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뉴스의 곽인찬 논설위원이 블랙코미디성 칼럼을 올렸는데 이게 이렇게 후폭풍을 가져올 줄은 본인도 몰랐을 겁니다ㅎㅎ 그 칼럼의 제목은 바로 '미네르바 자술서'.
미네르바 자술서 전문 (아래 more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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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한다. 내가 바로 그 미네르바다.
더 이상 정부와 언론은 날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길 바란다.“당신이 미네르바라는 걸 어떻게 믿느냐”고? 허참, 신뢰의 위기가 정말 심각하군. 좋다, 증거를 대겠다.나는 부엉이 한 마리를 애지중지 키운다.어두운 밤 내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 그 부엉이는 늘 내 어깨 위에 앉아 있다.인터넷에 올리는 글이 막힐 때 나는 부엉이의 지혜를 빌린다.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와 부엉이의 동거 얘기는 다들 들으셨겠지. 제발 좀 믿고 살자. 그럼 이쯤에서 내가 미네르바라는 입증 프로세스를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듣자하니 내가 요즘 떴단다.‘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니 황공무지로소이다.아마 사람들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환율 급등, 주가·부동산 급락을 내다본 내 신통력에 놀란 모양이다.내가 추천한 책이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인터넷 토론광장 ‘아고라’에 올린 글들을 모아 선집으로 펴냈다는 얘기도 들린다.언론은 ‘미네르바 신드롬’을 연일 크게 다루고 있다.
고백하건대 진짜 놀란 사람은 바로 나다.지난 여름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일이 이렇게 번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냥 알량한 경제지식과 상식에 입각해 소신껏 글을 올렸을 뿐인데 사이버 공간이 좋긴 좋다.제도권 언론이나 애널리스트들과 달리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게 사이번 논객들만의 특권이다.그런데 경제 파탄을 예고하는 ‘닥터 둠(Dr.Doom)’의 글에 댓글이 줄줄이 붙자 몇몇 분들의 심기가 불편했던 모양이다.게다가 토론방 이름까지 ‘아고라’라니! 바로 정권 초 쇠고기 파동을 부추긴 그 못돼먹은 토론방이 아닌가. 정부는 과민성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고 나는 절필 선언과 동시에 잠적했다.그랬더니 더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아, 글쎄 내가 순교한 예언자로 둔갑하는 것이었다.이제 난 전설이 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전설의 순교자답게 할 말이나 해보자. 정부에 묻는다.왜 사람들은 나를 순교자로 추앙할까. 왜 사람들은 정부보다 내 말에 더 귀를 기울일까. 왜 사람들은 현 경제팀이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걸까. 한 마디로 정부가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반면에 나는 반토막 펀드를 쥐고 밤잠을 설치는 투자자들의 막막한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다.그들이 나를 따르는 건 당연하다.혹자는 내 글을 혹세무민하는 도참(圖讖) 쯤으로 폄훼하기도 한다.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도참은 불신을 먹고 자란다.불신이 사라지면 도참이 뿌리 내릴 공간이 없다.오늘날 위기가 10년 전 외환위기와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나같은 이들이 활개칠 공간이 널찍하게 마련됐다는 것이다.그런 면에서 나를 키운 건 8할이 이 정권이다.
흘러간 옛 관료가 각광을 받는 것은 내가 주목을 받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외환위기 극복의 주역이었던 이헌재 전 장관은 최근 계단까지 빽빽이 들어찬 한 강연에서 “초기 진화에 실패한 남대문 화재의 참상이 떠오른다”고 걱정했다.현직 관료들은 이 전 장관의 등장에 주체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한번에 확 몰아서 ‘빅뱅’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참 어려운 주문이다.‘낫과 망치’를 들었다가 힘 없이 내려놓고 건설사 구조조정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현 정부의 능력을 손 교수는 과대평가하고 있다.
시장 실패가 초래한 현재의 위기는 정부가 풀 수밖에 없다.그러나 정부 자체가 갈팡질팡, 쩔쩔매고 있다.비상시기에 걸맞은 발상의 전환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나 미네르바는 사이버 순교자답게 이 한몸 바쳐 난국이 풀릴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던지겠다.꼭 던지겠다는 게 아니라 원칙이 그렇단 얘기다.
미네르바에 관련하여 이미 밝혀진 몇가지 사실(해외체류경험, 50대초반 등)을 바탕으로 저 칼럼을 읽어보면 블랙코미디란 게 뻔히 드러납니다. 50대 초반 아저씨도 아니고, 어깨에 부엉이가 앉아 있어서 지혜를 알려준다고 하고, 마지막 문장 보면 '원칙이 그렇다는 얘기'란 말로 끝내는데 이건 MB가 얼마 전에 퍼뜨린 유행어잖아요.
그런데 시국이 시국이라 그런건지 기자들 속보써서 PV 올리면 인센티브 주는 제도가 있는건지 몰라도 인터넷 매체들이 '미네르바는 파이낸셜 뉴스의 누구!' 란 식으로 속보까지 쏴대고..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이 칼럼 제목만 읽었나보네요.
(1보) 타이틀까지 달다니=_=; 오죽하면 실시간 검색어로도 떴습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파이낸셜 뉴스 담당자는 해당 칼럼이 더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했는지 원문을 삭제해 버렸고, 속보(오보)들도 대부분 삭제된 상황입니다. 곽인찬 논설위원도 참 황당하겠어요. 이렇게 커질 줄은 전혀 예측 못했을테니..
이 글도 후딱 읽고 오해할지 몰라 큰 폰트로 적겠습니다.
곽인찬 논설위원은 미네르바가 아니고 블랙코미디 식으로 칼럼을 작성한 겁니다. 그러니 정부는 곽인찬 논설위원을 잡아가지 마세요. -_-;
블랙코미디가 더 큰 블랙코미디를 탄생시키고, 나라 전체가 코미디가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럴 바엔 위의 검색어 2~10위가 말해주듯이 차라리 연예인에 빠져 사는게 각자의 정신 건강엔 더 좋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빠져 살라는 건 아니고, 원칙이 그렇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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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없는 언론인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개인적으론 검증이고 나발이고 잽싸게 미끼를 낚아챈 기자들이 문제인지
답글삭제뻔히 언론의 속성을 알면서 저렇게 낚시 아닌 낚시를 한 논설 위원의 문제인지 평가하기 힘드네요.
다만 개인적으론 기자 뿐 아니라 저 기사를 보는 독자들 중에서 시니컬한 비평으로 저 기사를 읽어줄 독자가 그리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건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라는 뒷수습보단 결과에 대한 책임이 아닐까 해요..
아님 말고와 이 해프닝과 뭐가 다를지....ㅡ.ㅡa
특별히 다른 의견은 아니지만 트랙백 날리고 갑니다...^^
trackback from: 미네르바 논란, 해프닝으로 밝혀져
답글삭제미네르바 자술서를 올려 미네르바로 알려진 곽인찬 파이낸셜 뉴스 논설위원이 "자신은 미네르바가 아니다"고 밝힘에 따라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2일 오후 4시47분경 곽 위원이 쓴 미네르바 자술서가 파이낸셜 뉴스 온라인 판과 네이버 등 각종 포털에 게재되면서 인터넷 상에서는 한바탕 미네르바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본지는 파이낸셜뉴스측에 이를 확인했고, 파이낸셜뉴스측은 당초 "곽위원이 미네르바가 맞다"고 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온라인으로 1보..
허허 대한민국사회가 본분을 잊어가는 사회가 되는것 같습니다,,
답글삭제기자가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저렇게 오보나 날리는 꼴이라니,,
@벌새 - 2008/12/02 19:51
답글삭제보도된 내용을 보니 파이낸셜 뉴스 측에 확인전화 했었다고 하는데 참 믿기지가 않네요.
@LieBe - 2008/12/03 01:06
답글삭제속보에 대한 욕심 + 미네르바에 대한 과민반응이 빚어진 결과겠죠? 전 그냥 시니컬한 비평으로 읽게 됐는데 SLRCLUB 반응 보니 "시국이 시국인데 좀 심했다"란 반응도 꽤 있더라구요. 댓글과 트랙백 감사합니다~
@얼음햇살 - 2008/12/03 06:28
답글삭제파이낸셜 뉴스 측에 사실확인을 하긴 했다고 하는데.. 대체 어디서 뭐가 꼬였는지 참 아리송한 사건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재밌는, 재밌어 할 수는 없는 사연이네요.
답글삭제그리고 세상엔 글 잘쓰시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와 이거 완전 엽기네요... ㅋㅋ~
답글삭제전 뉴스 제목만 보고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런 내막이 있는줄은 몰랐네요...
정말 나라가 안드로로 가는듯한 느낌이네요...
완전 막장 코미디군요..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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