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영상과 다양한 콘텐츠를 자랑했던 앰엔캐스트가 거의 한 달 가량 서비스가 중단되고 있어 많은 네티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DB까지 날라갔다는 루머도 있던데 그건 정말 아니길 바랍니다)
참고 - 제보 내용 종합 :: 엠엔캐스트, 실제 내부상황은 이렇다 - 떡이님 취재 결과
http://itviewpoint.com/101357떡이님 취재에 의하면 국내 3대 동영상 서비스 중 하나였던 앰엔캐스트가 이런 위기에 빠진 것은 내부 문제가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회사 사정이 괜찮은 다른 동영상 서비스들은 잘 나가고 있을까요.
판도라TV, 엠군, 앰엔캐스트, 다음 tv팟, 네이버 비디오, 싸이월드 동영상. 유튜브나 페이스북 처럼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서비스? 없습니다. Bebo나 Hi5처럼 특정 대륙에서(우린 아시아가 되겠죠) 성공한 사이트도 없어요. 그렇다면 과거 Daum 한메일과 카페, 네이버 지식검색 처럼 국내에서 시장 자체를 키우면서 그 시장을 먹은 STAR급 서비스가 있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유튜브는 오픈 4년 만에 전세계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대형 웹사이트가 됐는데 국내 동영상 서비스들은 해외는 커녕 국내 웹 시장을 제패한 서비스마저 등장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내 동영상 서비스들은 유튜브의 성공요인과 달리 과거 웹1.0 방식의 전략과 기획을 답습했고 그 결과 '퍼가기가 가능한 디시인사이드의 동영상 버전'을 벗어나지 못하여 사용자에게 동영상 UCC만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판도라TV, Daum tv팟, 네이버 비디오 위주로 간단하게 짚어보겠습니다.
(Daum과 네이버의 경우 포털 전체에서의 스트리밍 분석이 아니라 동영상 사이트 분석입니다)
1.
판도라TV는 유튜브 보다도 먼저 등장했습니다. 유튜브가 정확히 2005년 2월 15일에 오픈했는데, 판도라TV는 지금과는 다른 모양새였지만 아무튼 2004년 10월 25일에 '동영상 커뮤니티 포털'을 표방하고 오픈했습니다. 4개월이나 빨랐죠.
일찍 시작했다는 강점도 있고, 콘텐츠 저작권 이슈가 불거지기 전에 방송/연예 콘텐츠로 쏠쏠하게 재미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용자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 미니홈피 스타일의 팝업 창을 활용한 커뮤니티 모델을 도입했는데, 이게 동영상 콘텐츠에는 적합한 UI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2008년 4월, 전체 리뉴얼 하면서 팝업을 없앴고 '판도라TV 글로벌'이란 이름으로 지금 사이트로 변신하게 됩니다. 전보다 매우 좋아졌습니다. 4개 국어로 변환 가능한 글로벌도 좋고요.
하지만 많이 늦은 감이 있고(2006년이나 2007년 초 정도에라도 이런 그랜드 리뉴얼을 했다면..아쉽), 아직도 동영상 뷰 페이지 우측에는 카테고리에 속한 화제 영상/관련 영상/공모전 동영상/인기 영상 등 다양하게 배치된 항목들이 오히려 지속적인 서핑을 방해하고 영상 댓글 쪽에도 광고와 VOD가 섞여서 나오는 점 등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과거보다 좋아졌는데 다듬을 부분이 아직은 많아 보입니다.
2.
Daum tv팟.왼쪽에 첨부된 이미지는 tv팟의 모든 동영상 뷰페이지 우측에 나오는 베스트 코너입니다. 운영자가, 네티즌들에게 이슈가 될 만 한 영상들을 제목을 잘 잡아 쭉 배치한 영역이죠.
사실 아고라와 별 다를 바 없는 사이트 구조입니다. 메인이 있고, 카테고리가 있고, 찍고 들어가면 리스트와 뷰페이지를 볼 수 있고 우측에는 운영자가 골라놓은 베스트가 있고..
Daum의 여러 UCC 서비스들이 '주제별로 게시판을 모아놓고 UCC가 쌓이면 운영자가 선정해서 피처링하기 + 추천/조회 베스트 양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나중에 등장한 tv팟 마저 이 공식을 탈피하지는 못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콘텐츠 네트워크 성이 약한 운영위주의 UCC 서비스는 한계가 있습니다. 오픈 1년 정도 지나면 UV/PV가 정점을 찍고 서서히 떨어지는 그래프를 보여주죠. (아고라는 MB라는 환경 변수가 컸던ㅎㅎ;)
유튜브의 관련 동영상 기능, 개인 맞춤형 영상 제공, SNS화 등이 멀어 보여도, 1-2년 길게 잡고 하나하나 준비했으면 지금쯤이면 훨씬 좋은 사이트가 되었을텐데 tv팟은 횡적으로만 콘텐츠를 늘려 나갔습니다.
현재 tv팟 GNB를 보면 베스트/테마/채널/스타동/게임/노하우/오디션/UCC이벤트/비디오팟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콘텐츠를 카테고라이징 했을 뿐 동영상 콘텐츠 성격을 이용한 사이트 자체적 강점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3.
네이버 비디오. 그래도 Daum tv팟은 전사적으로 밀면서 마케팅도 벌였고 메인에서 좋은 자리도 차지했었지만, 네이버 비디오는 메인에서 링크조차 없습니다. (담당자 분이 이 글 보면 가슴 찢어질라나 흑..)
새로 개편한 네이버 홈의 상단에 보면 노란색의 주요 서비스, 그리고 오른쪽 흰색 글씨로는 미는 서비스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여기에 '비디오'는 껴있지 못하죠.
또한 안습인게.. 네이버 '비디오 사이트'와 '동영상 검색'의 UV는 비슷한데 PV는 동영상 검색이 두 배는 더 높은 기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뉴스검색 보다는 뉴스가, 블로그검색보다는 블로그 자체가 PV가 높은 것이 당연한데 네이버 비디오는 반대입니다. 들어가도 별로 찍어보지 않는다는거죠.
동영상 플레이 될 때 댓글을 달 수 있는 '장면 덧글액션' 기능은 좋았는데, 사이트 구조는 네이버 붐과 별 다를 바 없습니다. 카테고리 있고, 카테고리별 베스트 기능은 있는데 메인 피처링은 운영에 의존하는.. 참고로 네이버 붐은 5년 만에 사이트 PV가 1/10로 감소했습니다. 이런 구조는 확실히 한계가 있죠.
(이렇게 놓고 보면 Daum의 UCC 서비스들과도 다른 건 없군요. Daum이 좀 더 운영에 의존해서 PV를 쥐어짜내는 점이 차이랄까;;)
요컨대 유튜브와 판도라TV, 다음 tv팟과 네이버 비디오는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퍼간다(공유한다)'란 모토는 동일하지만 사이트 발전 전략과 세부적인 구현에서 달랐고 이때문에 결국 엄청난 차이로 벌어지게 됐습니다. (유튜브의 세부적인 강점들은 아래 글 참고하세요)
참고 : 빠삐놈 사태의 결론 - 승리의 유튜브
http://itagora.tistory.com/90결국,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줘서 해당 사이트를 어떻게 이용하게 만들었나의 차이입니다.
유튜브와 관련된 여담으로, 제 아들이 만 3세가 넘은 시점부터 인터넷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가 띄워주는 페이지 내에서 클릭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어느날 토마스와 친구들 영상 보여주고 싶어서 유튜브로 찾아 보여준 적 있습니다. 그랬더니 1시간을 서핑하더라구요. 물론 유튜브 '관련 동영상'의 힘이었죠.
옆자리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스타님의 경우, 미용실을 하시는 환갑에 가까운 어머니께 유튜브의 비달사순 관련 영상을 하나 보여드린 적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깐 자리 비웠다가 가보니, 영어를 잘 모르시는 어머니가 비달사순&미용 관련 영상을 30분 넘게 감상하고 계시더란 얘기를 전하더라구요.
동영상은 3살에게도, 환갑의 나이에도 먹히는 훌륭한 콘텐츠이면서, 유튜브는 어떻게든 한번 들어가면 푹 빠지게 만드는.. 계속 찾아다니게 만든 사이트란 결론입니다.
이러한 유튜브의 발전 모델을 정리하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동영상 업로드 및 퍼가기 기능으로 시작
2. 태그, 플레이수에 기반한 관련 동영상 기능 지속적 강화 → Contents Networking
3. 사용자 프로필 페이지 강화 → Social Networking
4. 구글에 인수되고 나서 검색 기능도 강화
5. 사용자 로그에 맞춰 로그인 사용자한테 추천해주는 기능 강화
6. 대략 3번 때부터 이와 병행하여 수익모델 지속적 개발
(유튜브 수익모델 궁금하신 분은
이 글 참고)
그러나 국내 서비스들의 경우, 위의 1번에서 머물다 바로 6번의 수익모델을 고민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퍼가기 기능으로 자선사업을 하거나(유튜브는 유튜브 원문으로 쉽게 돌아오도록 전체 화면에 링크를 걸고 퍼가기 기능 도입), 미니홈피 스타일 팝업창 제공, 화질 강화, 어플리케이션 제공, 횡적으로의 카테고리 강화, 카페/블로그에서 업로드 허용.. 이런 것들은 있으면 뭐 좋은 거지만 웹2.0 동영상 서비스에 있어 Must have는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시행착오가 많았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는 것 같아요.
판도라TV의 글로벌 버전은 많이 좋아졌고,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영상을 올리는 것이 꽤 목격되고 있습니다. 약진하는 싸이월드 동영상의 경우 운영의 힘에 조금은 의존하면서도 관련 동영상, 카테고리 급상승 등 사이트 자체의 강화에도 소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베낄려면 제대로, 대체 쟤네는 왜 저런 기능을 밀고 있는건지 이유와 히스토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사이트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앰엔캐스트 정상화를 바라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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