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7일 목요일

서비스 애칭과 소속감 부여로 티핑 포인트 넘기

(웹운영이라는 카테고리를 신설했습니다. 운영은 기획만큼 중요한 요소라 종종 관련 글을 써왔는데 앞으로 여기에다 올리겠습니다. 현재는 신규 서비스 기획 중이어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관계로 과거 경험과 타 사이트 분석 위주로 올릴 것 같네요)

'얼리 어댑터'란 말은 최소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꽤 널리 쓰이는 용어가 됐습니다. 초기 혁신자(Innovators)와 얼리 어댑터에 의해 상품이 빠르게 확산되어 결국 대중들이 이용하게 된다는 논리인데, 이게 사실 에버릿 로저스(Everett M. Rogers)의 '혁신파급 이론(Diffusion of innovations)'에 기초한, 1962년에 처음 등장한 이론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본 곡선은 안보이고, PT 문서에 낑겨넣은 버전입니다-_-a



38년이 흘러 2000년,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책 덕분에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란 이론이 대중화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요인으로 거대한 변화가 온다는 이론인데요(캐즘과 비슷하죠), 물컵에 물이 가득 담겨 있을 때 한 방울로 물이 넘칠 때의 그 순간으로 보통 비유하더라구요.

로저스와 글래드웰은 다른 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혁신자와 얼리 어댑터에 의해 혁신이 극적으로 파급되기 시작한 그 순간, 그 지점이 티핑 포인트가 되겠지요. 다른 어떤 상품보다도 네트워크 효과가 월등한 웹에 존재하는 서비스(상품)들은 이 두 가지 이론에 아주 잘 들어 맞습니다.

혁신적인 웹사이트(상품)가 등장하고, 혁신자와 얼리 어댑터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모인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계속 퍼뜨리고 티핑 포인트를 넘기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 담당자들이 따땃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대박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요, 사실 티핑 포인트를 넘기지 못하고 그냥 쭉 가거나 고꾸라지는 서비스가 다수입니다. 혹은 티핑 포인트를 넘겼어도 원래 그릇이 작아서 고만고만해 보이는 서비스도 많죠.

예를 들어 주간 UV(순방문자) 100만을 목표로 A란 사이트를 기획하여, 디자인/개발을 끝내고 오픈했다고 가정할께요. 혁신파급 이론에서 혁신자(2.5%), 얼리 어댑터(13.5%) 공식을 그대로 쓰면, 100만명 중 16%, 즉 16만명의 혁신자+얼리 어댑터가 모여야 100만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비스 초기 조건에 따른 목표 UV 설정과 성장곡선 예측에 대한 담론은 다음 번에 하겠습니다. 이 글은 운영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논외)

만일 서비스가 잘 나와서 목표 UV 100만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혁신자+얼리 어댑터 16만명을 빨리 끌어 모으는게 최우선 과제가 되겠지요(공장처럼 '160,000명 달성의 그날까지 '그러진 않겠지만 설명을 위해;;). 이들을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빨리 끌어모을 수 있을까요?

티핑 포인트 이론에서는, 티핑 포인트를 빨리 넘기기 위한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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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법칙 : 80대 20의 원칙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대개 ‘직업’의 80%는 참여자 20%에 의해 수행된다는 개념이다. 전염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이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고착성의 법칙 : 고착성 요소는 전염되는 메시지를 기억하도록 만드는 특수한 방식이다. 정보를 제시하거나 구조화할 때, 작지만 고착성이 강한 변화만 주어도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상황의 힘 : 상황과 조건이 이런 것들이 작용하는 특수한 상황에 강한 영향을 받는 것이 전염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행동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인간 행동이 훨씬 더 암시에 걸리기 쉽다는 점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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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소수의 법칙은 이미 '16만명의 혁신자+얼리 어댑터'를 모으는 미션이 됩니다. 그럼 남은 것은 고착성의 법칙과 상황의 힘인데, 이미 사이트는 오픈했다고 가정했으니 이 두 가지 과제는 운영자의 몫이 됩니다. 고착성의 법칙과 상황의 힘.. 운영자는 어떻게 이 조건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고착성의 법칙은 소수의 법칙과 맞닿아 있습니다. 16만명에게 전염성 강한 메시지를 고착화시키면, 이들은 다른 84만명의 사용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열혈 사용자가 될 것입니다. 이런 전염성 강한 메시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서비스 명칭 또는 애칭, 그 자체가 우선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A : "웃대 정말 재밌던데?"
B : "웃대가 뭐야?"
A : "웃긴대학 준말인데, 거기 웃자 정말 웃겨"
B : "웃자는 또 뭐야?;;"

뭔가 신기하고 입에 달라붙는, 재밌는 말(웃대,웃자)을 들은 사용자 B는 그 메시지가 잊혀지질 않습니다. 집에 와서 컴을 키고 '웃대'를 검색하여 웃긴대학을 들어간 B. 슬슬 웃자(웃긴자료)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B는 다른 사용자에게 전파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경험을 갖고 포털회사에 취직한 B. 운영자가 되어 2005년 4월, 다음 텔레비존을 맡게 되었습니다. 명칭이 어려워서 사용자들이 잘 외우질 못하고 전파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결심, '텔존'이란 서비스 애칭을 만들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밀게 됩니다. 다음 메인에 컨텐츠 제목 노출할 때 '[텔존] 송혜교 직찍.. 어쩌구' 식으로 달질 않나, 설문조사할때엔 '텔존인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 물어보기도 하고, 사용자인 척 하고 '텔존에 오니 뭐가 어떠하네' 댓글 달기도 하고..
(눈치채신 분도 계실텐데, B는 저입니다^^;)

텔레비존 서비스는 8개월 운영했고 2005년 12월에 다른 서비스(아고라)로 옮겨 갔습니다만, 그때의 결과는 아래와 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비스 공식 명칭은 아직도 '텔레비존'입니다)

텔존 vs 텔레비존 검색결과
http://search.daum.net/search?t__nil_searchbox=btn&w=tot&sType=tot&q=%C5%DA%C1%B8+vs+%C5%DA%B7%B9%BA%F1%C1%B8

이제 '상황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2005년 여름, M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청률이 무려 60%에 가까웠던 초대박난 작품이었는데요, 그때의 상황을 이용하여 텔존의 삼순이 게시판이 탄력을 받아 텔존 내 드라마 게시판 중에서 최초로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었고(어떤 방법으로 커뮤니티를 유도했는지는 다음 번에),
이렇게 모인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커뮤니티 애칭 - '텔삼'은 웹에서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당시 삼순이 관련 컨텐츠가 모이는 4대 성지 중 하나였죠.(공홈, 디씨 삼순갤, 마이클럽, 그리고 텔삼)

요컨대,

티핑 포인트를 넘기기 위해서는 열성 사용자(혁신자+얼리 어댑터)들을 모으는 것이 첫번째 과제입니다. 물론 그들을 모을 수 있는 좋은 컨텐츠가 있어야 하겠고요. 이들이 다른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퍼뜨릴 수 있는 도구는 바로 메시지이며 서비스 명칭과 애칭 그 자체가 이러한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첫번째 메시지만 손에 쥐어 주면, 열성 사용자들은 그들 스스로가 메시지를 계속 생산하며 다른 사용자들을 끌어 모으게 됩니다.(전 디씨폐인급은 아니고 몇몇 갤러리만 종종 들어가곤 합니다만 그래도 '해충갤'이란 이름은 머릿 속에 꽤 강렬히 남아 있습니다)

가장 좋은 케이스는, 기획할 때 부터 완벽한 명칭을 만들고 좋은 컨텐츠를 담도록 기획해서, 오픈한 다음에는 사용자들이 알아서 모이고 만들어진 메시지를 퍼뜨리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그런 마인드로 초기 기획에만 집중하고 운영은 신경쓰지 않는다면 페이스북은 지금도 하버드대생들 만을 위한 커뮤니티로 남아있겠죠.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아래 글 때문입니다ㅎㅎ
(성규님 땜시 새벽에 이러구 있다는~)

'블로거뉴스'라는 이름 마음에 드시나요?
http://dangun76.tistory.com/172

블로거뉴스의 실질적인 목표가 무엇이고 구체적인 수치는 얼마인지, 티핑 포인트는 현재 넘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만약 티핑 포인트를 넘긴 상태라 판단된다면(넘겼다고 해서 규모가 모두 큰 것은 아니지요), 서비스 명칭 자체를 변경하는 것은 현재까지 쌓인 모든 것을 버리고, 문닫고 새로 시작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 되겠지요. 만약 티핑 포인트를 넘기지 않은 초창기 서비스라면 과감히 결단 내릴 수도 있겠고요. 잘 결정하시리라 믿습니다.

혁신파급 곡선과 티핑 포인트로 원래 웹사이트 성장모델에 대한 글을 쓰던 것이 있었는데 약간 다른 주제로 글을 쓰게 됐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2개:

  1. 얼핏 캐즘이론과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곡선의 형태라던가...사용자 그룹을 나눴다던가..), 티핑포인트를 넘기위한 방법과 캐즘을 뛰어넘는 방법에 대한 제시는 상당히 다른 듯 하이.잘은 모르겠지만 티핑포인트 이론을 요약하자면 폭발력 있는 꼭지(-_-)를 잡아내서 이를 서비스 확장(선각수용자에서 전기다수 사용자로 넘어가는 단계)을 꾀하는 건데...캐즘이 제시하는 방법은 완전완비제품을 제공함으로써, 호기심만으로도 충분히 제품 수용의 동기부여가 되는 선각수용자 다음 단계인 전기다수 사용자들까지 만족시켜야 한다는 거거등(읽은 지가 좀 오래되어서 가물거리기는 함=_=;;). 전통적인 제품이나 솔루션 제작의 경우 캐즘쪽이 좀 더 적절하다는 생각인데, 서비스의 경우에는 티핑포인트 이론이 좀 더 적절해 보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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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oonja - 2008/07/17 02:47
    제품의 특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이론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 동감~ 웹 서비스는 정말 독특해서 웹 서비스만의 이론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이게 계속 머릿 속에서 맴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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