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6일 수요일

다음 한메일 사과, 유저를 개발자로 아나

지난 7월 22일, 다음 한메일 서비스가 낮에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다 버그가 발생하여 다른 사람의 메일 내용이 보이는 등의 장애가 있었습니다.

다음 "이메일 노출 피해자 55만명", 2008.7.23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view.html?cateid=1038&newsid=20080723151112164

[해설] 다음은 왜 낮에 업그레이드를 했나, 2008.7.24
http://media.daum.net/digital/it/view.html?cateid=1077&newsid=20080724150906632

포털 '피소ㆍ제소' 소송대란 조짐, 2008.11.19
http://media.daum.net/digital/it/view.html?cateid=1077&newsid=20081119080309441&p=dt

기사 검색해보니 72명의 피해자가 인당 30만원씩의 소송을 걸었군요. 저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4개월이 지나 다시 사과 메일이 날라오고 새로운 안내 페이지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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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노력하는 한메일이 되겠습니다.
http://mail.daum.net/main/index.html


두 가지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1. 메일팀과 상급 책임자가 사과한다면 이해 가지만.. 전혀 상관없는 팀 직원들까지 얼굴 내보이면서 사과문을 쓰게 한 건 좀 오버로 보입니다. 투입 대비 효과가 그닥 없을 것 같은데.. 사용자가 저런 걸로 감동받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2. 저 공지페이지의 두번째 단락 보면 'Daum인이 드리는 한메일의 약속'이란 항목이 있습니다.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게 보편적인, 평균적인 네티즌을 가정하고 쓴 것인지 의문입니다.

1) 기술품질관리 및 평가시스템 강화
오픈 및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하략)

2) 강력한 데이터 저장, 복구 시스템 강화
기존 인프라 장비를 대규모 추가, 메일 DB의 백업 시스템을.. (하략)

3) 서비스 품질 및 사후 관리 시스템의 강화
버전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시에는 신속하고.. (하략)

기술품질관리 이런 말은 그렇다쳐도,
프로세스, 시스템, 데이터, 인프라, 메일 DB, 백업 시스템, 버전 업그레이드.. ㅠ.ㅠ

한메일 사용자가 월간 2천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천만명의 대한민국 네티즌은 개발자가 아닙니다. 저 용어가, 대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사용자 마음에 들어가겠어요?

"지난 10년동안 여러분의 소중한 편지를 잘 담아온 한메일, 앞으로도 안전하게.." 뭐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제공되었던 서비스였음을 강조하면서 사용자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대책을 제시할 수도 있잖아요. 물론 몇번 장애 있었겠지만 그거 다 일일히 세보고 기억하는 사용자 없으니까요.

저도 Daum에서 몸담았던 인연 이전에 한메일에 대해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제대한 직후인 2002년 말, 한메일을 통해서 지금의 아내와 연락이 닿았거든요. 그때 주고 받은 메일 아직까지 메일함에 잘 저장되어 있고 어쩌다 꺼내보면 살짝 웃음 나곤 합니다. 왜 이런 감성코드를 활용 못하는지 아쉽군요.

사용자를 조금 더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이왕 전체 다음 사용자를 위해 페이지를 만든 건데 그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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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패륜가족 사건-소녀 구제 관점으로 접근해야

친척들이 지적장애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이 네티즌들 공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사건이 밝혀진 지난 8월에 이미 한차례 파장을 일으켰고, 이번엔 판결 때문에 또 들고 일어난 상황입니다.

참고 1 : 10년간 장애소녀 성폭행한 패륜가족<풀스토리>
http://www.ilyosisa.co.kr/bbs/zboard.php?id=society&no=2240


참고 2 : 지적장애 소녀 성폭행 패륜가족 4명 '집유'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1120145809537

집행유예 판결 소식이 전해진 후 바로 아고라 청원에 판사 탄핵서명이 올라왔고, 발의 5일만에 서명인원은 1만3천명을 돌파했습니다. 아고라 청원 주소는 아래 참고하세요.

아고라 청원 : 7년 성폭행에 집행유예라니, 탄핵 오준근 판사!!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63065

우리나라 성범죄 형량은 너무 가볍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올해 초 벌어진 일산 어린이 유괴 미수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성범죄는 10년을 감방 갔다 와도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재범율이 아주 높은 중범죄죠.
 
그러나 악질적인 성범죄인 아버지-딸 성폭행 같은 사건도 고작 징역 5년 정도가 매겨지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새로 발표된 양형기준안도 그닥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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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처벌 관점에서도 양형기준안은 너무 약한데, 피해자 구제 관점에서 접근하면 이건 더 말도 안됩니다. 예를 들어 친척한테 성폭행 당한 12세 소녀가 있다고 칩니다. 이 소녀를 성폭행한 친척은 5년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럼 이 소녀가 고작 17세가 되었을 때 이 친척은 출소하게 됩니다.

아직도 미성년자인 17세 소녀 피해자는 이 모든 걸 잘 극복하고 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까요? 그 친척과 마주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가 이런 경우에 추가적으로 몇 년의 접근금지 명령을 내린다던가 하는 보완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나요?

다른 범죄보다도 성범죄는 피해자 구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럼 당연히 양형기준안이 올라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피해자 보호 시각으로 양형기준안을 다시 마련해서 전 국민이 납득 가능한, 피해자가 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할 것입니다.

관련 예전글 : 반인륜 범죄라서 징역 5년-대체 언제까지?
http://itagora.tistory.com/29

2008년 11월 22일 토요일

아고라 미네르바, 그는 과연 누굴까

아고라 경제방 readme님의 글이 화제입니다. 어디 베스트나 메인에 노출되지도 않았는데 조회수 10만 돌파하고, 지금은 조선닷컴에서 관련 기사를 메인에 걸고 있는 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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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기사 - 돌아온 '미네르바'…관심.논란 증폭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21/2008112101101.html

readme님 글 원본 - '내가 아는 미네르바... K...'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396246



readme님의 글을 아침에 봤는데,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미네르바님 글을 계속 읽고는 있었지만 정체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윗 글을 읽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 지면서 미네르바님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미네르바님은 리먼 브라더스 부도, 환율 1500 돌파 등 숱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예견해 왔는데, 미국에서도 이정도의 통찰력을 보여준 사람은 루비니, 폴 크루그먼 교수 정도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장하준 교수님도 그런 자세한 자료 분석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이니까요.

장하준 "즐거운 경제소식? 당분간 그런 일 없을 것"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view.html?cateid=1041&newsid=20081121093424967

김현정 / 진행
미네르바' 라는 논객이 있는데요. 이 사람이 얼마 전에 주가가 500까지 갈 거고, 부동산 시장이 반 토막 날 거다, 이런 분석 글을 써서 갑론을박이 시끄럽습니다. 이렇게 갈 수도 있을까요?

장하준
글쎄요, 저는 그러한 자세한 자료 분석은 해본 적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 간다, 못 간다는 말은 못 하겠고요. 하지만 한 가지 얘기할 수 있는 건 지금이 전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할 때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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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기 예측, 대책은 누가 가장 잘 세워야 할까요? 당연히 정부죠. 데이터를 모두 쥐고 있으면서도 부도 직전의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할 뻔 했고, 환율에 잘못 개입하여 패를 다 보이고 말았으며, 경제위기 대책들은 계속 실기하거나 잘못된 처방으로 위기를 더하고 있는 중입니다.

더구나 "주가 3000 갈거다", "(많이 떨어지면) 지금이 바닥", "다시 반등할 것", "펀드 투자할거다(MB)", "스와프 체결했으니 위기 끝" 등 국민을 계속 호도해 왔죠. 이에 속은 사람들은 주식 시장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펀드 시장에서 큰 손해를 보고 급등한 환율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네르바님은 정부보다 더 적은 데이터로 훨씬 더 높은 예측을 하면서 서민들을 위하고 있습니다. 루비니 교수와 비교되는 이 정도의 능력이면 정말 많이 배우셨을테고, 금융 관련 기업에서 높은 지위까지 놀라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과 readme님 글을 종합해보면,

미네르바님은 575세대에 속하고(50년대생, 70년대학번, 현재 나이 50대),
경기중-경기고-서울대 급에 해당하는 코스를 자력으로 밟아 나간 것으로 보이며,
70년대 후반~90년대까지 영국에서 금융관련 기업에 오랫동안 종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위의 정보는 미네르바님의 외적 정체성입니다.
저런 코스를 밟은 한국인이 어디 미네르바님 한 사람 뿐일까요?

매트릭스의 네오도 토마스 앤더슨이란 본명이 있고 회사원이자 해커란 외적 정체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트릭스를 꿰뚫고 사람들에게 빨간약을 먹이는 네오는 그 통찰력과 의지, 사람을 위하는 마음 만으로도 그의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말해줍니다. 미네르바님도 똑같습니다. 통찰력과 사람을 위하는 마음, 이것이 미네르바님의 정체성이며 0.1%의 가치입니다.
 
건설족+부동산 부자들로 대변되는 MB 정부 고위층은 readme님 말씀대로 0.9%에 해당하는 졸부겠죠. 돈으로만 계층을 구분한다면 미네르바님은 그 이상일 수도 이하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정체성과 가치에서 미네르바님은 0.1%이고, 이러니 0.9%가 그를 탄압하려고 덤벼드는 중입니다.

('0.1%가 서민들을 위해준다는게 진정성이 있는거냐' 등 베베 꼬인 댓글도 달리긴 하던데.. 미네르바님 글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저런 댓글 달지 못하겠죠)

이제 길은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1. 신동아 기고를 마지막으로 절필 선언을 유지한다
2. 다시 컴백하여 익명으로 계속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활약한다
3. 추후 정치계 투신하여 정말 이 나라를 바꿔본다


내심 3번처럼 되면 좋겠지만 아직 선거도 4년이나 남았고(젠장), 그 막강하던 부시 정부도 결국 떨어져 나간 것을 보면 4년을 길게 보고 대안 세력을 천천히 만들어 나가도 될 것 같은 생각입니다. 1번은 암울하고.. 앞으로 당분간 미네르바님 신상정보가 더 공개되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미네르바님 말씀대로 개인이 깨어나는 것이 먼저겠죠. 깨어난 개인이 주변인에게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요즘 아고라 경제방, 부동산방에서 하염없이 글을 쭉쭉 읽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불투명한 미래, 미국은 자본주의 근본 패러다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다수의 언론은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죠. 다들 언론을 신뢰하지 못하니 인터넷 이곳저곳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미네르바님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각 개인들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며 미네르바님은 한달에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소중한 가르침을 계속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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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0일 목요일

웹기획자 길을 걷게 된 이유

친한 개발자의 선배(웹기획자)와 같이 술먹으면서 나온 주제입니다.

"왜 웹기획자 길을 걷게 되었나요?"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게 신기합니다.
원래 수학,과학 좋아했고 산업공학과 진학했다가 학고 맞고 수능 다시 보고 신문방송학과로 학교 옮기고 기자 꿈꾸다가 Daum 뉴스 에디터로 첫 입사.. 그런데 지금은 웹기획자.

그런데 웹기획에 관심갖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었던 것 같아요.

1.

2004년도 초만 해도 IT 업계에 관한 뉴스는 보통 "포털 다음, 네이버는.."으로 시작했습니다. 다음이 네이버 보다 앞에 나왔던 게 당연했죠. 명백한 1등 포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일하면서 뉴스를 보다 보니 차츰 "포털 네이버, 다음은.."으로 쓰여진 기사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궁금해지더군요. UV, PV 같은 지표에 관심 갖게 되고, 여러 정황을 보니 2004년 하반기, 다음은 네이버한테 뒤집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네이버는 지식iN과 블로그를 기반으로 확 피어오르던 꽃이었고, 다음은 이를 막기 위해, 그리고 또다른 꽃인 싸이월드도 견제하기 위해 고민 끝에 다양한 서비스를 오픈하기에 이릅니다.

생각나는 것만 후딱 적어 보면..

플래닛 : 싸이월드는 미니홈피+클럽이란 조합이 생겼는데, 카페만 있고 1인 미디어에 소홀했던 다음이 뒤늦게 오픈한 미니홈피 me,too 서비스. 그래도 회원 층을 기반으로 초기에 꽤 올랐었음.

S플래닛 : 플래닛을 한단계 도약시키고자 만들었는데, 상위컨셉이 나쁜 것은 아니었으나 사용성, UI구현, 유저 선택권에서 문제가 있었음. 결정적으로 강제성을 띈 전환정책(플래닛→S플래닛) 때문에 그나마 있던 플래닛 사용자 마저 떠났음. (Daum의 개인화 서비스는 블로그가 승계)

키워드지존 : 예를 들어 '효리'란 키워드가 있고, 그 키워드를 가장 잘 알고 있는(질문에 대해 가장 답변 많이 한) 사용자를 우대해주는 지식 서비스. 지식iN과 확실히 다른 컨셉으로 오픈했고 컨셉 자체는 괜찮았는데, 문제는 지식iN이 네이버 검색 품질에 기여하면서 통합검색에 잘 녹아들었던 데 반해 키워드지존은 개별 키워드 미니홈피(?) 같은게 떠서 검색하는 사용자들을 엄청 불편하게 만듬.

이게 마음 아픈, 쉬쉬하던 이야기가 됐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잖아요. 저에게 있어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충격이었고, 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어떤 점이 사용자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는지, 핵심 가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늘려 가야 하는 건지..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2.

2005년, 텔레비존 서비스를 맡게 되었습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따끈한 서비스였는데 그때 운영하시던 선배 기획자가 사정이 생겨 운영자를 내부 구인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누구도 안 맡으려고 했던;; 그러다 저까지 와서 "까라면 까야지" 생각으로 운영하게 됐습니다^^;

근데 해보니 재밌더라구요. 알바 1명 데리고 둘이서 운영하면서 PV 쭉쭉 키워나가는 맛.. 처음엔 연예인 사진으로만 장사하다가 나중에 드라마 커뮤니티(텔레비존 삼순이 게시판, 줄여서 텔삼)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하고, 그것이 성공했을 때의 기쁨은 매우 컸습니다. 1년 내내 정신없이 일했고 서비스는 쭉쭉 컸어요. 이를 바탕으로 리뉴얼 프로젝트 따내서 2005년 말에 기획, 오픈하게 됩니다.

그런데 웬걸?..

리뉴얼 후 조오금 더 크더니 정점 찍고 조금씩 빠지는 겁니다. "음? 왜 그렇지?".. 암만 운영해도, 컨텐츠 소싱해서 갖다 붙여도, 드라마 커뮤니티 잘 만들어져도 안 되는.. 벽에 부딪혔죠. 어떻게 하면 사용자 참여을 유도할까, 어떻게 하면 사용자를 더 모을까 고민하면서 이리저리 서핑하고 찾고 뒤지고.. 좀 창피한 이야기인데 그때(2005년 말) '웹2.0'이란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_-;;;

그리하여..
 
그때부터 쭉 웹기획자 길을 걷고 있습니다. 위에서 복합적인 이유라고 했는데 써보니 심플하군요;

사실 '웹기획자'란 말이 명쾌한 용어는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스토리보드 치기에 바쁜 사람도 분명 있을테고, 사이트 운영 쪽에 더 가까운 기획자도 있을 것이고, 회사로부터 크리에이티브만 계속 요구받아서 스트레스 받는 기획자도 있겠고, 전략 쪽에 가까운 기획자도 있겠죠.

엊그제 넥슨 북미쪽 외국 분들이 오셔서 본부장님이 데리고 한바퀴 돌면서 저희 파트까지 왔는데, '웹기획'이라는 걸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Web Planner도 썩 설명이 안되고.. 전략기획서와 스토리보드 보여주니 "User experience designer?"라 반문하는데 100% 매치되는 단어는 아니고.. 크 어렵더라구요ㅎ

아무튼 넓게 보면,
 
'웹의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 사이트를 만들 것인지 목표 설정하고, 리서치부터 시작하여 전략 및 구체적인 실행방안 만들어 설득하고 이를 계획서(스토리보드,시나리오)로 만들면서 계속 디자이너와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베타 만들어지면 테스트하고 오픈하고, 오픈 후 사용자 봐 가면서 계속 업데이트 기획하는 사람이 웹기획자'.. 라 정의할 수 있겠고, 큰 회사의 웹기획자라면 위의 프로세스 중에서 일부만 담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프로젝트 프로세스를 명쾌하게 이해하고 실행하며, 사용성과 정보배치 엄청 고민한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사용자에게 무슨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사용자를 끌어 모으고 유지시키고 더 모을 수 있는지가 웹기획자에게 좀 더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제가 어떤 관점으로 웹기획을 바라보고 글을 쓰는지 살짝 배경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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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뒤지니 튀어나온.. 05년 4월, 웹기획자를 흉내내며 만들었던 1페이지짜리 개편 제안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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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9일 수요일

'넥슨 별'을 준비하면서

지스타 관람, 추가 기획요소 고민 등 여러 이슈가 있어 블로그 업데이트가 좀 늦어졌습니다.
넥슨 별 관련 정보는 매일경제 기사가 가장 괜찮네요. 오픈까진 아직 먼 상태라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__)

넥슨, 인맥서비스-3D캐릭터 게임하면서 사람도 사귄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8&no=7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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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략)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생활형 커뮤니티 게임을 표방한 '넥슨별'이다. 넥슨별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인맥서비스(SNS)와 삼차원(3D) 캐릭터를 활용한 캐릭터 게임을 결합한 캐주얼 게임이다.

특히 SNS에서 주종을 이루는 웹서비스 장점을 게임에 결합해 웹브라우저와 게임을 넘나들며 사람들을 사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게임은 자기 생활 터전인 별에서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지으면서 경제활동을 펼쳐가는 내용이다. 또 다른 게이머들과 만날 수 있는 광장 별에서 다양한 미니게임을 즐기거나 낚시나 채집 등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얼핏 보면 세컨드라이프나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3D 서비스 미니라이프와 비슷하지만 게임성을 가미한 커뮤니티가 아니라 커뮤니티 기능을 잘 살린 게임인 만큼 차별화할 수 있다고 넥슨 측은 설명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이 폭력성을 부추긴다는 염려가 높지만 이 게임은 전투가 없는 게임, 대결보다는 협동이 중요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폭넓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넥슨별 개발을 총괄한 김호민 넥슨 포털본부장은 "많은 게이머가 게임을 하면서 커뮤니티를 맺고 있다"며 "게이머들을 위한 커뮤니티 게임인 만큼 앞으로 넥슨의 다양한 게임을 넥슨별에 녹여 내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별은 2009년 상반기에 비공개 테스트에 들어간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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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언트(게임)와 웹이 융합된 서비스가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한 케이스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개념적으로는 vside.com, kaneva.com도 유사한데 아직 성공했다고 볼 순 없지요. 국내에서 잘 알려진 예로는 싸이월드-미니라이프와 세컨드라이프를 들 수 있는데 미니라이프와 세컨드라이프는 목적성이 약해서 사용자를 모으고 고착화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웹으로 접근하면, 이미 '독립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전세계적으로 레드오션에 접어 들었습니다.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의 똑똑한 사람들이 실수할 것 같진 않고.. 아무튼 글로벌 SNS들이 활로를 찾고 있는 어플리케이션(F8, 오픈소셜)도 '소셜 재미'를 배가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데, 클라이언트가 주는 재미와 병행하여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더 안겨줄 지 고민, 기획 중입니다. (어렵네요 흐)

요컨대 정통 웹 SNS 서비스인 페이스북이 F8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게임을 끌어 안고 있고, 정통 게임 회사인 엔씨소프트가 오픈마루 공지를 통해 SNS 웹기획자를 뽑는 세상이 됐습니다. 재료는 있습니다. 어떤 요리로 만들 것인지, 누가 더 빨리 만들어 내는지, 그래서 사용자에게 어떠한 가치를 안겨줄 것인가가 관건이겠죠.

저도 이런 마라톤 프로젝트는 처음인데, 준비 잘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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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3일 목요일

생활형 커뮤니티 게임 '넥슨 별'

지스타 2008에서 드디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넥슨 별.

생활형 커뮤니티 게임 '넥슨 별' 영상
http://thisisgame.com/board/view.php?id=197882&category=8023&subcategory=



1. 좀 더 넓은 연령대를 흡수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예정.
2. 영상에서 웹은 살짝 맛보는 정도^^;
3. 위 영상(by 김태명님)은 30초짜리인데, 60초 버전 공개할 때 좀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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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7일 금요일

네이버 붐으로 본 요새 학생들의 키워드

먼저 네이버 붐 얘기부터 간략하게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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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붐은 2004년 9월에 오픈했으니 벌써 4년이나 된 서비스입니다. 처음엔 '인터넷에서 뜨는 유머, 연예, 재밌는 UCC가 모였다'는 컨셉으로, 특정 사용자 층을 생각하고 오픈한 것은 아니었죠. 그러나 점차 사용자 연령대가 낮아지더니 이젠 초,중,고생이 전체 PV 소비의 60%나 차지하는 '학생용 사이트'로 자리매김 되었네요.

(이거 굉장히 흥미로운 이슈입니다. 포털에서 오픈하는 비-소셜 네트워크적인 서브 서비스들은 보통 오픈 후 1년 뒤에 PV 정점을 찍고 주룩 떨어지면서 특정 계층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런 곡선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건 추후 별도 글로 올리겠습니다. 네이버 붐의 경우 2005년도 최고점 대비 현재 PV 규모는 1/5도 안되는군요. 좀 많이 떨어진..)

아무튼 네이버 붐 베스트를 보면 요즘 학생들의 고민이 보입니다.

네이버 붐 베스트 (줄여서 '붐베'라고 부르죠)
http://boom.naver.com/BoardListBestNew.nhn

거의 70% 이상은 학생 대상 게시물입니다. 수능 앞둬서 떨린다, 수업시간 이야기, 문제집, 연예인 야그들.. 확실히 중,고생들의 요즘 이슈들이 보이는데요, 더 재밌는 것은 학생들이 게시물 마지막에 첨부하는 붐업, 붐따에 관련한 짤방들입니다.

(ESC키 눌러서 한번 보세요^^; 다시 보시려면 새로고침 하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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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외모는 시대를 통틀어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지만.. 붐업하면 키 5cm 더 커진다, 노래를 잘 부르게 된다, 새 휴대폰이 생긴다 등 요새 세대에서 중요해진 키워드들도 보입니다. 점점 더 연예인들이 학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으니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것도 중요한 이슈가 됐을테고, 휴대폰은 정말 학생들의 분신이 된지 오래니까요.

아무튼 공부,외모,키,노래,휴대폰,연예인 중 주제를 잘 잡아, 학생 대상으로 Well-made 서비스를 만들어내면 최소한 중박은 칠 것이란 결론이 나오네요. ("여기 가입하면 키 5cm 커집니다".. 컥;;)

사실 네이버 붐과 관련하여 이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게 아니라 웹서비스의 성장곡선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이 주제는 위에서 밝힌 대로 추후 별도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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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6일 목요일

페이스북 피로증 - 유튜브에 주제가도 등장

"페이스북은 2004년에 마크 주크버그란 학생이 하버드생들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작은 사이트로 출발. 그 뒤 아이비리그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차츰 영역을 넓혀 나가더니 무섭게 성장했고 후발 SNS로서 크게 성공을 거둠. 2007년에는 F8이라는 어플리케이션 확장 모델을 구축하여 재도약 기회를 만들었고 결국 올해 미국 내에서는 마이스페이스를 추월하고 SNS 서비스 1위에 올라섰다."

대략 이정도가 국내에 알려진 페이스북에 대한 정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도 'SNS 피로증'을 피해갈 수는 없었나 봅니다.

아래는 유튜브에 올라온 Facebook Anthem이란 노래인데요, 올해 2월에 올라와 벌써 470만명이나 본 동영상입니다. 노래가 은근 중독성이 있습니다ㅎㅎ 한번 보실까요.



I'm getting bored of Facebook~♬.. 페이스북은 SNS 피로증을 극복하는 서비스로 올라선 줄 알았는데, 확실히 '극복했다'라고 말할 순 없는 것 같습니다.

Compete, Alexa 등 해외 지표 사이트에서 나타난 페이스북은 올해도 굉장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게 F8의 어플리케이션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도 글로벌화가 진행되서인지는 조사해봐야겠고, Visits 당 PV도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하여 거의 동일하니 뭐라 딱히 결론 내릴 순 없겠네요.
(사실 페이스북은 세계 최고로 Rich UI가 구현된 사이트이기에 PV가 무의미하죠;;)

물론 SNS는 서서히 달궈지는 서비스인 만큼 피로증을 느끼는 사용자가 나타났다고 해서 확 죽진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싸이월드죠.

집 버리는 싸이 폐인들, 이제 어디로 갈까,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42426

위 기사가 나온게 무려 3년 반 전인 2005년 3월입니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건재하죠. 이유는, 한번 구축된 소셜 네트워크 망이 연령층 위 아래로 뻗어나가면서, 위에서도 신규 유저가 생기고 아래에서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그냥 만들고 보는' 서비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김혜수 "사인(sign)이 싸이(싸이월드)로 들릴 만큼 미니홈피 중독", 2008년 9월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080921183306025

관련글 : 10대들에게 싸이월드는 '메신저+미투데이'
http://itagora.tistory.com/32

주로 위에서 붙은 신규 유저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아래에서 붙은 신규 유저들은 그냥 그냥 쓰는 것 같긴 합니다만.. 아무튼 싸이월드도 2005년에 이미 피로증이 번지기 시작하여 20대들은 많이들 이탈한 것이 사실이지만 건재합니다.

가장 늦게 등장한 페이스북도 이 전철을 밟고 있는 중인건지, 아니면 극복하고 F8 어플리케이션을 바탕으로 한 '소셜 유틸리티'로 한층 올라설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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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5일 수요일

웹의 끈을 놓지 않는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결국 윤송이씨를 전사 CSO로 모셨네요.

[ONLINE] 엔씨소프트 부사장으로 윤송이 전 상무 영입
http://www.gamemeca.com/news/news_view.html?seq=1&ymd=20081104&page=1&point_ck=1&search_ym=&search_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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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기사의 댓글을 보니 게이머들 반응은 그닥 호의적이지 않습니다만;; 엔씨소프트는 (따로 노는 느낌인) 오픈마루를 내치지 않고 오히려 본사로 끌어들이고, 웹-베이스인 윤송이씨를 CSO(최고전략책임자)에 임명하는 등 어떻게든 웹을 끌어 안으려고 계속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게임과 웹의 만남..

사실 게임기획자와 웹기획자가 같이 얘길 하다보면 DNA부터 다른 것을 느끼게 됩니다. 동적인 컨텐츠를 집중시켜 사용자를 초반부터 확 끌어들여서 컨텐츠 소진케 하는 게임기획.. 반면 정적이면서 느슨한 링크로 타고 타고 돌아다니게 만드는 웹기획..

분명 게임의 추세는 커뮤니티와 SNS 강화이고 웹의 추세는 재미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F8도 혼자만의 재미, 인터랙션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어플리케이션들이 인기 끌고 있죠. 게임과 웹이 만나긴 해야 할텐데 기획자 DNA는 참 다르고.. 어려운 일입니다. 크~

암튼 게임과 웹이 크로스오버 되면서 종사자들도 크로스오버되고 있는 중인데요, 한 우물만 깊게 팠다가는 그 우물에서 영영 헤어나오지 못할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쌓은 깊은 실전 경험을, 분야를 옮겨서도 적용시킬 수 있는 능력. 각자 잘 준비해야겠지요.

PS. 엔씨소프트의 행보가 흥미롭네요.

Daum과 엔씨소프트가 협력한다는 기사도 떴고,
http://www.betanews.net/bbs/read.html?tkind=1&lkind=4&mkind=371&page=1&num=433745

때마침 플레이엔씨도 3단형 일반 포털스럽게 개편 오픈했습니다.
http://www.playn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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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웹에서 쌓은 문법을 뛰어넘지 못하고 답습하는 모양새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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