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8일 목요일

여유없는 우리들의 여유없는 어버이날

오늘은 어버이날.. 어젯 밤 문득 생각해보니 중학생 때 이후로 부모님한테 카네이션을 달아드린 기억이 없었습니다. 서울에서 다녔던 고등학교도 기숙사, 포항에서 다닌 첫 대학교도 기숙사, 중퇴하고 문과로 옮겨 다닌 두번째 대학교는 서울이었지만 달아드린 기억이 없고, 군대는 저 멀리 철원에서, 그리고 제대 후 복학하여 공부하다 바로 취직해서 내려간 곳은 제주도..

변명이지만 역마살(?) 때문에 부모님과 어버이날을 같이 보내기가 힘들어 10여 년 넘게 카네이션 하나 못 달아드린 것이 죄송했고.. 직장을 옮겨서 서울로 온 겸 아버지 깜짝 놀래켜 드릴 겸.. 겸사겸사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아버지 직장 가서 카네이션 달아드리고 왔습니다. 선릉역에서 구의역까지 2호선 한 방이라 후딱 다녀왔죠.

후딱 달아드리고 오니 나중에 아들한테도 할말은 생기겠다 싶은 이기적인 마음도 들고, 뭔가 뿌듯한 마음으로 아래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요,
 
어버이 날을 만든 1등 공신, 이돈희
http://culture.interview365.com/140


글 읽고 댓글을 보니 제가 생각했던 어버이날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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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졌음 좋겠다", "너무 힘들어요", "이런 거 왜 만드셨나요.." ...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이 넘어가고, 대다수 사람이 휴대폰을 갖고 인터넷을 하게 됐고, 그러니 저렇게 블로그를 보며 댓글을 달 수도 있는.. 그런 21세기가 되었는데 현실은 '너무 힘들어서' 어버이날 챙기기도 벅찬 그런 2008년입니다.

저 분들을 탓하는게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잘못 나가고 있는거죠.

국민소득이 늘면서 의식주는 쉽게 해결되고, 하루 8시간만 근무하면서 여유를 갖고 부모님 챙기고 자식 교육시키고, 자기 발전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이런게 발전일텐데..

뉴타운과 부동산에 눈 뒤집히고, 돈 쓸 곳이 많아 맞벌이 하느라 힘들고, 자식은 남들 다 하는 어디에 보내야 하고, 회사 근무는 빡빡해서 야근도 잦고, 회식하는 것들 따라다니면 일주일에 2-3번은 술로 보내고.. 그러니 어버이날 챙기는 여유도 없어지고..

결국 국민소득 증가 이상으로 돈과 시간을 더 쓰는(낭비하는) 상황이 문제인데요,

이런 문제를 직시하고 "국민에게 여유를 돌려드리겠습니다"라 부르짖는 정치인은 없습니다. "(돈 쓸 데가 많으니)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라고 외칠 뿐이죠. (그 경제도 서민을 위한 경제는 아닌 걸로 판명되고 있죠)

"그럼 성장 멈추고 분배하자는 얘기냐?"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분배가 아닌 '여유'입니다. 20년 전에 비해 국민소득이 10배 증가할 정도로 발전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의식주는 괜찮게 해결되고, 교육비는 적게 들여도 되고, 직장은 칼퇴근하고.. 우리가 과연 이러고 있나요?

국민소득이 증가한 만큼 여유를 찾게 된다면 훨씬 살 맛 나는 대한민국이 될텐데 말이죠.

쩝.

댓글 2개:

  1. "국민에게 여유를 돌려드리겠습니다"라 부르짖는 정치인도 없고, 그런 정치인이 나오면 찍어줄 사람도 별로 없다는게 아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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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점프컷 - 2008/05/14 16:28
    이번 5년 겪고 나면 찍을 사람이 많이 생길라나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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