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랭키닷컴 분석 결과를 보면, UV(순방문자) 측면에서 윙버스는 큰폭으로 상승했고 나머지 웹2.0 서비스들도 점진적으로 상승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이 증가되어야 할 PV(페이지뷰)는 작년(07년 9월) 비해 정체되었거나 소폭 하락했으며, 올초인 08년 1월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 : "추락하는 웹2.0 기업에는 날개가 없다" 우공이산님 글 그래프 참조
http://asadal.bloter.net/4889


이에 대한 랭키닷컴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방문자수가 증가하더라도 이들이 이용하는 총 페이지뷰는 감소한 것으로 방문자들의 충성도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해석은 과연 맞는 것일까요?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랭키닷컴 해석엔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번째, 페이지뷰의 의미 변화
위에서 언급된 한국의 웹2.0 서비스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정도 Rich UI가 구현되어 있고, 따라서 페이지뷰로 방문자 충성도를 측정하는 것은 무리가 따릅니다. 페이지 전환없이 그 자리에서 휙휙 처리하는 것들이 많아졌기에 페이지 뷰 1이 의미하는 것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들 웹2.0 서비스들이 작년 이후에 Rich UI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했다면, 체류시간은 증가하면서 페이지 뷰는 하락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리안클릭으로 몇 개 사이트 찍어서 조사해보니 체류시간도 정체이긴 하더군요)
두번째, 비교 기간의 오류
작년 9월과 올해 9월의 PV 변화를 비교한 지표를 보면 윙버스와 미투데이는 상승했고, 위자드닷컴은 거의 그대로이며, 한RSS와 레뷰는 다소 하락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만 놓고 보면 '추락'이라 하기엔 좀 그렇고 '정체'가 어울리는 표현이겠죠. 그러나 올해 초 그래프와 비교해 보면 명백한 '추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1월달은 겨울방학 기간이고, 웹2.0 사이트를 포함한 모든 서비스들이 약진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다수의 사이트들이 10~20% 이상 PV가 증가하며 네이버 쥬니버의 경우 2배, 3배까지도 뜁니다. 반면 9월은 2학기 개강(개학)한 직후이지요. 당연히 감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계절적인 요인을 무시하고 1월과 9월을 비교하여 해석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요컨대 한국의 웹2.0 서비스는 랭키닷컴 해석대로 '추락했다'고 볼 순 없습니다. 원래부터 정체였던 것이죠. UV가 상승하긴 했으나 체류시간(DT), 페이지뷰는 정체 상태이고, 이들 규모는 포털의 서브 서비스에 비하면 (죄송한 표현입니다만) '꼬꼬마' 수준이라서..
따라서 냉철하게 말하면, '한국의 웹2.0 서비스에는 애초부터 날개가 없거나 작더라'가 맞습니다. 모든 사이트가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만, 다수의 한국 웹2.0 서비스들은 웹2.0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서비스 목표 설정과 전략 수립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웹2.0과 그에 맞는 비지니스 모델을 세우기 이전에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단계에서 티핑 포인트를 넘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한RSS는 RSS 용어와 기능의 어려움으로 캐파(Capacity) 자체가 작은 사이트라서 처음부터 작은 서비스를 노렸을 것입니다. 정체, 추락을 논할 서비스는 아닌 것 같아요.
미투데이의 경우, 서비스 장르인 '마이크로 블로그'는 우리나라에선 그닥 참신한 개념이 아니었죠. 미국은 포럼과 헤비 블로그가 먼저 안착되고 그 뒤에 소소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마이크로 블로그(트위터)가 나와 히트쳤으나, 우리나라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웃대, 루리웹, DVD프라임 등 각종 소규모 커뮤니티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어 여기서 소소한 이야기를 떠들고 공유하는 것이 한참 전에 발달해 있었습니다. 미투데이는 이들 충성도 높은 소규모 커뮤니티 이상의 즐거움과 가치를 주어야 티핑 포인트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이 중요한게 아닌..
윙버스와 레뷰의 경우에는 버티컬 사이트로 시작했어야 하는데 너무 '넓게' 잡았습니다. 페이스북도 하버드대생만 모으는 것으로 시작했고, 마이스페이스도 처음엔 인디 음악을 주제로 시작했으며, Daum도 한메일이란 버티컬 주제로 시작하여 카페 등으로 넓혀갔습니다. 네이버는 오로지 검색으로만 시작했고요.
반면 윙버스와 레뷰의 경우 '세계 여행자들의 모든 경험을 모은다',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를 서비스 목표로 삼고 그에 맞는 전략으로 오픈했는데, 이건 너무 거대하죠.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를 보기 이전에 사용자들은 각각 주제에 맞는 버티컬 사이트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위자드닷컴도 주제가 너무 넓은 점에서 윙버스/레뷰의 문제와 동일합니다. 좀 한정지어서 '뉴스를 많이 보는 사람이 쉽게 만드는 맞춤 포털' 식으로, '우선 하나부터 잡는다'를 목표로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때 한국 웹계 전체가 웹2.0에 경도됐다가 지금은 '거봐 실패하네', '그냥 마케팅 용어였네' 이런 말들이 오가는 것 같아 살짝 안타까운데요, 웹1.0, 2.0을 떠나 서비스 목표와 전략이 중요함을 깨닫고 비지니스 모델을 세우기 이전에 사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도록 사이트를 탄탄하게 잘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PS. 비 IT업계 분들을 위한 용어 설명
UV(Unique Visitor) : 사이트 순방문자. 한 명이 하루에 10번을 방문해도 1로 계산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터넷 사용자는 대략 3천만명을 넘어서며, 네이버, 다음의 주간 UV(일주일에 한번 이상 방문한 사용자)는 2천만을 넘어선다.
PV(Page View) :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하여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거나 그쪽으로 페이지 전환되었을 경우 1PV로 침. 시스템에 의한 강제 리프레싱, 레이어 팝업, Ajax로 인한 해당 페이지에서의 부분 고침은 PV에서 제외된다. 지금도 웹1.0 서비스에서는 중요한 척도.
DT(Duration Time) : 체류시간. 보통 서비스 로그를 가지고 구하기도 하고, 코리안클릭의 경우 패널들 뽑아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이 데이터를 뽑아내기도 한다. 웹2.0이 강조되면서 중요해진 정보. DT는 사이트 고착도(stickness).. 중독성을 알아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버티컬 사이트 : 보통 단일 주제로, 깊은 정보를 담은 전문 사이트를 의미. '단일 주제'라 해도 주제의 폭이 좁고 넓을 순 있다. 아마존도 책이란 단일 주제로 시작했던 버티컬 사이트였으나 지금은 엄청나게 수평 확대되었다. 보통 처음 탄생해서 확 커지는 서비스들 보면 버티컬로 시작하여(핵심),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을 밟는다.
호라이즌 사이트 : 이미 넓어진 국내 포털 같은 사이트를 지칭. 자본이 빠방한 회사들은 바로 호라이즌 사이트를 오픈하고 마케팅 엄청 때릴 수도 있다. SKT의 11번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 이 글에서는 이 용어가 따로 언급되어 있지 않음.
Rich UI : 과거 정적인 유저 인터페이스를 탈피하여 뭔가 누르면 그 자리에서 휙휙 바뀌거나 멋지구리한 반응을 보이는 유저 인터페이스를 의미한다.
관련 글 :
한국에서 웹2.0 서비스가 뜨지 못한 이유
http://itagora.tistory.com/92
서비스 애칭과 소속감 부여로 티핑 포인트 넘기
http://itagora.tistory.co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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