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3일 금요일

한국 TV에서 웹사이트 리뷰를 볼 수 있는 날은?

지난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웹계에서는 오바마 보다도 더 주목받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페이스북과 CNN의 결합이었는데요, 보다 정확히 말하면 'CNN 홈페이지의 취임식 생중계를 지켜보면서 Facebook 유저들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던' 그런 일이었습니다.

참고 : Facebook + CNN = Future of TV
http://newteevee.com/2009/01/20/facebook-cnn-is-future-of-tv/

성과도 굉장했죠. 취임식 하는 동안에 CNN 중계와 연동하여 페이스북에 올라온 의견은 100만 개에 달했고 페이스북의 오바마 프로필에는 40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하네요. CNN도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았습니다. CNN이 원래 1등 미디어라서 이슈가 발생할 때 쏠림현상의 덕을 봅니다만 그래도 급격한 Reach 그래프 상승에는 7천만 회원의 페이스북도 상당히 기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든 일은 어느날 갑자기 확 벌어진 사건이 아닙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은 F8을 시작으로 오픈 플랫폼을 추구하면서 2008년 5월에 'Facebook Connect'란 이름의 Open API를 발표합니다. Facebook Connect는 외부 웹서비스가 이를 붙이면 페이스북 회원이 그 사이트에서 별도 절차 없이도 쉽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하죠.

그런데 원래부터 웹에 관심이 많았던 CNN이 2008년 10월, 자사 웹사이트에 Facebook Connect를 도입하게 됩니다. 처음엔 CNN Forum에 붙였다고 하는데요, 2009년 1월의 취임식을 미리 내다보고 도입한 것이었다면 CNN 관계자의 선구안은 정말 인정해줘야 할 것 같네요.

요컨대 페이스북과 CNN의 결합은 2009년 1월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이뤄진 게 아니라 그들의 마인드가 이미 기저에 깔려 있었고 이미 오픈한 기능들을 최대한 붙이고 활용하여 일궈낸 성과입니다.  

CNN 뿐 만이 아닙니다. 정통의 뉴욕타임스도, 영국의 BBC도 웹의 가능성을 진작 내다보고 일찍부터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자사 웹사이트를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미디어 자체가 웹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자사 웹사이트도 그에 걸맞도록 키워 나가고 있는거죠.

다른 공중파 매체는 또 어떨까요. 미국에서 유명한 보수매체로 FOX 뉴스채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보수매체이니 웹에 대해서도 보수적일 것 같고.." 그런 편견을 가졌었는데(--;) 아래 영상을 보고 페이스북/CNN 결합과는 다른 의미의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위 영상은 2007년도에 막 등장했던 플래시게임 웹사이트인 Kongregate 제작자와의 인터뷰를 담고 있습니다. FOX 뉴스채널에서 방송되었죠. (이 영상을 알게 된 Pig-Min님께 감사^^ 관련글 링크)

아니.. 대체..

한국에서, TV라는 강력한 매체에서, 잘 나가는 서비스도 아니고 이제 막 오픈한 웹사이트를 저렇게 방송 카메라로 훑으면서 리뷰하고 창업자와 인터뷰를 하는 내용을 볼 날이 있을까요? 그런 날이 올까요?

2007년이면 유튜브가 한창 성장하면서 온갖 이슈를 만들던 시절이었고(지금도 그렇지만) 마침 저 사이트가 '게임계의 유튜브'를 표방하니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긴 한데.. 웹서비스에 대한 긍정적인 TV 뉴스를 본 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뉴스 자체도 낯설거니와 "우리나라는?" 하고 반문하게 되네요.

연예인 자살과 악플, 촛불시위와 아고라 청원, 일개 사건에 대한 네티즌 반응들(댓글 스크롤), 야후 음란 동영상 파문 정도가 TV에서 웹사이트에 대해 본 내용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싸이월드 돌풍 때나 네이버 지식iN 열풍 불 땐 기사 뜬 것 같기도 한데.. 신규 웹사이트 리뷰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죠.

인터넷과 네티즌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만 나가는 한국의 언론. 웹서비스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적극 키우려고 하며 심지어 신규 웹사이트에 대한 브리핑도 보도하는 미국의 언론.  비교하기 싫어도 비교되니 어쩔 수 없군요.

뭐, 언론 뿐이겠어요.. 에혀.

<컨트롤 타워 없는 한국 IT '이유있는 추락'>이란 기사가 나오고 있는 판에 <"MB정부 IT정책 비판은 과거 이권누린 자의 향수">란 정부 측 변명이 이어지고 있는 마당이고.. "요새 애들은 웹이나 게임이 돈도 안되고 빡세게 일시키는 것 다 알아서 잘 지원하지 않아요"란 말이 서슴없이 오가는 현실이니 -_-;;

같이 사이좋게 늙어가는 종사자들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사회/문화적으로 웹의 가치를 더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언젠가는 우리나라 TV에서도 저런 방송을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저 영상의 주인공인 Kongregate 링크 걸고 끝맺을께요. 게임 정말 재밌습니다 -_-b
(조만간 최근 뜨고 있는 인디게임 관련 포스팅 하나 올리겠습니다)

콩그리게이트(줄여서 '콩문'이라 불림 by Pig-Min님)
http://www.kongreg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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