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8일 수요일

다음의 '검색 트래픽 드라이브'의 큰 한계점

buckshot님의 아래 블로그 글에 동감하면서, 제 생각을 덧붙이겠습니다.

다음의 핫 이슈 검색 트래픽 드라이브
http://read-lead.com/blog/entry/다음의-핫-이슈-검색-트래픽-드라이브?TSSESSION=6405ec7569d8596010af55a342a57b57

(상략) 다음은 미디어-검색의 조합을 통해 재미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은 미디어 이슈와 검색 키워드와의 조합을 통한 유저의 ATTENTION 확보 측면에서 네이버를 분명 앞서고 있다. 다음의 미디어-검색 연동을 통한 해당 이슈 관련 통합검색결과 페이지로의 이동 유도는 그 동안 포털 방문 유저의 미디어 컨텐츠 소비 방식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지금까지 네이버가 주도해 왔던 엔터테인먼트/스포츠 계의 키워드 검색은 주로 정적인 느낌을 주는 사람/테마의 이름/타이틀 자체에 포커스하고 있었던 것에 반해 다음이 새롭게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 기반의 신규 키워드 검색 시장은 역동적인 라이프 사이클을 타고 움직이는 핫 이슈 관련 키워드이기 때문에 네이버가 압도적 우위를 점해왔던 기존 키워드 시장과는 분명 차별화된 영역이라 보여진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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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지식'과 '검색'으로 포지셔닝하는데 성공한 이상 다음이 검색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식iN에 대항하여 신지식을 내놓았지만 너무 늦어버렸고,
네이버의 Human-based NoGaDa 검색에 똑같이 손 검색으로 대응하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고,
멋진 검색엔진을 만들고 가다듬어 사용자를 조금씩 끌어들이는 건 리소스도 크게 들고 오래 걸리고..  

결국 지금의 '핫 이슈를 통한 검색 트래픽 드라이브'는 다음이 처한 여건에서 최적의 선택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정말 다음의 검색을 통해 노출되는 '핫 이슈'가 대한민국 양대 포털의 위상에 맞는 '핫 이슈'가 맞는지, 그리고 그 핫 이슈로 정말 검색을 끌어올리면서 다음의 포털 파워를 끌어올린 것인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buckshot님이 캡처하신 키워드의 속성만 보더라도, 통합검색창 상단의 인기검색어 5 + 실시간 이슈검색어 10 + 유익한 정보검색 3 → 총 18가지의 핫 이슈 키워드를 메인 전면에 배치했는데 키워드의 장르(?)를 보면 이게 과연 대한민국 양대 포털에 걸맞는 핫 이슈인지는 의심스럽습니다.

백지영 유리   에이미 고백   솔비 대시   유건 가족관계   박휘순 교통사고  
홈에버 쇠고기   클래지콰이 서태지   연예통신 사과문   살찐 디카프리오  

위의 실시간 이슈검색어 10개 중 연예 이슈가 아닌 것이 과연 몇 개일까요?

위의 10가지 중에서 홈에버 쇠고기를 제외하면 9가지가 연예 이슈 키워드입니다. 실시간 이슈검색어만 그런게 아니죠. 통합검색창 상단의 인기 검색어, 유익한 정보검색 등 다음 전면에서 '이슈 키워드'와 그에 해당하는 컨텐츠의 80-90%는 연예 이슈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방금 막 캡처한 다음 메인 페이지. 연예 이슈 키워드가 80-90% 이상 전면 포진되어 있다.


사실 연예 이슈 키워드가 '지금 당장의 상황에 (다음) 사용자를 유혹하기 위한 좋은 소재'임은 틀림 없습니다. 위의 스샷만 보더라도 '이상아 남편'이 왜 올라와 있는지는 살짝 궁금해지네요. '이명박 탄핵' 급이 아니라면 다른 어떤 시사성, 정보성 키워드도 연예 이슈 키워드를 못 따라 갈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당장 연예 이슈 키워드, 연예 컨텐츠를 많이 소비한다고 해서 이를 전면에 배치하는 것은, 당장은 효과를 보겠지만 단기적인 미래를 보더라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소지가 큽니다. 연예 이슈는 마약과 다름 없어요. 당장 쓰면 기분이 좋아지는(마약 안해봐서 모릅니다만;;) 효과는 볼 수 있어도, 쓰면 쓸 수록 긍정적 효과가 떨어지면서 더 많은 마약을 투입해야 하고, 그러면서 몸 자체는 썩어가는.. 결국에는 사용자 pool이 오히려 작아지는 효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것이 연예 이슈 키워드 올인 정책의 폐해입니다.

단적인 예로, 다음의 '파이'란 서비스가 있습니다. 올해 3월인가 접었는데요 '사용자가 이미지를 모은다'는 컨셉으로 2005년엔가 오픈했습니다만 2006년부터 연예 이슈 컨텐츠 노출로 재미를 보더니 급기야 '많이 본 파이' 10개 중 8-10개에 싸한 연예 컨텐츠가 전면 포진하게 되고, 오히려 전체 사용자의 활동성과 pool은 작아지면서 위축되더니 더 이상 날개를 펴지 못하고 접게 되었죠. (물론 연예 컨텐츠 전면 노출이 사이트 접힌 이유의 100%는 아닐 것입니다만, 사이트가 위축하게 된 큰 원인 중의 하나라 보고 있습니다)

현재 다음의 트래픽 성장세, 시작페이지 비중 증가는 분명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다음이 메인 페이지에 이슈 키워드를 많이 깔아서, 그것도 특히 연예 이슈 키워드를 많이 깔아서 생긴 현상은 아님은 다음이 분명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작금의 현황은 오히려 생각치도 않았던, 절벽에 떨어졌던 사자(아고라)가 스스로 기어 올라와서 아고라 자신을 먹여 살리고 미디어다음을 살리고, 다음 전체의 이미지 개선 및 트래픽 증가로 이어진 형국인데요,

다음은 검색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네이버와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더 다양하고, 오히려 우회 전술로 결국 검색을 끌어올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 입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호황'은 결국 계절적인 요인으로 끝나겠지요.

그냥 '이슈 키워드'도 아니고, '연예 이슈 키워드' 전면 배치는 네이버를 치는 우회 전술은 커녕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에 우려 차원에서 글을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7개:

  1. 트람님, 제 글에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올려 주신 글에 동의합니다. 트람님께서 언급하신 부분까지 제가 깊이있게 글을 적지 못한 것 같습니다. ^^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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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ead&Lead - 2008/06/18 19:38
    Read&Lead님 블로그에 달아주신 답글을 보니, 생각하고 계셨는데 언급하지 않았던 것을 제가 주제넘게 길게 덧붙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디어+검색은 좋게 보고 있었다가 요즘 운영 행태로 인해 관심을 접었었는데(연예 이슈 키워드는 거의 안 누르는 습관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음을 주의 환기할 수 있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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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역시 날카롭고, 아주 시의적절한 지적이십니다. 저도 네이버, 다음 보고 떠오르는 이미지 한단어를 꼽아라면, 일상과 연예인 입니다.



    네이버 보다 다음은 좀더 꼬꼬마들이 즐겨찾는 사이트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말씀하신대로 연예인 이슈로 밀어붙힐려고 하는것 때문이죠. 다음뿐 아니라 야후, 파란 등은 더 심하더군요^^;



    그러니 자연적으로 네이버는 더 품격이 있어보이고 그렇죠.



    HBN 검색~ 대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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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 블로그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rss 등록했습니다.

    자주 들리겠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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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점프컷 - 2008/06/19 12:29
    에고고 감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네이버는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회복할테고, 그 원동력은 말씀하신대로 '일상'에 기반한 서비스 '품격'이 되겠지요.



    Human-Based NoGaDa 검색은 어느 블로그 글에서 본 표현이었는데 원주인이 기억나질 않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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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Radiostar - 2008/06/19 17:48
    Radiostar님 글 덕분에 저도 식견을 넓힐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자주 방문할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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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trackback from: 내가 하고 싶은 것 & 남이 원하는 것
    늘 하는 고민이지만, 요즘들어 특히 진로 때문에 더 많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hanrss 메인 화면에서 "내가 좋아서 기획하기 vs 해야해서 하기" 이 글을 보게 됐습니다. 요컨대 저들 서비스 창업자들은 '사용자 입장'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자신만 생각하면 되는 상황이었고, 자신이 중요시 하는 서비스 핵심 가치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본인이 좋아하는, 본인이 기꺼이 사용하고 싶은, 그러면서 왠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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