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7일 화요일

댓글 기획론(1) - 한국 댓글의 역사와 현재

egoing님과 미리야님 글을 보고 평소 생각을 풀어 관련 글을 연재할까 합니다.

참고1 : 댓글과 답글 그리고 댓글알리미, egoing님
http://egoing.net/1039


참고2 : 블로그 댓글 정렬 화면, 시간별 vs 논의별, 미리야님
http://blog.daum.net/miriya/15600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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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기획론(1) - 한국 댓글의 역사와 현재

댓글은 게시글(article, post)에 간단한 의견을 첨가할 수 있는 comment 영역을 의미합니다. 아마 대한민국 절반 이상의 국민은 댓글이 뭔지 제대로 설명은 못하더라도 인터넷을 켜고 "이거야"라고 말할 순 있을 겁니다. 그만큼 웹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콤포넌트가 됐죠.

그러나 BBS와 웹 초창기만 해도 댓글은 없었습니다. 누군가 게시판에 게시글(1뎁스)을 올리면 관련 의견을 내고 싶은 사람은 답글(reply, 2뎁스 이하)로 해결했죠. 글과 글로만 의견을 주고 받았던 BBS는 웹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모델로 진화됐고, 신기하게도 한국과 미국은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한국의 경우, 게시글 하위 모듈인 댓글(comment)이 일찍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글의 답글(reply)은 잘 쓰이지 않게 되는 등 상대적으로 퇴보하게 되죠. 반면 댓글은 댓글에 또 댓글에 달 수 있거나(이걸 '댓글의 답글'로도 부르는데, 블로그로만 한정해서 얘기하면 상관없지만 게시판/게시글과 묶어서 얘기하면 reply와 혼동되기에 여기서는 '댓글의 댓글'이라 부를께요), 다양한 소팅방식 지원, 댓글 평가 기능(베플) 등 도입 초창기부터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면서 한국의 웹 문화가 발전하는데 큰 공을 세우게 됩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도 큰 공을 세웠죠..-_-;)

그럼 미국의 게시판은 어떨까요?

댓글(comment)보다는 게시글-답글 시스템 자체가 발전하면서 지금의 인터넷 포럼(forum 또는 messageboard)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한국의 '게시판'을 쓰다가 포럼을 접하면 적잖이 당황하게 되는데요, 한국 게시판과 미국 포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정렬 방식에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국의 포럼. 겉보기에도 다르지만 속은 더욱 더..



"무엇이 최신 리스트에 나오는가?"

이 점에 있어 한국 게시판의 게시글 정렬 방식은 참 심플하죠. 게시글의 글쓴시각을 중요시합니다. 최근에 작성된 게시글(1뎁스)이 무조건 앞에서 나오는 구조이며, 옛날 글에 최신 답글(re)이 달려도 게시판 리스트만 바라봤다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포럼은 1뎁스 글(topic)의 글쓴 시각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오래된 글일 지라도 그 안에 따끈따끈한 답글(reply)이 달렸다면 해당 글 덩어리(thread)가 리스트 맨 상단에서 뿌려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고라 경제방에 작년 6월에 미네르바가 쓴 글이 있는데, 여기에 오늘 답글(reply)이 달리면 그 글덩어리가 또다시 최신 리스트에 등장하는 방식이죠.

'고작 정렬방식 하나 다른 것 가지고..'라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이게 정말 엄청난 차이입니다. 한국의 웹사용자가 미국의 포럼을 볼려면 적응하기가 참 힘들어요. (아마 미국 사용자도 역으로 마찬가지겠죠) 댓글도 없이 글과 글로만 덩어리 지어져 있고 무슨 아웃룩 같은 프로그램처럼 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쓰레드 추적, 쓰레드 무시, 오늘 글(post) 보기, 아직 post가 달리지 않은 글만 보기 등등..

왜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었을까요?

이건 제 추측인데요, 토론 주제(topic)는 간단하게 발제되고 주제를 보강하는 찬성/반박 토론(post)이 이어지는(reply) 문화가 미국은 당연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몸에 밴 토론 문화를 웹으로 옮겨 놓은거니 다양한 각도로 토론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정렬방식, 쓰레드 보기 등)이 중요했을테고요.

반면 우리나라는 과거시험-백일장으로 이어지는 '글 잘쓰기 대회' 문화가 웹으로 옮겨진 것이 아닐까 싶어요. 글을 잘 쓰거나 완소UCC를 올려서 주목받기, 또는 잡담.. 아니면 약간의 토론. 그러니 토론에 최적화된 미국식 포럼 보다는 한국식으로 댓글이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주목받기 위해서 간단한 코멘트가 달리면 좋은거고, 댓글로도 충분히 잡담을 나눌 수 있고, 거기에다 약간의 토론도 가능하니까요.

요컨대 미국의 게시판은 게시글-게시글이 동등한 가치를 갖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댓글이 없는 지금의 포럼 모델이 완성됐고, 한국은 게시글에 부수적으로 의견을 남기는 댓글이 일찍이 도입되어 게시글-댓글 시스템에 기반한 게시판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국의 댓글 시스템이 미국보다 우월하다고 말하기 힘든 것 또한 현실입니다. 한국의 웹 산업구조가 2004~5년 부터 정체되면서, 기득권 포털/UCC 사이트들이 리스크를 안고 댓글 기능을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할 필요를 그닥 못 느낀 상황이었습니다. 오래 전에 만든 것 뜯어 고치기도 힘들고, 이거 뜯어고쳐서 네이버 이길 것 같지도 않고.. 말이죠.

반면 미국은 유튜브, digg.com 등 웹2.0 사이트들이 좀 더 최신 기술 기반으로 시작했고,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도입하고 경쟁하면서 성장 가도에 탄력이 붙어 댓글 기능도 엄청 많이 보강되었습니다. 이제는 역으로 우리나라가 이를 벤치마킹해야 될 안타까운 상황이 됐어요.

유튜브 댓글은 우리나라 포털뉴스처럼 최신 댓글이 위로 올라오지만 see all을 통해 등록순으로 전체 댓글을 한눈에 조망할 수도 있습니다. 플릭커는 포토댓글(사진에 영역 지정하여 댓글 달기)을 널리 알렸어요. digg.com 댓글은 처음의 혼란스러운 UI를 많이 개선했고, 최신순/등록순 보기나 댓글의 댓글이 많이 달린 뜨거운 댓글 보기, 추천 몇점 이상 보기도 지원하여 '진보된 댓글 UI'의 표준이 됐습니다.

(사실 egoing님이 지적하신 문제는, digg.com처럼 2뎁스 이하의 댓글을 기본적으로 가림 상태로 해놓고 전체 댓글을 최신순으로 보기 기능을 지원해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뎁스 이하를 가림처리 해놓으면 기본적으로 사용자는 1뎁스에 집중하고 1뎁스와 하위 댓글을 그루핑하여 생각하게 되기에 혼란이 줄 것이며, 어디 최신 댓글이 달리는지 알 수 없는 건 전체 댓글 최신순 보기 도입하면 해결할 수 있겠죠)

이 글은 '블로그에 달리는 댓글'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댓글 기획론을 위해 서두 격으로 썼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지구 상에 최소한 4가지 이상 존재하는 댓글 리스팅(정렬) UI의 장·단점 분석, 댓글 평가 방식 비교, 필터링 방식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수정 : 2탄 링크 걸께요)

댓글 기획론(2) - 우리 사이트에 적당한 댓글은?
http://itagora.tistory.com/200
.

댓글 13개:

  1. @hitchweb - 2009/03/17 09:42
    눈물까지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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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트람님은 역시 ..!! 토론문화에 관련된 관점은 참 쵝오에요!! +ㅁ+~!

    담편 기대기대!! - 애독자 1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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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블로그 댓글 정렬 화면, 시간별 vs 논의별
    앞서 적었던, 네이버 블로그, 부가기능 세트로 개선 글에서 잠시 다루고 넘어간 주제를 적어보겠습니다.먼저 egoing님의 댓글과 답글 그리고 댓글알리미라는 글을 봐주세요.댓글에는 선형 시간순 댓글(과거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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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ㅎㅎ 얼른 올려주세요~ 완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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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재밌게 잘 봤습니다.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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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바람 - 2009/03/17 14:56
    기대까지 하신다니 조오금 부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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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miriya - 2009/03/17 17:03
    미리야님까지 기대 하신다니 더 부담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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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niceThink - 2009/03/18 10:20
    기대에 부흥하도록 노력하겠슴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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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저 역시 다음 편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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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trackback from: 스케치판 댓그림(image comment)
    스케치판 댓그림 -스케치판에서는 댓글을 댓그림(image comment)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BM특허등록) 1) 별도의 설치파일 없이 바로 그림을 그리실 수 있습니다. 2) 그리던 단계를 이전단계로 돌릴 수 있습니다. (단축키 z) 3) 새로 그리시고 싶으시면 '초기화' 를 해주세요 4) 불러오기를 누르시면 자신이 그렸던 그림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링크연결) *그림트랙백 개념입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다국적인 그림커뮤니티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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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rackback from: 주간 블로고스피어 IT 리포트 108호 - 2009년 3월 4주
    주간 블로고스피어 IT 리포트 108호 - 2009년 3월 4주 두 달 남짓의 공백기를 뒤로 하고 주간 블로고스피어 IT 리포트를 재발행합니다. 원래 형식을 좀 바꿀까 계획했는데 … 귀차니즘으로 인해 일단 이대로 다시 발행합니다. 더 오래 쉬었다가는 구독자분들 다 끊길 것 같은 불안감에 … ^^; 주요 블로깅 제2 앱스토어 출현과 포르노 경제학 : 애플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쇼핑몰인 App Store의 대박 행진으로 인해, 이를 모방한 사례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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