁 그냥 차체 철판을 천으로 갈음한 정도의 컨셉카를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_=;

'차체는 단단히 고정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완전히 재구성할 줄이야. BMW 정말 대단하네요. 그런 컨셉카들은 결국 미래의 회사 수익으로 이어지겠죠? 먼 미래를 보며 긴 시간을 갖고 준비하는 모습과 환경, 그 결과물이 정말 부럽습니다.


2008년 6월 18일 수요일

다음의 '검색 트래픽 드라이브'의 큰 한계점

buckshot님의 아래 블로그 글에 동감하면서, 제 생각을 덧붙이겠습니다.

다음의 핫 이슈 검색 트래픽 드라이브
http://read-lead.com/blog/entry/다음의-핫-이슈-검색-트래픽-드라이브?TSSESSION=6405ec7569d8596010af55a342a57b57

(상략) 다음은 미디어-검색의 조합을 통해 재미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은 미디어 이슈와 검색 키워드와의 조합을 통한 유저의 ATTENTION 확보 측면에서 네이버를 분명 앞서고 있다. 다음의 미디어-검색 연동을 통한 해당 이슈 관련 통합검색결과 페이지로의 이동 유도는 그 동안 포털 방문 유저의 미디어 컨텐츠 소비 방식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지금까지 네이버가 주도해 왔던 엔터테인먼트/스포츠 계의 키워드 검색은 주로 정적인 느낌을 주는 사람/테마의 이름/타이틀 자체에 포커스하고 있었던 것에 반해 다음이 새롭게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 기반의 신규 키워드 검색 시장은 역동적인 라이프 사이클을 타고 움직이는 핫 이슈 관련 키워드이기 때문에 네이버가 압도적 우위를 점해왔던 기존 키워드 시장과는 분명 차별화된 영역이라 보여진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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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지식'과 '검색'으로 포지셔닝하는데 성공한 이상 다음이 검색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식iN에 대항하여 신지식을 내놓았지만 너무 늦어버렸고,
네이버의 Human-based NoGaDa 검색에 똑같이 손 검색으로 대응하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고,
멋진 검색엔진을 만들고 가다듬어 사용자를 조금씩 끌어들이는 건 리소스도 크게 들고 오래 걸리고..  

결국 지금의 '핫 이슈를 통한 검색 트래픽 드라이브'는 다음이 처한 여건에서 최적의 선택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정말 다음의 검색을 통해 노출되는 '핫 이슈'가 대한민국 양대 포털의 위상에 맞는 '핫 이슈'가 맞는지, 그리고 그 핫 이슈로 정말 검색을 끌어올리면서 다음의 포털 파워를 끌어올린 것인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buckshot님이 캡처하신 키워드의 속성만 보더라도, 통합검색창 상단의 인기검색어 5 + 실시간 이슈검색어 10 + 유익한 정보검색 3 → 총 18가지의 핫 이슈 키워드를 메인 전면에 배치했는데 키워드의 장르(?)를 보면 이게 과연 대한민국 양대 포털에 걸맞는 핫 이슈인지는 의심스럽습니다.

백지영 유리   에이미 고백   솔비 대시   유건 가족관계   박휘순 교통사고  
홈에버 쇠고기   클래지콰이 서태지   연예통신 사과문   살찐 디카프리오  

위의 실시간 이슈검색어 10개 중 연예 이슈가 아닌 것이 과연 몇 개일까요?

위의 10가지 중에서 홈에버 쇠고기를 제외하면 9가지가 연예 이슈 키워드입니다. 실시간 이슈검색어만 그런게 아니죠. 통합검색창 상단의 인기 검색어, 유익한 정보검색 등 다음 전면에서 '이슈 키워드'와 그에 해당하는 컨텐츠의 80-90%는 연예 이슈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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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막 캡처한 다음 메인 페이지. 연예 이슈 키워드가 80-90% 이상 전면 포진되어 있다.


사실 연예 이슈 키워드가 '지금 당장의 상황에 (다음) 사용자를 유혹하기 위한 좋은 소재'임은 틀림 없습니다. 위의 스샷만 보더라도 '이상아 남편'이 왜 올라와 있는지는 살짝 궁금해지네요. '이명박 탄핵' 급이 아니라면 다른 어떤 시사성, 정보성 키워드도 연예 이슈 키워드를 못 따라 갈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당장 연예 이슈 키워드, 연예 컨텐츠를 많이 소비한다고 해서 이를 전면에 배치하는 것은, 당장은 효과를 보겠지만 단기적인 미래를 보더라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소지가 큽니다. 연예 이슈는 마약과 다름 없어요. 당장 쓰면 기분이 좋아지는(마약 안해봐서 모릅니다만;;) 효과는 볼 수 있어도, 쓰면 쓸 수록 긍정적 효과가 떨어지면서 더 많은 마약을 투입해야 하고, 그러면서 몸 자체는 썩어가는.. 결국에는 사용자 pool이 오히려 작아지는 효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것이 연예 이슈 키워드 올인 정책의 폐해입니다.

단적인 예로, 다음의 '파이'란 서비스가 있습니다. 올해 3월인가 접었는데요 '사용자가 이미지를 모은다'는 컨셉으로 2005년엔가 오픈했습니다만 2006년부터 연예 이슈 컨텐츠 노출로 재미를 보더니 급기야 '많이 본 파이' 10개 중 8-10개에 싸한 연예 컨텐츠가 전면 포진하게 되고, 오히려 전체 사용자의 활동성과 pool은 작아지면서 위축되더니 더 이상 날개를 펴지 못하고 접게 되었죠. (물론 연예 컨텐츠 전면 노출이 사이트 접힌 이유의 100%는 아닐 것입니다만, 사이트가 위축하게 된 큰 원인 중의 하나라 보고 있습니다)

현재 다음의 트래픽 성장세, 시작페이지 비중 증가는 분명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다음이 메인 페이지에 이슈 키워드를 많이 깔아서, 그것도 특히 연예 이슈 키워드를 많이 깔아서 생긴 현상은 아님은 다음이 분명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작금의 현황은 오히려 생각치도 않았던, 절벽에 떨어졌던 사자(아고라)가 스스로 기어 올라와서 아고라 자신을 먹여 살리고 미디어다음을 살리고, 다음 전체의 이미지 개선 및 트래픽 증가로 이어진 형국인데요,

다음은 검색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네이버와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더 다양하고, 오히려 우회 전술로 결국 검색을 끌어올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 입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호황'은 결국 계절적인 요인으로 끝나겠지요.

그냥 '이슈 키워드'도 아니고, '연예 이슈 키워드' 전면 배치는 네이버를 치는 우회 전술은 커녕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에 우려 차원에서 글을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6월 12일 목요일

네이버에 뜬 '오해' 공지, 부족한 감성 운영

(퇴근할 때 후딱 썼는데 많은 분들이 보시네요. 글 보강했습니다)

포털에서 근무할 때, 포털의 작은 요인(사라진 인기검색어, 권리침해신고로 삭제된 토론 글과 댓글 등)이 나비효과처럼 진화하면서 큰 '오해'로 발전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습니다.

최근 네티즌들에게 많은 '오해'를 사고 있는 네이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사실 네이버도 촛불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메인에 탑뉴스로 계속 띄워주고 있었고, 정부를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들(경향, 한겨레 등)을 전면 배치한 경우도 꽤 목격했거든요. 그러나 위에서 말한 작은 요인과 몇몇 큰 요인들이 뭉쳐 구르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더니, 이젠 오해가 오해를 낳는 상황이 되자 오늘 드디어 긴급 공지를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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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박스 밑에 녹색 Bar로 띄워진 공지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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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문 제목


네이버 '오해' 공지 글 원문
http://www.naver.com/naver_notice.html

포털에서, 인터넷에서 네티즌이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오해를 계속 풀어줄 수 있는 '감성 운영'도 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오해가 쌓이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고, 차선책은 바로바로 풀어주는 것이며, 그 단계마저 지났다면 제대로 풀어주면 될텐데 말이죠.
네이버에서 '오해'를 낳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점 몇 가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현행 법으로 생기는 '오해'가 꽤 있습니다. 인터넷 여론과 포털에 재갈을 물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때문에, 포털에 'OO의 글이 제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라고 권리침해신고가 들어오면 포털은 해당 글을 30일 동안 블라인드 처리할 수 밖에 없거든요.

참고 : 권리침해신고 규정 관련
http://cs.daum.net/redbell/right/libel_noti.html

30일 내에 이 글이 정말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지 심사하여, 완전 삭제하던지 복원시키든지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만, 말이 좋아 '블라인드 처리'지 30일동안 게시글이 안 보인다는 것은 삭제나 다름없습니다. 오늘 벌어진 촛불시위 관련 글과 댓글을 썼는데 만약 30일동안 지워지면 그 글은 생명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테니까요.

따라서 관련 법규에 따라 포털이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정부 측에서 권리침해신고를 세게 넣을 경우 다 블라인드처리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네이버 뉴스 댓글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로운 공간인 블로그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요. 하지만 결국 법을 운용하고 집행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이런 권리침해신고 과정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사무적으로, 법대로만 처리하려 든다면 유저들은 신뢰할 수 없는 권리침해 신고자나 법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를 욕하게 되겠지요. (때에 따라선 살짝 살짝 버텨주는 맛도 필요할텐데 말이죠)

두번 째로, 위의 네이버 공지대로 '욕설이 들어간 글을 삭제할 것'이란 내부 지침이 있다면, 네이버의 블로그 글과 댓글을 관리하는 직원은 기계적으로 검색하여 이런 글들을 삭제하거나 요주의 키워드가 담긴 게시물 리스트를 백오피스에서 모니터링하며 휙휙 삭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굉장히 잘 쓰여진, 공들인 글임에도 본문 중 '씨BAL' 하나 때문에 글이 삭제될 수 있다는 얘기지요.

네이버 측은 "규모가 크니 어쩔 수 없다" 얘기하지만 진짜 외압이 아니라 그런 욕설 때문에 삭제하는 것이 맞다면, 그럴 수록 관리 규정을 대폭 완화시키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 욕설 때문에 기분 나쁜 사용자가 "나 네이버에서 씨BAL이란 말 봤어. 아이 기분나빠. 네이버 이용 안할래", "우리 아이한테 보여주면 안되겠네"가 타격이 클까요, "네이버! 정치 글을 함부로 막 지우다니!"가 타격이 클까요.

진짜 오해 사기 싫다면, 그런 관리 규정은 완화시키거나 정말 똑바로 관리해야 합니다. 어짜피 모든 욕설, 반사회적인 글을 다 지울 수 없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어요. 글의 값어치를 제대로 판단하여 단지 욕설 하나 때문에 글이 삭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아니면 네이버가 진정 욕설없는 인터넷 세상을 꿈꾼다면 맞춤법 검사기 두고 맞춤법 통과된 글만 등록되게 positive 방향으로 바꾸던가요. 그럼 'ㅋㅋㅋ'도 등록이 안되긴 합니다만;;)

세번 째로, 약간 짜친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공지 글 제목 센스에 대한 야그입니다.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

전 정말 저 문장 봤을 때 '헉~' 했네요. 네이버를 오해하는 많은 네티즌들이 싫어하는 그 분 입에서 매우 자주 나왔던 단어, 그래서 진저리가 나는 단어인 '오해'. 저 오해란 단어 때문에 네이버와 그 분이 오버랩되는 건 저 만이 아닐 겁니다.

다른 수 많은 단어도 있고,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는 공지 글 제목을 '최근의 오해'로 달아버리다니.. 인터넷 수많은 컨텐츠에서 '제목'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음은 네티즌도 알고 운영자도 알고 있을텐데 저렇게 제목을 달다니요. 벌써 절반은 깎아 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끝으로 네이버의 뉴스 편집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요, 네이버 측에서 중립을 얘기하고 있고 저도 그동안 쭉 봤습니다만 확실히 정부 입장만 대변하거나 조중동 기사만 줄창 올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을 보신 네티즌 분들이라면 이 점은 네이버를 이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조선일보의 경우 취재력 자체는 매우 좋은 편이라서, 논조가 좀 거시기 함에도 불구하고 정보 전달을 위해서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테고요. ("MB가 1만개의 촛불 배후세력을 물어보더라" 같은 얘기는 조선에서 처음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컨대, 규모가 크니 어느정도 기계적으로 일할 수 밖에 없음은 이해합니다만 "우린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ㅠ.ㅠ", "개인적인 블로그 글 정말 지우기 싫은데ㅠ.ㅠ", "실시간 인기검색어는 진짜 자동!!" 이런 진정한 속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감성적인 운영으로 얼마든지 이를 살짝 살짝 드러내고 미리 유저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2003년엔 로고 옆에 '대한민국 No.1 검색포털', 2004년 말부터는 '대한민국 No.1 포털' 식으로 속마음을 살짝살짝 잘 드러냈으면서 말이죠)

정말 움직이기 힘든 공룡.. 등에 뭐가 달라붙었는지, 누가 내 발을 물었는지 느끼지 못하고 둔하게 움직이다가 오해 살만 한 제목으로 공지 글을 딱 내놓는 상황. 네이버는 이번 기회로 속마음을 살짝이라도 터놓고, 제대로 컨텐츠 관리하고 감성적인 운영으로 네티즌을 대하면 좋겠습니다.

PS. 여담입니다만 부산 K중 살인사건 때가 생각납니다. 2005년, 부산 K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친구를 살해했는데 가해자의 미니홈피 주소와 얼굴 사진이 인터넷 곳곳에 퍼졌던 사건이죠. 그래서 꽤 많은 사이트들이 고생했는데요(현행법상 범죄자라 할지라도 개인정보 침해를 방치하면 서비스 사업자가 걸립니다), 웃긴대학과 마이클럽 등은 가해자의 사진이 담긴 게시물을 삭제하면서도 사용자에게 호소하는 공지 글로 위기를 무사히 넘겼던 걸로 기억합니다.

반면 네이버는 똑같이 게시물을 삭제하면서도 지나치게 사무적으로 대응/운영하여 많은 어린 네티즌들의 공분을 자아냈고 갖은 억측과 괴담에 시달렸던 적이 있었지요. 지금도 별반 다른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슷한 맥락의 관련 글 링크 :

파란닷컴과 깨진 유리창의 법칙
http://itagora.tistory.com/37

우유절도사건과 김형중 형사님, 그리고 올블로그
http://itagora.tistory.com/33

올블로그 사태로 본 기업들의 웹2.0시대 자세
http://itagora.tistory.com/31

2008년 6월 3일 화요일

실전에서 웹기획자의 역할

프로젝트 중간 PT 때문에 오랜만에 홀딱 밤새고 쓰는 글이네요.
어제 팀장과 얘기한 내용을 메신저로 복기한 대화록인데 다시봐도 흠 좀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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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nja]  ㅎ..OTL

[함] 그러니까.. 지금까지 Must Have로 잡은 것들을 6월 초까지 딴딴하게 기획하면서, 게임기획과 긴밀히 협의하여 기획을 더 발전시키고, 거기에 디자인 퀄리티까지 기획자가 책임져서 정보설계 때부터 명쾌하게 구성하여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면서.. 개발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한다....  맞지?;;

[hoonja] ㅋㅋㅋㅋㅋㅋ 어우 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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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는 결국 Planner를 뛰어넘어 PM이 되어야 하는.. 여기서의 PM은 Project Manager가 아닌 Product Manager입니다. 결과물이 잘 나오도록 계획을 잘 짜야겠고, 프로젝트 전반에 밀착하여 달라붙어 최종 산출물의 퀄리티를 어떻게든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PM이 되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