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5일 수요일

댓글 기획론(2) - 우리 사이트에 적당한 댓글은?

<댓글 기획론(1) - 한국 댓글의 역사와 현재> 후속입니다. 댓글은 미시적이면서도 사이트를 생동감 있게 해주는 기획요소인데요, 이 글은 원칙적인 기획론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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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기획론(2) - 우리 사이트에 적당한 댓글은?

웹사이트에서 댓글(comment) 없는 콘텐츠 만큼 지루한 것도 없을 겁니다. 쇼핑몰 사이트에서는 후기 댓글을 읽어보게 되고 뉴스, 블로그, SLR클럽의 리뷰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댓글을 만날 수 있죠.

그만큼 댓글은 콘텐츠를 더 재밌게 해주는 요소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콘텐츠 없이는 댓글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요컨대 댓글은 콘텐츠 성격에 따라 세밀히 영향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콘텐츠를 감안하여 댓글 기획에서 결정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정렬방식 : 최신순/등록순 중 무엇? 둘 다 제공한다면 무엇을 디폴트로?
  1-1. 페이징 유무 : 댓글 하단에 페이징(◁1,2,3..,10▷)을 둘 것인가 말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은?
  1-2. 댓글쓰기 창 위치 : 댓글 위에 둘 것인지, 아래에 둘 것인지

2. 댓글 뎁스
: 뎁스(댓글의 댓글) 없이 할 것인가, 뎁스 둔 다면 몇 뎁스?
  2-1. 댓글 퍼머링크 : 댓글 자체의 퍼머링크 기능을 제공해야 할 것인가

3. 댓글 평가 : 공감 또는 찬성/반대 버튼을 둘 것인가, 아니면 뺄 것인가
  3-1. 평가 관련기능 : 평가버튼을 둔다면.. 베플(베스트 댓글) 제공? 아니면 필터링 제공?

4. 신고 버튼 : 댓글 신고(report abuse) 버튼을 제공할 것인가

작성자, 내용, 댓글단시각은 불변요소이지만 위의 네 가지는 세심히 결정해야 합니다.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요. Step 별로 기술하겠습니다.

Step 1. 사이트의 콘텐츠 가치와 성격 파악으로 정렬방식 결정

포털뉴스, 유튜브, 옥션 콘텐츠의 공통점은 콘텐츠와 댓글의 가치가 확실히 구분된다는 점입니다.

댓글은 뉴스가 될 수 없고, 동영상이 될 수 없고, 상품을 팔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 콘텐츠와 댓글의 가치가 확실히 차이나는 서비스, 주로 미디어성 서비스들이 그러한데 이들 웹사이트의 댓글은 '가치있는 콘텐츠에 대한 개개인의 단순 의견개진' 성격을 띄게 됩니다.

따라서 댓글의 맥락은 큰 의미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의견이 개진됐는지, 각각의 의견은 어떠한지 건/건이 중요합니다. 더구나 이런 미디어성 사이트는 댓글 갯수도 폭발적으로 달리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최신순(최신 댓글이 위로)이 디폴트인 것이 좋겠죠.

1번의 정렬방식을 최신순으로 결정했다면 이에 연관되어 있는 1-1번의 페이징은 당연히 도입되어야 하고, 1-2번의 댓글 쓰기 창 위치는 댓글 영역 최상단이 '권장'됩니다. 맨위에서 쓰게 되니 무의식 중에 '내가 쓴 게 맨 위에서 나오겠구나' 생각이 들죠.

그런데 '권장'이라고 한 이유는 댓글쓰기가 리스트 아래에 있어도 그닥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댓글 한번 읽어보고 쓰라는 의미로 맨 아래에 두기도 하고요. 어짜피 맥락이 중요하지 않기에, 쓰고 난 다음에 바로 확인("내가 쓴게 나오네")만 가능하면 되니까요.

USA Today의 댓글



1) 댓글 리스트가 최신순이면서 쓰기 폼이 위에 있는 형식 - USA Today
http://www.usatoday.com/money/economy/employment/2009-03-23-jobs_N.htm

2) 댓글 리스트가 최신순이면서 쓰기 폼이 아래에 있는 형식 - 유튜브, 미디어다음
http://www.youtube.com/watch?v=pwfUaMT3Z7k

http://media.daum.net/economic/estate/view.html?cateid=100019&newsid=20090324073806393&p=segye&allComment=T&commentViewOption=true

반면 커뮤니티성 웹서비스는 등록순이 좋습니다. 콘텐츠(주로 게시글)도 사용자가 쏟아낸 글이고, 댓글도 다른 사용자/혹은 원글 주인이 쏟아내는 글이다 보니 맥락 파악이 중요해집니다. 거기에다 커뮤니티성 콘텐츠면 댓글도 수십 개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으니 트래픽 부담도 없고.. 등록순이 좋죠.

그런데 트래픽이 어느정도 되는 커뮤니티성 콘텐츠의 댓글이라면 살짝 문제가 생깁니다. 콘텐츠를 조회할 때 여기 달려 있는 모든 댓글을 그대로 다 보여주면 DB에 부하를 주게 되거든요. 등록순 정렬방식은 유지하되 DB에 부하를 주지 않기 위해 여러 다양한 꼼수(?)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digg.com의 댓글



1) 등록순이면서 페이징 없고, 특정 갯수를 돌파하면 전체를 감추기 - 티스토리
http://notice.tistory.com/1279

2) 등록순이면서 페이징 없고 일부 제공. 특정 갯수 이상 보려면 더보기 클릭 - digg.com
http://digg.com/health/Why_the_pope_is_wrong_on_HIV_transmission

3) 등록순이면서 페이징 있고, 1페이지를 디폴트로 보여주기 - 테크크런치, SLR클럽
http://www.techcrunch.com/2009/03/22/why-advertising-is-failing-on-the-internet/
(엄밀히 따지면 페이징은 아니고 이전/다음 버튼을 둔..)
http://www.slrclub.com/bbs/vx2.php?id=free&page=1&sn1=&sid1=&divpage=1121&sn=off&sid=off&ss=on&sc=of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5418

4) 등록순이면서 페이징 있고, 마지막 페이지가 디폴트 - Daum 카페, 싸이월드 타운
(댓글 50개가 넘어가면서 공개된 글 찾기가 힘들어서 패스-_-;;)

등록순이면서 통짜로 그냥 다 보여주는 것 말고는 위의 네 가지 UI가 널리 쓰이고 있는데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굳이 지적하면.. 티스토리보단 digg.com 방식이 좋겠고(티스토리는 댓글이 0개인지 오해할 때도 생김), 커뮤니티성이 매우 강하다면 3번 보다는 4번이 낫겠다는 정도.. 되겠네요.

이러한 커뮤니티성 웹사이트의 댓글쓰기 창은 맨 하단에 위치하는 것이 좋고, 등록순이면서 페이징이 있는 경우에는 작성하고 난 다음에 자신이 작성한 댓글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페이지 이동시켜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Step 2. 댓글 뎁스는 있는 것이 좋다 - 퍼머링크는 고민

게시글-댓글로 리니어하게 채팅하는 SLR클럽의 자유게시판은 댓글의 댓글이 필요없겠죠. 그러나 댓글이 100개 이상 달릴 것으로 예측되는 중급 이상 사이트의 경우 뎁스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웃긴대학(humoruniv.com)의 댓글



등록순이면서 댓글이 많이 달리는 사이트가 뎁스 기능을 지원하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쉽상입니다. 초기에 등록된 댓글을 반박하기 위해선 항상 최신 댓글을 써야 하고, 그렇다 보면 맥락이 꼬여서 나중에는 완전 서로가 딴소리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최신순의 댓글 리스트를 지원하는 사이트의 경우 좀 애매한데요, 쇼핑몰 사이트의 간단한 의견 같이 의견에 별다른 토를 달 이유가 없는 곳은 댓글의 댓글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뉴스, 유튜브 처럼 개진된 의견에 또다른 의견을 달고 싶은 경우엔 역시 뎁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겠죠.

댓글의 퍼머링크는.. 있으면 당연히 좋습니다. 댓글 자체 url을 공유할 수도 있고, 특이한 댓글은 밖으로 뽑아내어 서비스도 가능하겠죠(뽑힌 댓글을 클릭하면 해당 콘텐츠 해당 댓글 퍼머링크로 바로 연결).

그러나 트래픽이 매우 높은 사이트에서, 페이징까지 있는 경우에 퍼머링크 기능을 제공하면 좀 문제가 됩니다. 퍼머링크를 타고 댓글을 보기 위해서는 그때 그때마다 이 댓글이 몇 페이지에 있는지 계산해야 하고, 결국 모든 댓글을 조회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니까요. (등록순인 경우 댓글이 잘 삭제되지 않는다 가정하면 페이지가 고정되니 좀 낫겠군요)

아무튼 가능하다면 넣는 것이 좋습니다. 댓글의 퍼머링크 기능은 flickr.com와 techcrunch.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플릭커의 특정 댓글 퍼머링크 기능
http://www.flickr.com/photos/jonowales/95283121/page2/#comment72157605294661000

Step 3. 평가 기능 - 광장형 서비스이면서 댓글이 수십개 이상 달리면 넣어야

광장형 서비스에서의 댓글도 슬슬 추천/비추, 찬성/반대 버튼을 둘 다 넣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유튜브도 진작 넣었고, 심지어 국내의 중소 사이트인 DVD프라임도 +/- 이름으로 넣었죠.



이렇게 평가 기능이 들어가면, 평가받은 댓글을 잘 선별해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최근 굳어지는 방식은 '추천 빼기 비추'를 사용하는 건데요, 이걸 아래와 같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필터링 도입 : 추천 빼기 비추 값을 진짜 추천으로 보고, 추천-비추>+10이상의 댓글보기 식으로 가치있는 댓글만 선별하여 볼 수 있는 방식. 필터링(filtering)이기에 정렬(sorting)을 흩어뜨리진 않음.

2) 자동 가리기 : 추천에서 비추를 빼서 마이너스 값이 되면 자동으로 감춰지게 만듬. 물론 클릭하면 내용 볼 수 있음.

3) 추천순 등 추가 정렬방식 지원 : 추천-비추 값이 높은 순으로 정렬되어 새로운 리스트 제공. 뎁스가 있는 댓글의 경우 댓글의 댓글까지 모두 묶어서 추천순으로 정렬하면 완전히 맥락이 깨지기 때문에, 추천순 보기는 1뎁스의 댓글에만 적용하는 것이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음.

유튜브의 경우 1,2번 모두 활용하고 있으며 DVD프라임은 2번을 도입했습니다. 미디어다음 뉴스 댓글은 3번 방식이죠. 이렇게 댓글에 평가를 도입하는 건 사용자들의 자정 능력을 믿는 건데요, 댓글이라는게 사실 일일히 통제하기 힘든 거니 이런 방식을 도입하여 꾸준히 갈고 닦아야 악플을 줄이고 인터넷의 순기능을 더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Step 4. 신고 기능 - Step3과 마찬가지로 광장형 서비스인 경우 넣어야

이 얘기는 길게 안 적겠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 같은 경우엔 주인장이 모든 댓글을 모니터링 하게 되니 신고 버튼이 따로 필요없지만, 광장형 서비스에서는 신고 버튼을 꼭 넣고 신고가 들어온 댓글은 1순위로 관리해야 합니다. 꼭 넣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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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Step 별로 살펴 보았는데,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인 egoing님과 미리야님 글의 취지는 '블로그에 달리는 댓글과 댓글의 댓글을, 맥락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최신으로 달리는 댓글을 확인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맞죠?^^;) 

이를 위해서는 미리야님이 제시한 방식도 좋고요, 블로그가 무거워지는 것이 싫다면 이 글에서 언급된 테크크런치 방식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테크크런치 방식은 심플합니다.

댓글은 그냥 등록순으로, 페이징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댓글마다 퍼머링크가 있고 댓글 리스트 자체가 RSS를 지원합니다.

댓글에 참여한 사용자가 최신 댓글이 궁금하면 RSS 구독하면 됩니다. 피드에 올라온 최신 댓글 찍으면 해당 댓글 퍼머링크를 타고 앞뒤를 다 볼 수도 있으니까요.

약간의 문제는 피드에 올라온 최신 댓글이 내가 쓴 댓글에 대한 댓글이냐 아니냐 판독이 어려운 건데.. 미국 포럼의 Flat 뷰 방식에서 힌트를 얻으면, 모글 일부도 같이 묶어서 보여주는 걸로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 웹 콘텐츠에 달리는 댓글은 어떤 식으로 기획하면 좋을 지 일반론으로 서술했는데요,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탄을 기대해주신 분들께.. 잘 봐주세요(__)
.

댓글 7개: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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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이장 - 2009/03/25 07:52
    앗 다행이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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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옷!! 2탄개봉!!ㅎㅎ



    역시 커뮤니티의 광장형 서비스에는 등록순에 페이징 있고 공감기능에다가 신고기능까지..ㅎㅎ



    '블로그에 달리는 댓글과 댓글의 댓글을, 맥락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최신으로 달리는 댓글을 확인하고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도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 ~ㅎ



    한가지 궁금한것이 있는데요, ㅎㅎ



    필터링 기능이 (추천-비추 = 진짜 추천) 이라고 하셨는데요,

    포스트나 댓글이나 "이슈"가 되는 것이 보여지는게 좋지 않을까요?



    만약 추천(100) - 비추(100) =0 이 되면 감춰지게 되는데

    실질적으로 다른 댓글들은 추천(4) 뭐 이정도 공감가는 댓글보다는 추천과 비추를 많이 받은 "의견이 분분한" 댓글이 여러 사용자들에게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



    트람님~ 3편도 연재 되는거죠 ? +ㅁ+/~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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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그런데 최신순과 등록순의 정확한 구분이 무엇인가요?

    답글이 없거나 포럼형태가 아니라면 최신순=등록순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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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바람 - 2009/03/25 12:06
    바람님 말씀이 맞습니다. (추천-비추) 방식을 쓰면 추천100, 비추100인 건 그냥 0이 되어버리죠. 그래서 댓글이 아닌 콘텐츠 평가에 있어서는 보통 (추천-비추)의 '1번 계산' 방식을 쓰지 않고 '2번 계산'을 씁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별점제 경우 'Vote 자체가 높고 and 별점도 높은' 식으로 두번 계산하게 되고, 마이스페이스 동영상의 경우에는 '추천율(추천/추천+비추)이 높고 and 추천+비추도 높은' 식으로 두번 계산하게 되죠.



    그런데 윗 글에서 언급한 미디어성 콘텐츠는 콘텐츠와 댓글의 가치가 확실히 차이가 나고, 댓글에 그렇게 헤비한 로직을 적용할 필요를 그닥 못 느끼는(=ROI가 안 나오는).. 그래서 (추천-비추) 식으로 간단하게 적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3탄은 생각 안 해 봤는데=_=;; 예전에 비슷한 주제로 쓴 글이 있어서 링크 걸께요.~

    http://itagora.tistory.com/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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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paneristi - 2009/03/25 17:57
    최신순은 최신 댓글이 위로 나오는 방식이고,

    등록순은 가장 먼저 등록한 댓글이 위에 나오는(최신이 맨 아래로 떨어지는) 소팅 방식을 의미합니다. 서로 역순이 되죠. 그냥 입에 붙어서 저렇게 부르고 있는데 햇갈리셨으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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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댓글을 직접적으로 기획한 적은 없어서...세심히 읽어봤습니다. 고려할 사항이 역시 많군요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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