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0일 월요일

미네르바 무죄 선고와 아고라의 부침

먼저 미네르바의 무죄 선고를 환영합니다.

참고 : "공익 해할 목적 없어" 미네르바 무죄(상보)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420141917143

그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의 예언 적중률을 떠나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판결까지 가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었죠. 지금은 21세기, 2009년이니까요.

아고라 경제방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작년 1년 동안 Daum 아고라에서 미네르바의 존재감은 엄청났고, 그가 구속되자 많은 경제방 고수들이 절필을 선언하거나 글 다 써놓고 마지막에 "이건 소설입니다"라고 웃지도 못할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여러 해프닝이 있었고, 아고라 자체도 위축되어 가고 있었으니까요.

잠깐 다른 얘기하면.. 아고라의 트래픽은 대한민국 이슈의 총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의 스위스전처럼 '많은 이슈가 발생하는' 때가 되면 확 커졌다가, 이슈가 사그라들면 또다시 위축되는 경향을 반복해 오곤 했죠. 의사-한의사가 붙으면 자유게시판에 글이 확 올라오다가 이슈가 잠잠해지면 떠났다가, 그러다 다시 오고.. 뭐 그런 곳.

그런 부침(浮沈)의 작은 곡선이 반복되어 오다가 작년 들어 미국 쇠고기 수입 파문과 맞물리면서 엄청나게 큰 곡선을 그리며 트래픽이 성장했고, 때마침 그 트래픽이 꺼지려던 차에 미네르바 열풍이 불어 2차 부흥을 맞이했었죠.

또다시 그 곡선이 아래로 휘려고 할 때 미네르바가 구속되는 바람에 아고라가 더욱 더 위축되는 모양새였는데요, 이번 결정으로 많은 분들이 이슈가 발생할 때 다시 아고라로 모여들고 웃고 떠들고 하면 좋겠습니다. 아고라는 원래 그런 곳이죠.

PS 1. 저 멀리 뉴질랜드 같이 심심한 나라는 아고라가 필요없을 듯?
PS 2. 타이핑이 빠른 분들을 위해 아고라 빨리 들어가는 팁 : a.med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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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댓글 명예훼손 판결 - 진실은?

지난 주에 뜬 기사입니다. 2005년도 사건이었는데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포털이 배상하게 됐군요.

참고 1 : 비방 댓글 방치 포털에 배상 판결, 2009.4.17
http://media.daum.net/digital/internet/view.html?cateid=1048&newsid=20090417064106464

이 사건은 포털이 배상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많은 이슈를 담고 있는데 2007년 도에 관련 글을 쓴 것이 있어서요, 지금 시점에 맞게 고쳐서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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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댓글 명예훼손 사건 판결이 화제가 되고 있으나 2005년 당시 사건의 진실은 묻히고 왜곡되어 '포털 댓글'만 달랑 남은 것 같아서 포스팅 하나 올립니다.

故서씨 사건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시리라 믿고 시작합니다.
대체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어떻게, 왜 퍼지게 됐을까요. 왜 포털 댓글만이 문제가 되어 판결났을까요.

먼저 사건의 진행 경과를 짚으며 설명드리겠습니다.

1.
시작은, 자살한 故서씨의 가족들이 싸이 홈피에 '안타까운 사연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실명제 기반의 싸이월드에서, 이 사연 글에 등장하는 남자가 누구인지는 쉽게 추적이 가능했고 네티즌들은 사연이 담긴 글과 함께 싸이월드를 통해 드러난 남자의 신상정보를 인터넷 곳곳에 퍼뜨리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05년 5월 초. 인터넷은 폭풍전 고요, 그 자체였습니다.

2.
당시 '급등 검색어' 코너를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던 네이버에서 '서OO'를 비롯한 각종 키워드들이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사연 글과 남자의 신상정보는 세트로 묶여서 인터넷 구석구석에 퍼지기 시작했고, 흥분한 네티즌들은 인터넷 네트워크 효과로 순식간에 이 글을 퍼뜨리게 됩니다. 대체 어디까지 퍼졌는지는 구글 검색결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말 '구석구석'까지 퍼졌죠.

3.
2005년 5월 8일. 인터넷 매체들이 사건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사들은 url이 순식간에 퍼지며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으며, 포털은 노출하지 않은 기사(편집하지 않은 기사)에도 댓글이 달리는 것을 확인하고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내어 댓글을 관리, 또는 댓글란 자체를 닫기 시작합니다.

4.
스트레이트 기사 이후 여러 다양한 기사들이 또다시 쏟아지게 됐습니다.
이때 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인터넷 매체이자 포털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일리안 마저도, 당시에는 포털 댓글을 통한 K씨 명예훼손 보다는 자살한 여자 분의 신원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기사를 썼었죠.

포털 댓글 소송을 이끌었던 변모씨(포털 피해자를 위한 모임 대표)가 2005년 당시 편집국장으로 있었던 브레이크뉴스의 기사도 인상적입니다.




브레이크뉴스에 올라온 2005년 5월 10일자의 위 기사에도 댓글이 무려 51개나 달려 있습니다. 소규모 인터넷 매체에 댓글이 이정도로 달렸다는 얘기는 정말 이 이슈가 인터넷 네트워크 효과로 엄청나게 퍼졌다는 반증이죠.

거기에다 이 기사에는 K씨의 실명이 드러난 댓글이 4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기사 url을 걸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브레이크뉴스와 성격이 다른 매체 기사도 보실 수 있는데요,

 


이 중소 매체의 기사에도 무려 39개의 댓글이 달렸고, 이 기사에도 포털 댓글에 소송건 남자의 개인정보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요컨대, K씨의 신상정보는, 실명제 기반인 싸이월드를 시작으로 네트워크를 타고 순식간에 인터넷 곳곳에 폭발적으로 퍼지게 되었고, 흥분한 네티즌들은 자신이 하나의 '노드'가 되어 이 정보를 또다시 전파하게 됐습니다.

인터넷 중소 매체의 댓글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K씨의 개인정보가 지금까지 노출되고 있을 정도로 인터넷 네트워크 효과가 정말 엄청난 것임을 보여준 사건이었던 거죠.

더구나 2005년도는 인터넷의 파급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인터넷 자체가 미디어화가 되기 시작한 시점이었으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경험이 없었던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몰랐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 뒤로도 부산 K중 살인사건, 박지윤 아나 사건까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계속 벌어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네티즌들의 각성, 포털의 관리능력 강화, 인기 검색어에 대한 주의 환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K씨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명예훼손은 누가 처벌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K씨는 故서씨 가족들을 고발할 수도 있는거고,
K씨는 미니홈피를 까발려서 퍼뜨린 최초의 네티즌들을 잡아 고발할 수도 있는거고,
K씨는 서씨 관련 기사를 쓴 기자들을 고발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변모씨가 중재하여 포털을 소송걸게 만들었고, K씨는 변모씨가 운영했던 브레이크뉴스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계속 노출하고 있는지도 모른체 '댓글 관리를 소홀한 포털'만 고소하기에 이릅니다.

참고 2 : “포털 사이트 피해 더 이상 못 참아”, 2005.7.7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20&aid=0000306799

사실 개인정보를 퍼뜨린 모든 네티즌과 개인정보를 조금이라도 방치했던 모든 서비스들이 처벌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인터넷의 위력에 대해 크게 각성하게 된 사건이었고, 따라서 '포털 댓글'로 일벌백계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인터넷에 내 사진을 올린다는 것의 의미'란 이름으로 돌았던 동영상을 첨부하고 글 마무리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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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7일 금요일

네이버 뉴스캐스트 제목 - 이젠 위험수위

2009년 1월, 네이버 뉴스캐스트 오픈 1주일 만에 중앙일보의 김주하 아나운서 인터뷰 왜곡 사건이 터졌습니다. 기사 제목을 잘못 축약해서 많은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 오해하게 된 사건이었는데요,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참고 1 : 조중동의 뉴스캐스트 기사 제목 왜곡율은 70%
http://itagora.tistory.com/172

참고 2 : 온라인 기사 ‘낚시질’ 점입가경 (최진순 기자님이 메모 형식으로 정리한 것)
http://onlinejournalism.co.kr/1196230804

클릭하면 분노하게 되는 100% 낚시급 제목도 있고, 낚시는 아니지만 클릭했다가 허탈해지는 제목도 많습니다. 네티즌들의 낚시는 귀엽게 여겨질 정도입니다. 아래 예시는 오늘 4월 17일자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올라온 편집제목 중 '인상적'인 것만 쭉 모아 본 것이에요.


1. 심각한 낚시 (실제로 저 제목으로 뉴스캐스트에 올라왔음. 한번 찍어보세요)

'100억 소녀'의 대굴욕
http://news.hankooki.com/lpage/sports/200904/h2009041703093891900.htm

스타킹 때문에 '쯧쯧'
http://news.mt.co.kr/view/mtview.php?no=2009041610395729941&type=2&HEV1

김선아 가슴 받친 차승원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0904161916523&sec_id=540201

여자볼때 가장 중요한 건 냄새
http://www.asiae.co.kr/uhtml/read.php?idxno=2009041703524010709


2
. 허탈한 제목 (1번보다는 양호한데 제목이 내용의 50%도 담지 못해서 허탈해지는 기사들)

'좀비'보다 무서운 건 뭐?
http://www.edaily.co.kr/News/World/NewsRead.asp?sub_cd=HD21&newsid=01705606589657104&clkcode=00203&DirCode=00503&OutLnkChk=Y

인터넷 발칵 뒤집은 아줌마 반응
http://news.hankooki.com/lpage/world/200904/h2009041711091722530.htm

최송현 '담배까지 물었네'
http://sports.chosun.com/news/ntype3.htm?ut=1&name=/news/entertainment/200904/20090418/94r23015.htm

배달맨→192억 매출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04/17/3359077.html?cloc=nnc

남진, "예전에 칼 맞으셨죠?" 묻자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04/17/1130338.html?cloc=nnc

성룡 "비, 자선행사 좀…"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417603003

이거 모르면 '개고생'
http://10.asiae.co.kr/Articles/view_prev.php?tsc=005001000&a_id=2009041610593554003

당장은 언론사닷컴 트래픽이 오르겠지만, 이게 성장 모멘텀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이미지는 더 나빠질 것이고 고만고만한 사이트 못 벗어나겠죠. 결국 네이버에게도 해가 될 것이구요. 조금만 내다봐도 알 수 있는 건데 왜들 저러는지..

아무튼.. 이 허탈함을 나누고 싶어서 기사를 모아 본 포스팅이었습니다 -_-;

PS. 콘텐츠 제목 짓기에 대한 예전 글 링크 걸께요.

참고 3 : 인터넷 콘텐츠 제목의 '75% 원칙'
http://itagora.tistory.com/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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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5일 수요일

유튜브 실명제 거부, 본질을 흐리는 블로거들

유튜브 실명제 거부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글에서 마무리 지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 글의 논거를 아무 언급 없이 발췌해 놓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글이 있어 한번 더 올립니다.

참고 : 한국법 안지키려는 얌체 유튜브
http://www.dooholee.com/blog/dooholee/1085

윗 글의 핵심은 아래 내용입니다.

"그런데, 최근 논쟁을 보면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는, 한국에서 '현지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구글이, 한국의 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대로 서비스를 한다는것이 사건의 핵심인데,
이에 대한 본질적 논의가 흐려졌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알만한 파워블로거들이 본질 흐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구글이 자신들이 만든 서비스에 대해 "사람마다 해설하기나름"이라는 모호한 말로
자신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포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제 반박은 이렇습니다.

첫째, 유튜브는 한국의 법을 따랐습니다. 준수했으니까 한국어로 영상 못 올리고, 댓글 못 달게 했죠. (편법에 대한 얘기는 세번째에서)

그리고 전세계 170여 개 국가에서 통용되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것 뿐인데, 이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로 서비스를 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까요? 그냥 세계에서 통용되는 방식 설명한 것 뿐인데? 우리 법이 잘못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요컨대 한국의 실명제는 악법이고, 유튜브가 그 악법을 따른 결과 이렇게 됐고, 그러니 악법에 대해 논의하고 없애자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이것이야 말로 본질적인 논의인거죠.

둘째, 알만한 파워블로거들이 본질 흐리기를 부추기는 건.. 글쎄요, 윗 글이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윗 글에서 언급한 내용 중에 제가 사용한 팩트가 그대로 들어 있더라구요.

"그리고 그 억압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그 법안이, 이미 지난 정권에서(2007년) 만들어졌는데,
그때는 왜 노무현 정부가 네티즌을 탄압하고 억압했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무슨 조삼모사(朝三暮四)인가요?
노무현 정부때 여론이 실명제 도입에 대해 70%나 찬성을 해서
열린우리당과 정보통신부가 주도해  실명제 법안을 만들었는데,
왜 정권이 바꼈다는 이유로 '억압'과 '탄압'으로 해석되는지.
구글이란 대단한 외국 서비스가 불편하다고 법 바꾸라면, 우리 정부가 법 바꿔야 하나요?"


저는 분명 위 팩트를 언급하면서 유튜브 실명제 거부 사건 만큼은 이명박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억압/탄압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있어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을 억압/탄압해서 유튜브 사건이 초래됐다고 생각하는 네티즌들은 대부분 저 팩트를 몰랐기에 쓴 것이었구요.

그걸 교묘히 결합하면 곤란합니다. 네티즌들이 돌변해서 지금 이명박 정부 까대기에 바쁜 게 아닙니다. 

제가 그 논거를 들면서 얘기한 바는, 그때 포털 미디어 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기성 매체들이 때마침 악플이 이슈가 되니 인터넷 여론 자체를 씹어대기에 여념 없었고 네티즌들은 여기에 휘둘려서 실명제 지지에 나서게 됐다는 거고(별 생각 없었다는거죠), 열린우리당이 일종의 포퓰리즘과 여러 사정으로 실명제 도입을 추진하게 된 것, 우린 그 사실을 알고 정치인과 미디어를 직시하자는 거였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 법안 등장 자체에는 책임이 없지만, 오히려 더 강화하면서 다른 법률(전기통신법)까지 끌어다가 악용하면서 국민 여론을 옥죄고 있는데 그건 비판받아 마땅한 거죠.

아고라 조회수 조작했다고 잡아들이고, 촛불시위 사진 올렸다고 추적해서 붙잡고, 미네르바 1년 6개월 구형 때리고, 쥐 관련한 우화 동영상도 폐쇄해버리고, 한나라당 정치인에 관련하여 안좋은 소문과 사실이 담긴 글이 있다면 권리침해신고 때려놓고 보고..

아고라 경제방 글이 실제로 미네르바 구속된 이후에 크게 줄었습니다. 이게 21세기, 2009년도에 벌어지는 일이에요. 이건 그 법안을 누가 만들었냐에 상관없이 이명박 정부가 벌인 일이고 비판받아 마땅한 겁니다.

교묘하게 저런 식으로 논지 전개해서는 안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세번 째, 물론 유튜브의 처신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한국 사용자들이 동영상 올리고 댓글 달 수 있는 길은 있으니까요. 이걸 '부적절한 처신'이라 했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세계에서 통용되는 방식 그냥 쓰겠다는 것 뿐. 진짜 부적절한 처신은 따로 있습니다. 

애써 논리를 만들어 내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청와대.. 이게 더 웃기지 않나요?
 
윗글 표현대로 라면 '한국의 법을 따르지 않고 교묘히 비껴간 유튜브'에 별 말 없이 고개 숙인 청와대, 일본 왕 한테 고개 숙인 이명박 대통령.. 오버랩 되는 건 저만이 아니겠죠. 그리고 청와대 직원이 직원임을 글에서 밝히지 않은 채 유튜브만 비판하는..

뭐가 더 부적절한 처신인지는 다른 분들이 더 판단 잘 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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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4일 화요일

메인 운영박스로 비교한 네이버 vs 다음

5년 전만 해도 다음과 네이버는 굉장히 달라 보였고, 실제로도 서비스가 많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면서 많이 비슷해져 왔죠.

특히 메인 페이지가 그러한데요,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한커풀 벗겨보면 회사의 이념, 속사정, 추구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뉴스박스 아래에 있는 네이버 오픈캐스트의 감성지수 36.5, 요즘 뜨는 이야기와 Daum의 '유익한 정보검색'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은근히 드러납니다.

이 글은 짧게, 요점만 정리하겠습니다. 이 글로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각 포털 메인의 세번째 박스인 네이버 캐스트, 다음의 블로거뉴스 박스는 제외했어요)


첫번째, 네이버 오픈캐스트 운영 박스의 특징


1. 열린편집을 표방하고 오픈캐스트를 도입했지만, 운영자에 의한 좋은 콘텐츠 편집 박스인 감성지수 36.5, 요즘 뜨는 이야기, 생활의 발견 등은 유지하고 있고 디폴트로 밀어주고 있음.

2. 선정 원칙을 미뤄 짐작하면.. 뉴스에서 다룸직한 이슈성 글이나 주장 보다는 가벼운 '읽을거리'들이 많고, 생활형 콘텐츠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

3. 네이버가 애초 '지식검색'을 표방하면서 컸기에, "사용자가 읽고 도움받았다고 느낄 만한 정보"를 이 박스에 배치하는 행태를 오래 전 부터 보여왔고 큰 실수 없이 유지되고 있음.

4. 네이버에 서비스가 무척 많은데도 거의 네이버 블로그 글 위주로 운영.

5. 네이버 메인 운영박스에 올라오도록 글 쓰는 방법 :

-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해야 함.
- 스크롤이 어느 정도 되는 콘텐츠여야 함.
- 여성의 감성을 자극하는 주제(영화,여행,요리,육아,취미,연예비평,예술)로 쓰는 걸 권장.

- 주제는 좁혀 잡아야 함. '추천 국내여행', '저녁밥 만들기' 같이 너무 일반적이거나 '아내의 유혹 감상평' 처럼 누구나 뛰어드는 주제는 좋지 않다.
- 주제를 좁혀 잡지 못한 경우엔 계절을 고민해야. 초봄에는 꽃구경, 초여름엔 아이스크림 만들기, 초가을엔 단풍구경.. 계절이 시작되기 직전에 쓰는 것이 좋음.

- 혹 스포츠, IT, 자동차 류로 글을 써서 운영자의 간택을 받고 싶다면 김연아, 최고급 DSLR, 람보르기니나 부가티 정도는 되는 것이 좋겠음.  


두번째, 다음의 유익한 정보검색 박스의 특징


1. 다음은 네이버 보다 자금 압박이 심하고, 주력 수입원이었던 배너광고 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보니 검색광고를 잘 보이게 밀어주고 있음. 그러니 저런 변칙적인 운영 행태가 등장.

2. 왜 변칙적인 운영 행태냐 하면.. 운영자가 편집한 콘텐츠가 분명한데 그걸 검색결과에 심었고 '가장 신뢰도 높은 검색결과'라는 다소 낯뜨거운 타이틀을 달고 있으며, 그 검색결과로 가는 링크를 위의 박스에다가 걸어놓았기 때문.

3. 박스 타이틀 자체는 두루뭉실한 문구인 '정보검색'인데, 타이틀에 걸맞게 주제와 내용의 통일성이 없음. 때론 '정보검색'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도 많음. 돌잔치에 간 조인성이 유익한 정보일리는..;;

4. 콘텐츠 질의 편차가 매우 심함. 저 박스에서 "2~3년 후 오게 될 집값 폭등시대 준비하라" 찍어보면 알게 됨. 네이버보다 재밌는 것도 많이 걸리는데, 이슈성 글에서 간혹 '낚였다'는 기분이 드는 것들이 종종 올라옴.

5. 다음 메인 운영박스에 올라오도록 글 쓰는 방법 :

- 일단 제목이 섹시해야 함. 강한 주장을 담은 제목도 좋음.
- 이슈성, 미디어성을 띄고 있으면 선택당할 확률이 높아짐.
- 그러나 사실 다음 전체 서비스에서 통일성 없이 고르는 거라 저기 올라올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함. 타이틀이 콘텐츠를 어떻게 규정하게 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 (요는..'유익한 정보검색' 타이틀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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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0일 금요일

유튜브 실명제 거부의 불편한 진실

유튜브(구글)의 '실명제 거부'가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블로거 여론도 그렇고 기사 댓글을 봐도 환호 일색이죠.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크게 나오고 있습니다.

참고 1 : 한국 인터넷 정책, 구글에 '굴욕'?, 2009. 4. 9 (댓글 한번 쭉 보세요)
http://media.daum.net/digital/view.html?cateid=1006&newsid=20090409135606354

엄밀히 따지면 유튜브는 한국의 실명제 법을 거부한게 아니라 준수한 겁니다.

법을 따르기 위해 유튜브 '한국'으로 세팅되어 있을 경우엔 동영상 업로드, 댓글 달기를 못하도록 막았고 다른 나라로 세팅하면 아무 문제가 없죠. 실명제 법 자체가 인터넷과 얼마나 안 어울리는 법안인지 유튜브가 증명해 줬습니다.

그러나 슬픈 현실은, 이 실명제 법이 5년 전 노무현 정부 때 논의되었고, 열린우리당이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며, 대다수 네티즌도 동조했고 그래서 2년전 본격적으로 실행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참고 2 : 인터넷실명제, 지난해와 무엇이 다른가 - 2005. 7. 13, 참세상
인터넷실명제, 여론 65~80% 찬성 - 민주노동당은 반대 - 언론은 잠잠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28259


참고 3 : 1일 방문자 10만 넘으면 제한적 실명제 적용 - 2007. 1. 9, 연합뉴스http://media.daum.net/society/nation/others/view.html?cateid=1001&newsid=20070109050815501

2005년도의 참세상 기사에 나와 있는 내용을 간단하게 언급하겠습니다.

인터넷 실명제 논의는 2003년부터 시작됐고, 2004년에 처음 도입된 '1차 법안'은 굉장히 제한적인 실명제였습니다. 선거 120일 전부터 선거 관련 게시판에서만 일시적으로 실명제를 시행한다는 거였죠.

그러나 개똥녀 사건 등이 퍼지면서 인터넷 여론의 악기능을 비판하는 매체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때마침 네티즌들한테 욕먹으면서 재보선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실명제 확대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인터넷 여론의 부정적 기능을 목도한 네티즌들이 미디어들에 휘둘리기 시작합니다.

급격히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벌인 일 보다 훨씬 더 과하게 매질당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개똥녀 사건, 서울대 도서관 폭행사건 등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여론'도 매질당하고 순기능이 매장당하면서 네티즌들은 급격히 실명제 도입 찬성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위 기사에도 나왔지만 2005년 당시 65~80%의 네티즌이 실명제 도입을 지지했었으니 말 다했죠.

당시 포털들은 엄청나게 트래픽이 성장하고 있었는데, 이에 걸맞는 CS 대응 체계를 구비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모든 UCC에 신고버튼을 붙일 생각을 못했던 때였고 고객센터 대응도 매우 늦었었습니다. 그러나 개똥녀 사건 이후에 고객센터를 대폭 확충하고 체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사실 정부와 네티즌들이 포털을 비롯한 웹서비스들의 체계가 잡히도록 조금 더 기다려주면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나 실명제는 확대 도입됐고, 결국 악플은 전혀 줄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는 그 악법을 가지고 네티즌 여론을 옥죄는 방법으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통탄할 일이죠.

지금의 실명제 법을 비유하면..

길거리나 대문 앞에 누가 똥 싸 놨으면 기분 좀 나쁘지만 환경미화원(고객센터)이 얼른 치우고, 너무 심하면 그 똥 DNA(IP)를 추출하여 잡아내면 되는 일이었는데 정부와 네티즌은 '길거리에 똥이 많다'며 거리를 다니는 사람 모두에게 명찰 달게 하고 모든 똥은 구속수사하겠다고 나선 꼴이었죠.

슬프면서 불편한 진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벌인 일도 아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악하게 굴어서 유튜브가 실명제를 거부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우리의 정책 집행 대리자(정치인)를 잘못 뽑았고(열린우리당이든 MB든), 잘못된 정책 집행에 눈감았으며, 우리 목소리를 정확히 대변해야 할 미디어가 인터넷 여론 악기능만 몰아세우던 2005년에 "그냥 그런가보다, 실명제 하자"라고 순응했던 게 큰 이유였죠.

정책 집행의 대리자와 목소리의 대변자. 우리가 우리 정치와 미디어를 개혁하지 않는 이상엔 유튜브 실명제 거부 같은 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습니다. 대리자와 대변자를 똑바로 내세울 수 있도록 우리 먼저 더 똑똑해지고 주변인들을 설득하여 크고 올바른 여론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PS. 청와대 블로그에서 트랙백을 걸었길래 가보니, 2007년 7월에 공표된 법은 일 UV 30만 이상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하는 거였는데 이게 2009년 1월에 개정되어 일 UV 10만으로 기준이 대폭 내려갔네요.
MB 정부가 책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아무튼 법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폐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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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8일 수요일

내가 좋아서 기획하기 vs 해야해서 하기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얘기,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와 토론(FGI, FGT)의 중요성, 사용성 테스트(Usability Test),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Centered Design),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다 같은 맥락이고 필요한 것들이죠.

그러나 가장 좋은 케이스는, 내가 곧 사용자가 되는 그런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내가 좋아서 기획하는, 나를 그냥 사용자로 상정하면 되는 서비스. 그럼 초기에 FGI, FGT, UT 다 필요 없습니다. 내가 느끼고 싶은 가치에 집중하면 되니까요.

전세계 뮤지션들과 팬들을 엮어주기 위해 시작했던 마이스페이스(myspace.com)는 창업자인 톰 앤더슨 자신이 전직 인디 록밴드 출신이었습니다. 그냥 본인이 기꺼이 쓰고 싶은 서비스를 기획하면 됐죠.

페이스북(facebook.com)의 창업자인 마크 주크버그는 하버드대생이었습니다. 하버드대 학생들을 엮어주기 위해 만들었던 게 페이스북이니 본인과 친구만 생각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유튜브는? 창업자인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이 파티에서 찍은 영상을 친구한테 돌릴 방법이 마땅치 않아 스스로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하여 2005년에 탄생했죠. 만들면서 보니 이거 되겠다 싶어서 투자 받았고, 그 뒤는 뭐 다들 잘 알다시피 =_=b

요컨대 저들 서비스 창업자들은 '사용자 입장'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자신만 생각하면 되는 상황이었고, 자신이 중요시 하는 서비스 핵심 가치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본인이 좋아하는, 본인이 기꺼이 사용하고 싶은, 그러면서 왠지 잘 될 것 같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정말 일생 단 한번의 기회라 생각하고 최대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겠습니다. 그런 기회를 못 얻는 사람도 수두룩하니까요.

PS. 내가 좋아서 만들었지만 '나만 좋아하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긴 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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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7일 화요일

김연아와 마케다, 아웃라이어로 본 성공조건

'티핑 포인트'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의 새 책, <아웃라이어>가 화제입니다. 한번 잡으니 끝까지 읽게 되더군요. 말콤 글래드웰도 재밌게 책 쓰는 아웃라이어(outlier, 크기 n인 표본에서 아주 큰 값이나 아주 작은 값을 갖는 관측값, 여기서는 '아주 크게 성공한 사람')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책에는 굉장히 많은 사례가 쭉쭉 나오는데,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요인이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개인의 타고 난 능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1만 여 시간에 달하는 수련 시간(deliberate practice)이 더 중요하고 사회 제도와 문화, 성장할 때의 주변 환경, 교육 여건, 부모님의 교육에 대한 태도, 훌륭한 은사, 심지어 시대적 기회라는 '운빨'까지도 따라준 사람들이 바로 '아웃라이어'라는 것입니다.

글래드웰은 "난 기회가 없으니 아웃라이어 못 되겠네, 쳇"하고 넘어가길 바란 게 아닙니다. 위의 수많은 조건 중 제도와 문화, 교육 여건 등도 있는데 이러한 사회적 장치가 보완되어 재능 있는 사람들이 보다 많은 기회를 얻도록 바꿔나가자.. 라고 얘기하는 거죠. 한국의 교육자들이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나니 최근의 아웃라이어 들을 이 책에 비춰 해석해보게 되더군요.

먼저 피겨 여왕 김연아부터 살펴보면.. 타고 난 신체 조건도 무시할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아웃라이어 조건은 역시 '지독한 연습'이었을 것입니다.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일주일에 한번씩 스케이트를 새 걸로 바꿔야 했다고 하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298&aid=0000014745&

(상략) 하루에 6번. 1년에 1800번. 
김연아가 1년에 휴일을 뺀 300일 동안 점프를 하면서 넘어진 횟수다. 보통 사람 같으면 진작 포기하고도 남았을 고통이다. 김연아는 그만큼 지독한 ‘연습벌레’다. 

김연아가 주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2006년 5월. 연습을 너무 많이 한 탓에 4개월은 신어야 하는 스케이트화가 일주일을 버티지 못했다. 매주 새로 스케이트화를 사는 데 지친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가 “연아는 은퇴하기로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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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아웃라이어 조건인 1만 시간은 채우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연습량을 채울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노력도 컸죠. IMF로 사업 부도 위기를 맞았던 아버지가 딸을 믿고 재정적 뒷바라지를 꾸준히 했으며 어머니의 조력은 이미 유명하니 패스..(관련 기사

타고 난 신체조건, 부모님의 뒷바라지, 본인이 기꺼이 소화한 엄청난 연습량.. 결국 2006년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니 스케이트를 공짜로 제공해주겠다는 업체가 나타나는 '행운의 기회'도 잡았고 브라이언 오셔라는 훌륭한 코치도 만나게 됩니다. 재능, 노력, 도움, 기회가 맞아 떨어졌죠.

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웅이 된 이탈리아 출신 마케다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 가능할 것입니다.

타고 난 신체조건이 좋았고, 어린 시절부터 유소년 팀에서 엄청나게 연습했고, 두각을 나타내니 더 좋은 훈련을 받고 기회가 주어졌고, 이 때문에 맨유에까지 소식이 알려져서 조기 스카웃되고(가족까지 영국으로 이주시켰다죠)..

이제 맨유에서는 훌륭한 스승인 솔샤르를 만나 더욱 더 수련을 쌓고, 퍼거슨 감독이 중요한 경기에 데뷔전을 치르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고, 마침 또 골을 터트리고.. 정말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는 훌륭한 환경이었던 거고, 그 또한 그 기회를 잘 잡았던 것입니다.

(마케다는 처음에 '마체다'라고 나왔는데, che가 이탈리아어로 '께'에 가깝게 발음되고 외국어 표기법에 따라 '케'가 맞다고 하네요)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는 분명 재밌고, 빌 게이츠와 스티븐 잡스로부터 시작하여 김연아와 마케다 같은 스포츠 선수에도 잘 들어 맞습니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 "그럼 나도 회사에서 일한 시간이 10년 여 되고, 1만 시간은 충분히 넘으니 아웃라이어인 건가"라 반문할 수도 있는데 여기서의 1만 시간은 수련에 쌓는 시간(deliberate practice)이라는 것입니다. ('애자일 이야기'에서 발췌)

단순하게, 반복적으로 했던 일을 또 하며 1만 시간을 채운다면 그 시간은 쓸모가 없는 거죠. 다르게 해석하면 연차는 짧더라도 맡은 일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개선안을 강구하고 실천하여 이를 통해 스스로 업그레이드 하는 '수련'에 투자한 시간이 크다면 금방 '아웃라이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요컨대 아웃라이어의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지만 몇몇 조건은 본인 스스로 콘트롤하여 만들어 나갈 수 있고, 사회/학교/회사 등의 기관에서도 몇 가지 조건은 깔아줄 수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경우 사회/학교 등 기관에서 엄청나게 도와줬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이를 어머니가 커버했고, 마케다는 이탈리아 유소년 팀이 결정적인 첫 단추였던 셈이죠.

대한민국 교육을 돌이켜 보면.. 이러한 '결정적인 첫 단추'를 다양하게, 많이, 동등하게 제공하여 많은 재능있는 청소년들이 동앗줄을 타고 쭉쭉 올라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할텐데 일제고사로 대변되는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은 이를 역행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아웃라이어 조건이 강남 8학군, 무슨 학원 출신, SKY 졸업 식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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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6일 월요일

2009년 4월 3일 금요일

한국 TV에서 웹사이트 리뷰를 볼 수 있는 날은?

지난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웹계에서는 오바마 보다도 더 주목받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페이스북과 CNN의 결합이었는데요, 보다 정확히 말하면 'CNN 홈페이지의 취임식 생중계를 지켜보면서 Facebook 유저들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던' 그런 일이었습니다.

참고 : Facebook + CNN = Future of TV
http://newteevee.com/2009/01/20/facebook-cnn-is-future-of-tv/

성과도 굉장했죠. 취임식 하는 동안에 CNN 중계와 연동하여 페이스북에 올라온 의견은 100만 개에 달했고 페이스북의 오바마 프로필에는 40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하네요. CNN도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았습니다. CNN이 원래 1등 미디어라서 이슈가 발생할 때 쏠림현상의 덕을 봅니다만 그래도 급격한 Reach 그래프 상승에는 7천만 회원의 페이스북도 상당히 기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든 일은 어느날 갑자기 확 벌어진 사건이 아닙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은 F8을 시작으로 오픈 플랫폼을 추구하면서 2008년 5월에 'Facebook Connect'란 이름의 Open API를 발표합니다. Facebook Connect는 외부 웹서비스가 이를 붙이면 페이스북 회원이 그 사이트에서 별도 절차 없이도 쉽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하죠.

그런데 원래부터 웹에 관심이 많았던 CNN이 2008년 10월, 자사 웹사이트에 Facebook Connect를 도입하게 됩니다. 처음엔 CNN Forum에 붙였다고 하는데요, 2009년 1월의 취임식을 미리 내다보고 도입한 것이었다면 CNN 관계자의 선구안은 정말 인정해줘야 할 것 같네요.

요컨대 페이스북과 CNN의 결합은 2009년 1월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이뤄진 게 아니라 그들의 마인드가 이미 기저에 깔려 있었고 이미 오픈한 기능들을 최대한 붙이고 활용하여 일궈낸 성과입니다.  

CNN 뿐 만이 아닙니다. 정통의 뉴욕타임스도, 영국의 BBC도 웹의 가능성을 진작 내다보고 일찍부터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자사 웹사이트를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미디어 자체가 웹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자사 웹사이트도 그에 걸맞도록 키워 나가고 있는거죠.

다른 공중파 매체는 또 어떨까요. 미국에서 유명한 보수매체로 FOX 뉴스채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보수매체이니 웹에 대해서도 보수적일 것 같고.." 그런 편견을 가졌었는데(--;) 아래 영상을 보고 페이스북/CNN 결합과는 다른 의미의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위 영상은 2007년도에 막 등장했던 플래시게임 웹사이트인 Kongregate 제작자와의 인터뷰를 담고 있습니다. FOX 뉴스채널에서 방송되었죠. (이 영상을 알게 된 Pig-Min님께 감사^^ 관련글 링크)

아니.. 대체..

한국에서, TV라는 강력한 매체에서, 잘 나가는 서비스도 아니고 이제 막 오픈한 웹사이트를 저렇게 방송 카메라로 훑으면서 리뷰하고 창업자와 인터뷰를 하는 내용을 볼 날이 있을까요? 그런 날이 올까요?

2007년이면 유튜브가 한창 성장하면서 온갖 이슈를 만들던 시절이었고(지금도 그렇지만) 마침 저 사이트가 '게임계의 유튜브'를 표방하니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긴 한데.. 웹서비스에 대한 긍정적인 TV 뉴스를 본 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뉴스 자체도 낯설거니와 "우리나라는?" 하고 반문하게 되네요.

연예인 자살과 악플, 촛불시위와 아고라 청원, 일개 사건에 대한 네티즌 반응들(댓글 스크롤), 야후 음란 동영상 파문 정도가 TV에서 웹사이트에 대해 본 내용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싸이월드 돌풍 때나 네이버 지식iN 열풍 불 땐 기사 뜬 것 같기도 한데.. 신규 웹사이트 리뷰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죠.

인터넷과 네티즌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만 나가는 한국의 언론. 웹서비스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적극 키우려고 하며 심지어 신규 웹사이트에 대한 브리핑도 보도하는 미국의 언론.  비교하기 싫어도 비교되니 어쩔 수 없군요.

뭐, 언론 뿐이겠어요.. 에혀.

<컨트롤 타워 없는 한국 IT '이유있는 추락'>이란 기사가 나오고 있는 판에 <"MB정부 IT정책 비판은 과거 이권누린 자의 향수">란 정부 측 변명이 이어지고 있는 마당이고.. "요새 애들은 웹이나 게임이 돈도 안되고 빡세게 일시키는 것 다 알아서 잘 지원하지 않아요"란 말이 서슴없이 오가는 현실이니 -_-;;

같이 사이좋게 늙어가는 종사자들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사회/문화적으로 웹의 가치를 더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언젠가는 우리나라 TV에서도 저런 방송을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저 영상의 주인공인 Kongregate 링크 걸고 끝맺을께요. 게임 정말 재밌습니다 -_-b
(조만간 최근 뜨고 있는 인디게임 관련 포스팅 하나 올리겠습니다)

콩그리게이트(줄여서 '콩문'이라 불림 by Pig-Min님)
http://www.kongreg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