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가 체포됐다고 합니다. 발표 내용 좀 보실까요.
'미네르바'는 30대 무직자‥검찰 내일 신병처리
http://media.daum.net/economic/stock/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108170106361
(상략)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중략).. 검찰조사 결과, 박씨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증권사에 근무하거나 해외체류 경험이 없고 별다른 직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독학으로 경제학을 공부했다"며 "대학도 경제학과 관련된 학과를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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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30살, 전문대졸, 해외체류 경험없음, 독학으로 경제 공부했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래서 최근 글 가지고 허위사실로 체포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정부와 검찰은 다음의 사안들도 인정해야 합니다.
1. 대한민국 정부의 수장들이 30대 무직자보다 무능했다는 사실.
강만수 장관은 작년에 허둥지둥 환율 끌어올렸다가 "원없이 돈썼다"고 자인할 정도로 외화 낭비하면서 환율 방어했고, 물가/부동산 대책 실패하고, 산업은행은 부실덩어리였던 리만 브러더스 인수를 검토했었습니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예측 100% 다 적중한 것은 아니었지만 비판적으로 쓴 아래 머니투데이 기사만 봐도 환율과 부동산 예측, 리먼 부실 등으로 실물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얘기를 진작 했었습니다.
미네르바 집중해부, 그 주장의 '허와 실'
http://media.daum.net/economic/stock/others/view.html?cateid=100035&newsid=20081210103604817
2. 우리나라 30대 무직의 위대함.
30대 무직인 분들을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12월 이전의 미네르바 글을 보면서 감탄했던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정말 서민들을 위해서 설파한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랬던 것입니다. 이게 30살의 경험으로 가능할까요?
제가 선릉역 근처에서 근무하는데, 여기 빌딩 이름이 '미네르바'라서 주변 분들이 가끔 "니가 미네르바지?"라 놀렸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을 떠올려 보면 절대 답이 안 나올 정도로 미네르바님 내공은 대단했습니다. 30대 경험의 깊이로 그걸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이게 사실이라면 저 분 정말로 위대한 분이네요.
3.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치인들도 다 잡아야!
MB는 2007년도에 747 성장, 주가 3000 간다고 했었죠. 그러다가 어느땐 갑자기 경제위기 얘기했다가 "지금 주식사면 1년 뒤 부자된다"고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허위 주장을 펼쳤습니다. 허위 주장 뿐만 아닙니다. 미국 가서 부시와 함께 사진 찍고 소고기 수입 협상하게 됐는데, 광우병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는 그때 정부가 더 많이 했습니다. 미국 소고기가 안전하다고 강조하다가(=허위사실 유포) 결국 추가협상으로 몇몇 제한조건 더 걸었잖아요.
미네르바가 얘기한 건 허위사실 축에도 못 들어갑니다. 시간만 되면 더 조사하고 싶은데, 아무튼 작년도에 정치인들이 했던 말들 찾아보면 그 이상의 허위사실은 넘치고 넘칩니다.
위의 세 가지는 지금 잡힌 30대 무직이 진짜 미네르바임을 인정할 경우 얘기들입니다.
그런데 많은 네티즌들이 의구심을 갖듯이, 지금 발표된 것만을 가지고서는 저 사람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장담하기가 힘드네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작년 11월 초에 정부도 미네르바 개인정보를 흘린 적이 있는데 "50대 초반, 해외 체류경험 있는 과거 증권맨"이라 구체적으로 밝혔었고(대한민국 모든 정보를 쥐고 있는 정부가 뻥쳤을리가 만무),
둘째, Daum 정책상 닉네임 중복이 허용되기 때문에 아고라에선 미네르바 닉네임을 사칭한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검찰 발표만 놓고 보면 미네르바를 사칭한 또다른 '미네르바'란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미네르바님의 글을 퍼서 올렸고, 그 사람을 잡은거라 해도 별로 이상할 게 없습니다.
셋째, 미네르바의 그동안 어조와 달리 12월달 컴백해서 쓴 글은 뭔가 이상하긴 했습니다. 말투도 확 바뀐 느낌. 크르릉~ 이런 표현 다 사라졌고 말이죠. 그리고 나서 허위사실 유포로 잡은 것도 시점 애매.. 음모론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의심하는 것 처럼 진짜 미네르바를 어떻게든 입막아 놓고 대리로 누굴 내세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검찰은 네티즌들의 이러한 의구심을 풀어줘야 할 것입니다.
신뢰가 떨어진 정부인데 국민들이 뭘 믿겠어요. 사실을 정확히 적시하고 미네르바가 맞는지, 정말 어떤 점이 허위사실이었는지 제대로 발표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네티즌은 '허위사실'부터 믿지 않습니다. 믿게 해줘야 말이죠.
PS 1. 진짜 미네르바님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검찰 발표와 언론 보도태도는 정말 저질스럽군요.
PS 2. 그 중에서도 저질의 극치는 중앙일보군요. 아래 기사 제목 보세요. 전 저 30대 무직이 진짜 미네르바님이라 믿지 않지만( 미네르바님은 작년 10월까지 자기 자신에 대해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것으로 기억), 혹 그렇다 쳐도 무엇이 '가짜'고 무엇이 '돌팔이'랍니까. 학력으로 '가짜', '돌팔이' 취급하는 중앙일보. 누가 돌팔이인지 모르겠네요.
실체 드러난 ‘경제 대통령’ 가짜에 놀아난 대한민국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450321
한번의 '실수'로 잡혀…"돌팔이 의사에 당한 꼴"
http://news.joins.com/article/3450312.html?ctg=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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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8일 목요일
미네르바가 30대 무직이라면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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