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6일 목요일

조중동의 사고방식과 조직, 그리고 웹

메타 블로그, 아고라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네이버를 조중동과 동급으로서 '우파'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정부와 조중동의 논조를 보면 다음을 '좌파'로 인식하고 있죠.

저는 이 두 가지 인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웹의 발전과 함께 현대 사회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생산되고 있고, 수많은 가치판단 요소가 생겨나면서 '초다원주의(Super Cultural Pluralism)' 사회로 접어들었는데요, 여기서 발생하는 수 만 가지 이슈들을 좌파/우파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판단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웹과 거리가 멀고 좌파/우파의 이분법 사고에 익숙한 구 세대(현 정부와 조중동 포함)는 이러한 초다원주의적인 사고와 행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든 모양입니다. 이번 미국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처음에는 '반미주의자(=좌파)들의 선동에 놀아난 중고생들의 치기어린 장난'으로 몰아붙였고, 너무 거세지자 수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한풀 고개가 꺾이자 또다시 반정부집단(=좌파) 운운 하면서 촛불시위, 네티즌, 다음 아고라 등을 몰아붙이고 있는 중입니다.

더구나 전례없는 광고주 압력운동까지 펼쳐지면서 조중동은 다음이 아주 미운가 봅니다. 과거 다음 창업주 이재웅님이 언론에 '언프렌들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다음은 좌파 아니냐", "돈 벌려고 악성 댓글들 방치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오가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고 자체가 다르기에, 현 상황과 네티즌, 다음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조중동엔 절대 반지를 끼고 있는 '언론사 사주님'이 계실테고, 그 분의 말에 일희일비하는게 너무나 당연한 일일테니 그런 관점으로, 이분법적인 사고로 다음과 네티즌, 아고라를 바라본다면 저런 해석 밖엔 안나오겠지요.

하지만 '초다원주의' 그 자체인 웹, 웹을 다루는 회사들은 조직부터, 사고방식부터 조중동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전 직장이었던 다음도 그렇고 현재 다니고 있는 넥슨도 그렇습니다.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실무자가 전권을 쥐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운영/기획하게 됩니다. 전권을 쥔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마치 웹에 올라온 거짓정보가 삽시간에 다른 네티즌들에 의해 비평받고 파헤쳐지는 것 처럼, 웹의 서비스들도 너무나 공개적으로 노출되어 있기에 실무자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지요. 고객(네티즌)을 생각한 자기 자신의 검열, 그리고 조직 내부의 크로스 체크가 가능하기에 웹의 회사와 조직들은 이렇게 웹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네이버의 경우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각 조직들이 사무적으로, 기계적으로 움직이다보니 이번 사과문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조직의 기본 자체는 조중동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분법적인 사고와 조직 자체의 DNA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지요.

어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조중동 광고주 압력운동' 댓글에 대한 심의가 또 보류되긴 했는데요, 다음과 아고라에 대해 칼날을 겨누고 있는 조중동은 진정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들의 사고 방식과 조직 체계에 대해 뒤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에게 조중동이라 조롱당한 네이버는 사과문이라도 올리잖아요. 그러나 조중동은 절대로 자기들의 잘못은 없는양 행동하는데, 그런 식으로 압력운동 댓글을 삭제하도록 해서 현 상황을 일시 모면할 순 있겠지만, 미래는 결코 '조중동 프렌들리'하게 전개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 시간에도 조중동에서 쏟아내는 기사 url은 전 인터넷 망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어요.

네티즌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조중동이 쏟아낸 기사와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기사를 손쉽게 검색하여 비교하고 조중동을 비판하고 있는데, 조중동은 지금 쏟아내고 있는 기사 url과 네티즌을 상대하는 태도 방식이 계속 누적되어 결국 더 터질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더이상 그런 이분법적인 사고와 조직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기 때문이죠.
조중동은 웹에 관심을 쏟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NYT 같은 선진 언론사와 아고라 네티즌들한테 배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중동은 폐간하라" 같은 구호는 언제든 재발할 것입니다.

댓글 2개:

  1. 내용이랑은 관계 없습니다만, 글을 읽어 보니 한다리 거치면 아는 분이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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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xarsrima - 2008/07/01 11:45
    앗, 그런가요? ^^; 싸이월드 식으론 2촌이시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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