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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9일 목요일

포털, 한글 로고를 계속 써도 되는 이유

오늘은 한글날. 거의 대부분의 포털이 로고 바꾸기에 동참하여 한글 로고를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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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모두가 한글 로고를 선보인 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작년까지만 해도 메이저 포털만 그랬던 것 같은데 기억이 확실하진 않네요). 심지어 티스토리, 올블로그, 한알에스에스(=_=;) 마저 동참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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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좀 충격..;;


여기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왜 한글날만 한글 로고를 써야 할까요? 적용해보니 괜찮던데 계속 써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웹사이트들이 영문 로고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1. 웹 창세기, 글로벌 서비스의 한국 진출

한국 1세대 포털인 야후 코리아, 라이코스 같은 경우 글로벌 서비스로서의 통합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글로벌 로고를 써야 했겠죠. 일본도 마찬가지로 야후 재팬의 경우 영문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웹 자체가 수입된 물건이고, 초창기엔 해외 서비스들 위주로 시작됐으니 그대로 영문 로고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 토종 사이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나 예쁜 한글 글꼴은 없었음

타이포그래피라고 하죠. 알파벳은 수세기 노력을 거쳐 다양한 글꼴이 개발되었고 각종 운영체제에도 기본적으로 다양한 글꼴이 들어가 있는데요, 한글 글꼴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웹 초창기, 디자이너들 입장에서 굴림체로 된 로고를 만들긴 매우 싫었을테고, 당시 비쌌던 몇몇 글꼴을 구입하거나 직접 만들기는 또 어려웠을테고.. 영문 로고는 그런 부담감이 없었을 겁니다.

3. 사이트 주소를 사용자 머릿 속에 인지시켜야 했음

과거 웹 초창기 시절에 서핑하기 위해서는 브라우저 주소창에 url을 직접 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주소를 외웠다가 브라우저 열고 치고 들어가고, 그 후에 즐겨찾기로 등록해두고 써먹던 시절이었죠. 5~10년 전 당시 광고들 보면 "인터넷 창에 따따따 쩜 뭐뭐뭐 쩜 씨오 쩜 케이알을 치고 들어오세요~" 이런 류가 많았고, 사용자들은 주소를 외워서 치는게 당연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따라서 사이트 영문 주소를 사용자 머릿 속에 강하게 인지시켜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이트명과 도메인 주소를 똑같이 만들어 같이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naver, daum, google, youtube, aol, yahoo, facebook.. 많은 사이트들이 사이트명과 똑같은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고 이를 로고로 만들어 사이트 전면에서 뿌리고 있죠.

이렇게 세 가지 이유로 한국의 웹사이트들도 영문 로고가 활성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어요.

한국에서만 통하는 웹사이트들도 많이 등장해서 굳이 영문 명칭을 사용자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없게 됐고, 이제 다수의 사용자는 브라우저 주소창에 직접 주소를 입력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서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는 '싸이월드'와 '다음'이죠(네이버를 시작페이지로 해놓은 사람이 싸이월드와 다음으로 가기 위한 방법). 그리고 "네이버 검색창에 뭐뭐뭐를 치세요"로 식으로 광고 행태도 바뀌었구요.

그리고 웹 실무자들에게 중요한 예쁜 한글 글꼴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포털들이 무료로 뿌릴 정도가 됐으니까요. 따라서 웹초창기 시절 영문 로고를 사용해야 했던 세 가지 이유가 지금은 많이 희석된 상황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관성'입니다.

웹 초창기부터 영문 로고 쓰는 습관과 관성이 웹 실무자들에게 배어 있어서 '한국에서만 통하는 신규 서비스들'도 기본적으로 영문 로고를 쓰는 것이 일반화 됐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햇듯이 영문 로고를 써야 하는 이유가 많이 희석됐기 때문에, 이젠 실무자들도 한글 로고를 과감하게 시도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사이트 로고들 한번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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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유명한 사이트들의 로고입니다. 어떠세요? 괜찮지 않나요?

개인적으론 일본의 유명한 동영상UCC 사이트인 니코니코동화 로고가 참 맘에 듭니다. 사이트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저 앙증맞은 로고는 깨물어주고 싶네요. 중국 사이트도 마찬가지이구요. 벌써 10년 된 웃긴대학 로고도 매우 좋습니다.(humoruniv 문구를 같이 썼던 것 같은데.. 한글날이라서 저 한글로고를 쓴건지, 바꾼건지는 확인하지 못했네요)

이제 슬슬 우리나라도 관성에서 벗어나, 전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한글을 더 개발하고 인터넷 곳곳에, 사회 곳곳에 적용하여 우리 문화 생활이 더 풍부해지면 좋겠습니다. 본격적으로 한글 글꼴이 개발되는 지금, 관성과 습관만 버리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PS. 내용 추가합니다.

1) 일본의 니코니코동화나 중국의 바이두처럼 해외까지 명성을 떨치는 사이트라면 자국어+영어로 된 복합적 로고를 고려하는 것이 더 좋겠네요. 순수 한글 로고만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2) 이번 글의 주제는 '한글 로고를 써도 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고, CI 변경에 따른 제반비용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CI 변경은 엄청난 이슈인데, 여기에 투입되는 자금과 시간 대비 결과물(기업 이미지 개선 등)이 크지 않다면 아무리 한글 로고가 예뻐도 도입하기 힘들겠죠^^; 그러나 신규 서비스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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