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순, 올림푸스의 새로운 DSLR이 발표되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모델명은 PEN E-P1. '마이크로 포서즈'(이하 마포)란 새로운 규격의 카메라인데요, 소형화를 위해 거울을 제거했고 따라서 DSLR에서 R(Reflex)이 빠진 DSL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작은 몸통에 커다란 망원렌즈를 달면.. 좀 웃기긴 하겠죠?;
이 마포(마이크로 포서즈) 규격은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작년에 공동으로 개발하여 발표했습니다. DSLR급 화질의 사진을 찍고 싶으면서도 작은 카메라를 원하는 사용자들을 타깃으로 노렸다고 하네요.
거울을 제거했기에 비록 DSLR 특유의 '철컥'하는 물리적 셔터음도 사라졌지만, 그만큼 크기가 작아졌고 새로 개발한 Live-MOS란 센서는 화질 뿐만 아니라 동영상 촬영에도 강점이 있다고 합니다.
올림푸스 E-P1가 발표되니 한국과 일본 모두 기대감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습니다. DSLR의 화질에다 HD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마포는 노트북 시장의 넷북과 비교될 만 합니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기존 시장을 확 잠식할 수도 있으니까요.
일본 시장은 이미 마포의 위력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일본 전자제품 가격비교 사이트인 카카쿠닷컴(kakaku.com)에서 현재 주목도 1위의 카메라는 올림푸스 E-P1이고, 판매 1위는 한국에서 정식발매가 되지 않은 파나소닉 Lumix-GH1이 차지할 정도이니까요.
2위의 캐논 Kiss X3은 한국에선 500D로 불릴꺼에요.
렌즈가 상대적으로 큰 느낌의 Lumix-GH1
마포 규격의 GH1은 대체 뭐길래 일본에서 선풍적으로 팔리고 있을까요?
GH1을 개발한 파나소닉은, 앞서 설명한 올림푸스의 E-P1에 앞서 세계 최초의 마포 카메라인 Lumix-G1을 작년에 발표했었습니다. GH1은 G1에 이어 올 4월에 출시된 후속기인데, 특징을 뜯어보면 파나소닉이 정말 야심차게 준비한 티가 역력합니다.
이러한 GH1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경량화/소형화 - 바디 무게는 380g. 번들렌즈인 14-140mm 슈퍼줌 렌즈와 합해야 900g 정도. 중급기 이상의 DSLR은 바디만 800~900g에 가까움.
2. 엄청난 동영상 기능 - Full-HD에 손댈 필요 없는 빠른 AF를 보여줌. 메모리가 꽉 찰 때까지 2시간도 촬영 가능하며 음성은 스테레오로 녹음됨. 동영상 촬영에 적합한 회전형 3인치 LCD로 라이브 뷰가 지원되기에 LCD 보면서 촬영 가능. (캠코더로 이만큼 찍으려면 1천만원짜리 캠이 필요하다, 왠만한 인디 영화도 촬영 가능하다는 평들이 있음)
3. 좋은 화질과 번들렌즈 및 사용성 - 번들렌즈가 14-140mm으로 슈퍼 줌을 자랑하나 살짝 어둡다고 함. 그러나 전작인 G1보다도 노이즈를 많이 개선하여 ISO 1600, 3200에서도 괜찮은 화질을 보여준다고 하며, 인물을 찍을 때 누군지 저장해둘 수 있고, 다음부터는 저장된 인물에 자동으로 포커스를 맞춰주는 기능도 있다고 함.
참고 : Dpreview의 사진 샘플
http://www.dpreview.com/news/0905/09051503panasonicgh1preview.asp
4. 일본에서의 가격 경쟁력 - 바디와 14-140mm 번들렌즈 키트 가격이 현재 10만엔. 초기보다 좀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춘 상황.
요컨대 GH1은 파나소닉이 정말 꼼꼼하게 만들어낸 역작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한국에서는 정식발매조차 되지 않아서, 국내에서 이 카메라를 기다리는 소수의 유저들은 구매대행을 통해 힘들게 구입하여 일본어 메뉴를 써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됐죠.
파나소닉 코리아 측에서 비공식적으로 내놓은 얘기로는 "국내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서.."라고 하는데요,
GH1의 전작인 G1을 국내에 처음 들여왔을 때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가격도 비싼 나머지 잘 팔리질 않았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본사와 파나소닉 코리아에서 "한국에서는 비싼 제품을 팔지 말자"라고 얘기된 듯 하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 잘 팔리는 것을 보면 파나소닉 코리아도 참 당혹스러울 것 같아요. 에혀.
GH1은 올초 미국에서 열린 PMA(사진영상기자재전)때부터 화제였고, 국내의 많은 사용자들이 파나소닉 코리아에 정발을 요구해 왔는데 힘든 것 같습니다. 아이폰 사태와 흡사한 면도 있죠. 해외의 좋은 제품을 국내 소비자들은 접근할 수 없는.. -_-;
현재 이 제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구매대행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배송을 기다려야 하고, 관세+배송료+구매대행 수수료에다 일본어 메뉴를 감수해야 하며 A/S 받아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배송료 물면서 일본에 보내야 하는.. 암튼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아무쪼록 국내 정발이 다시 추진되면 좋겠습니다.
PS. 제 인생 최초의 DSLR로 질렀습니다. 지금 배 타고 오고 있을 것 같아요. 갑자기 해일이 닥쳐서 배가 침몰하면 어쩌나 별 생각이 다 들고 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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