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구글)의 '실명제 거부'가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블로거 여론도 그렇고 기사 댓글을 봐도 환호 일색이죠.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크게 나오고 있습니다.
참고 1 : 한국 인터넷 정책, 구글에 '굴욕'?, 2009. 4. 9 (댓글 한번 쭉 보세요)
http://media.daum.net/digital/view.html?cateid=1006&newsid=20090409135606354
법을 따르기 위해 유튜브 '한국'으로 세팅되어 있을 경우엔 동영상 업로드, 댓글 달기를 못하도록 막았고 다른 나라로 세팅하면 아무 문제가 없죠. 실명제 법 자체가 인터넷과 얼마나 안 어울리는 법안인지 유튜브가 증명해 줬습니다.
그러나 슬픈 현실은, 이 실명제 법이 5년 전 노무현 정부 때 논의되었고, 열린우리당이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며, 대다수 네티즌도 동조했고 그래서 2년전 본격적으로 실행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참고 2 : 인터넷실명제, 지난해와 무엇이 다른가 - 2005. 7. 13, 참세상
인터넷실명제, 여론 65~80% 찬성 - 민주노동당은 반대 - 언론은 잠잠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28259
참고 3 : 1일 방문자 10만 넘으면 제한적 실명제 적용 - 2007. 1. 9, 연합뉴스http://media.daum.net/society/nation/others/view.html?cateid=1001&newsid=20070109050815501
2005년도의 참세상 기사에 나와 있는 내용을 간단하게 언급하겠습니다.
인터넷 실명제 논의는 2003년부터 시작됐고, 2004년에 처음 도입된 '1차 법안'은 굉장히 제한적인 실명제였습니다. 선거 120일 전부터 선거 관련 게시판에서만 일시적으로 실명제를 시행한다는 거였죠.
그러나 개똥녀 사건 등이 퍼지면서 인터넷 여론의 악기능을 비판하는 매체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때마침 네티즌들한테 욕먹으면서 재보선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실명제 확대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인터넷 여론의 부정적 기능을 목도한 네티즌들이 미디어들에 휘둘리기 시작합니다.
급격히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벌인 일 보다 훨씬 더 과하게 매질당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개똥녀 사건, 서울대 도서관 폭행사건 등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여론'도 매질당하고 순기능이 매장당하면서 네티즌들은 급격히 실명제 도입 찬성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위 기사에도 나왔지만 2005년 당시 65~80%의 네티즌이 실명제 도입을 지지했었으니 말 다했죠.
당시 포털들은 엄청나게 트래픽이 성장하고 있었는데, 이에 걸맞는 CS 대응 체계를 구비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모든 UCC에 신고버튼을 붙일 생각을 못했던 때였고 고객센터 대응도 매우 늦었었습니다. 그러나 개똥녀 사건 이후에 고객센터를 대폭 확충하고 체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사실 정부와 네티즌들이 포털을 비롯한 웹서비스들의 체계가 잡히도록 조금 더 기다려주면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나 실명제는 확대 도입됐고, 결국 악플은 전혀 줄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는 그 악법을 가지고 네티즌 여론을 옥죄는 방법으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통탄할 일이죠.
지금의 실명제 법을 비유하면..
길거리나 대문 앞에 누가 똥 싸 놨으면 기분 좀 나쁘지만 환경미화원(고객센터)이 얼른 치우고, 너무 심하면 그 똥 DNA(IP)를 추출하여 잡아내면 되는 일이었는데 정부와 네티즌은 '길거리에 똥이 많다'며 거리를 다니는 사람 모두에게 명찰 달게 하고 모든 똥은 구속수사하겠다고 나선 꼴이었죠.
슬프면서 불편한 진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벌인 일도 아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악하게 굴어서 유튜브가 실명제를 거부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우리의 정책 집행 대리자(정치인)를 잘못 뽑았고(열린우리당이든 MB든), 잘못된 정책 집행에 눈감았으며, 우리 목소리를 정확히 대변해야 할 미디어가 인터넷 여론 악기능만 몰아세우던 2005년에 "그냥 그런가보다, 실명제 하자"라고 순응했던 게 큰 이유였죠.
정책 집행의 대리자와 목소리의 대변자. 우리가 우리 정치와 미디어를 개혁하지 않는 이상엔 유튜브 실명제 거부 같은 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습니다. 대리자와 대변자를 똑바로 내세울 수 있도록 우리 먼저 더 똑똑해지고 주변인들을 설득하여 크고 올바른 여론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PS. 청와대 블로그에서 트랙백을 걸었길래 가보니, 2007년 7월에 공표된 법은 일 UV 30만 이상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하는 거였는데 이게 2009년 1월에 개정되어 일 UV 10만으로 기준이 대폭 내려갔네요.
MB 정부가 책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아무튼 법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폐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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