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0일 월요일

포털 댓글 명예훼손 판결 - 진실은?

지난 주에 뜬 기사입니다. 2005년도 사건이었는데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포털이 배상하게 됐군요.

참고 1 : 비방 댓글 방치 포털에 배상 판결, 2009.4.17
http://media.daum.net/digital/internet/view.html?cateid=1048&newsid=20090417064106464

이 사건은 포털이 배상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많은 이슈를 담고 있는데 2007년 도에 관련 글을 쓴 것이 있어서요, 지금 시점에 맞게 고쳐서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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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댓글 명예훼손 사건 판결이 화제가 되고 있으나 2005년 당시 사건의 진실은 묻히고 왜곡되어 '포털 댓글'만 달랑 남은 것 같아서 포스팅 하나 올립니다.

故서씨 사건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시리라 믿고 시작합니다.
대체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어떻게, 왜 퍼지게 됐을까요. 왜 포털 댓글만이 문제가 되어 판결났을까요.

먼저 사건의 진행 경과를 짚으며 설명드리겠습니다.

1.
시작은, 자살한 故서씨의 가족들이 싸이 홈피에 '안타까운 사연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실명제 기반의 싸이월드에서, 이 사연 글에 등장하는 남자가 누구인지는 쉽게 추적이 가능했고 네티즌들은 사연이 담긴 글과 함께 싸이월드를 통해 드러난 남자의 신상정보를 인터넷 곳곳에 퍼뜨리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05년 5월 초. 인터넷은 폭풍전 고요, 그 자체였습니다.

2.
당시 '급등 검색어' 코너를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던 네이버에서 '서OO'를 비롯한 각종 키워드들이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사연 글과 남자의 신상정보는 세트로 묶여서 인터넷 구석구석에 퍼지기 시작했고, 흥분한 네티즌들은 인터넷 네트워크 효과로 순식간에 이 글을 퍼뜨리게 됩니다. 대체 어디까지 퍼졌는지는 구글 검색결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말 '구석구석'까지 퍼졌죠.

3.
2005년 5월 8일. 인터넷 매체들이 사건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사들은 url이 순식간에 퍼지며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으며, 포털은 노출하지 않은 기사(편집하지 않은 기사)에도 댓글이 달리는 것을 확인하고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내어 댓글을 관리, 또는 댓글란 자체를 닫기 시작합니다.

4.
스트레이트 기사 이후 여러 다양한 기사들이 또다시 쏟아지게 됐습니다.
이때 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인터넷 매체이자 포털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일리안 마저도, 당시에는 포털 댓글을 통한 K씨 명예훼손 보다는 자살한 여자 분의 신원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기사를 썼었죠.

포털 댓글 소송을 이끌었던 변모씨(포털 피해자를 위한 모임 대표)가 2005년 당시 편집국장으로 있었던 브레이크뉴스의 기사도 인상적입니다.




브레이크뉴스에 올라온 2005년 5월 10일자의 위 기사에도 댓글이 무려 51개나 달려 있습니다. 소규모 인터넷 매체에 댓글이 이정도로 달렸다는 얘기는 정말 이 이슈가 인터넷 네트워크 효과로 엄청나게 퍼졌다는 반증이죠.

거기에다 이 기사에는 K씨의 실명이 드러난 댓글이 4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기사 url을 걸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브레이크뉴스와 성격이 다른 매체 기사도 보실 수 있는데요,

 


이 중소 매체의 기사에도 무려 39개의 댓글이 달렸고, 이 기사에도 포털 댓글에 소송건 남자의 개인정보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요컨대, K씨의 신상정보는, 실명제 기반인 싸이월드를 시작으로 네트워크를 타고 순식간에 인터넷 곳곳에 폭발적으로 퍼지게 되었고, 흥분한 네티즌들은 자신이 하나의 '노드'가 되어 이 정보를 또다시 전파하게 됐습니다.

인터넷 중소 매체의 댓글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K씨의 개인정보가 지금까지 노출되고 있을 정도로 인터넷 네트워크 효과가 정말 엄청난 것임을 보여준 사건이었던 거죠.

더구나 2005년도는 인터넷의 파급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인터넷 자체가 미디어화가 되기 시작한 시점이었으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경험이 없었던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몰랐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 뒤로도 부산 K중 살인사건, 박지윤 아나 사건까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계속 벌어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네티즌들의 각성, 포털의 관리능력 강화, 인기 검색어에 대한 주의 환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K씨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명예훼손은 누가 처벌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K씨는 故서씨 가족들을 고발할 수도 있는거고,
K씨는 미니홈피를 까발려서 퍼뜨린 최초의 네티즌들을 잡아 고발할 수도 있는거고,
K씨는 서씨 관련 기사를 쓴 기자들을 고발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변모씨가 중재하여 포털을 소송걸게 만들었고, K씨는 변모씨가 운영했던 브레이크뉴스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계속 노출하고 있는지도 모른체 '댓글 관리를 소홀한 포털'만 고소하기에 이릅니다.

참고 2 : “포털 사이트 피해 더 이상 못 참아”, 2005.7.7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20&aid=0000306799

사실 개인정보를 퍼뜨린 모든 네티즌과 개인정보를 조금이라도 방치했던 모든 서비스들이 처벌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인터넷의 위력에 대해 크게 각성하게 된 사건이었고, 따라서 '포털 댓글'로 일벌백계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인터넷에 내 사진을 올린다는 것의 의미'란 이름으로 돌았던 동영상을 첨부하고 글 마무리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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