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4일 토요일

인터넷 콘텐츠 제목의 '75% 원칙'

(이 글은 <조중동의 뉴스캐스트 기사 제목 왜곡율은 70%>의 후속편이며 조금 다듬었습니다.)

이미지, 사진, 플래시, 동영상, 슬라이드쇼, 움짤(gif)..

인터넷 콘텐츠 타입(그릇)은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명제가 있습니다. 이 모든 콘텐츠는 그릇에 상관없이 '텍스트로 된 제목을 필요로 한다' 입니다.

화려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웹2.0 시대임에도 텍스트 제목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많은 콘텐츠를 오밀조밀 메인 화면에 뿌려야 하는 네이버, 다음, 야후, 언론사닷컴의 경우는 특히 더 심하죠. 인터넷 매체 특성상 링크를 대표하는 제목의 가치가 올드 미디어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종이신문에 "어떤 사법조치도 원치않아"란 제목이 있다고 할께요. 제목 옆에는 전지현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습니다. 종이신문 독자들은 당연히 이를 묶어서 생각하니 아무 문제 없습니다.

종이신문은 이렇게 하나의 콘텐츠를 다각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가 많습니다. 제목 옆에는 사진이 있고, 사진이 없다면 부제목이 커버해주고, 부제목이 없다고 해도 리드문이 바로 보이니 신문을 펼치기만 하면 어떤 기사인지, 어떠한 콘텐츠인지 파악이 쉽습니다. '낚시'당할 일이 거의 없죠.

그러나 인터넷 매체는 특성상 '클릭이냐 아니냐'로 콘텐츠 전체가 읽히느냐 마느냐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클릭을 유발하면서도 콘텐츠를 잘 설명해줘야 합니다. 잘못 달면 "ㅆㅂ 낚였구나" 소리 나오게 되죠. 인터넷 매체에서 <전지현 "어떤 사법조치도 원치않아">란 제목 대신에 <"어떤 사법조치도 원치않아">란 제목을 그대로 쓰는 건 정말 바보같은 일이 되니까요.

따라서 인터넷 콘텐츠 제목은 종이신문과는 다른 특수한 원칙이 생깁니다. 나름 만들어 본 용어인데, 인터넷 콘텐츠 제목에는 "75% 원칙"이 작용하게 됩니다.

뜻은 이렇습니다. 콘텐츠가 담고 있는 내용 그대로 다 까발려서 100% 보여주면, 제목으로 모든 상황이 설명되면 클릭율이 확 떨어집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스트레이트성 기사가 인터넷에서 팔리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죠. "군포 여대생 실종 수사본부, 가발 구매자 명단 확보" - 누가 클릭하겠어요.

좀 더 넓게 보면 많은 블로거들, 전문적이지 않은 사용자들이 콘텐츠 제목 달 때 흔히 하는 실수이기도 합니다. 너무 솔직하게 제목을 달거나 '지식공백'이 전혀 없는 호기심 0의 제목을 우린 많이 봅니다.
(지식공백 : 사람이 지식을 받아들이다가 특정 지식이 불완전하면 그걸 채우려고 애쓰게 되는 현상)

반대로 콘텐츠가 품고있는 내용의 50%조차 설명이 안되는 텍스트 제목을 작성한다면? 제목에서 무언가를 기대하고 찍었는데, 이와 다른 콘텐츠를 읽는 기분이 됩니다. 일부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다수는 낚였다고 여길 소지가 크죠. 이건 100%의 제목보다 더 큰 문제입니다.

따라서 인터넷 콘텐츠 제목에는 '내용을 다 보여주지 않되 낚였다고 여겨지지도 않는' 75% 원칙이 중요합니다. 어쨌든 클릭율은 높여야 하는 것이고, 클릭율을 높이되 사용자 반응도 좋으면 모두가 좋은 일이 되니까요.

이러한 '75% 원칙'을 매우 간단하게 실현할 수 있는 몇 가지 공식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 캡처는 오늘자 네이버 뉴스캐스트입니다. 한국일보 에디터가 작정하고 제목 단 건 아닐텐데, 공교롭게도 빨간줄 친 세 개의 기사 제목이 '~잡고보니', '~했더니', '~가보니'로 끝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형적이면서 지루하면서 그래도 꾸준히 먹히는 공식은 몇 가지 더 있어요.

"~하는 N가지 이유" : 정확한 갯수까지 제시하면 더 좋음

"~해보니" : 위 한국일보처럼 여운을 남겨서 클릭 유도.

"~는 무엇?", "어디?", "누구?" : Object 자체를 감춰버려서 매우 궁금하게 만듬.

"~화제", "~논란" : 왜 화제일까, 왜 논란일까.. 에디터가 매너리즘에 졌을 때 다는 제목.

"~하라는 OO", "~인 OO" : OO는 명사. 단정지어서 뒷 이야기 궁금하게. 네이트 판에서 흔히 쓰임.
..

물론 저런 공식으로 카피를 만들어도 낚였다고 여겨지면 도루묵입니다. 사실 한국일보 기사 클릭해보면 실제로 용의자 잡고보니 뭐 어떻더라는 내용이 자세하지 않습니다. 텍스트 두 번째 기사는 한국일보 기자가 미국 최고 직장 가본 것도 아니고 연합뉴스 그냥 그대로 받아써서 제목만 세게 달았을 뿐입니다.

콘텐츠가 받쳐주지 못하는 강한 '75% 제목'은 결국 낚시죠.
 
요컨대 콘텐츠 내용도 알차면서, 저런 매너리즘 공식을 남용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75%의 제목을 달면 가장 좋은 케이스라 할 수 있겠습니다. 쉬운 용어 사용, 입에 달라붙는 어순, 지식공백 유발, 그러면서 감각적인.. 제목 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

댓글 27개:

  1. 아, 이거 왠지 공감이 갑니다. 확실히 다 까발리는 것 보다는 살짝 감추는 게 더 많은 사람들이 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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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카리부브라더스2009년 1월 23일 오후 7:23

    재미있는 분석입니다. 좋은 제목의 기사이기도 합니다. 본보기를 보여주셨군요. 그러나 내용은 알찼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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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군요....



    역시 그 분야에 계시던 분이라 그런 시각도 전달해주시는.....ㅎㅎ



    좋은 분석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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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tellist - 2009/01/23 18:09
    그렇죠? 콘텐츠 생산자라면 누구나 같은 고민할 것 같아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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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카리부브라더스 - 2009/01/23 19:23
    이 글 제목이 그걸 의식한 건 아니었는데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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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ieBe - 2009/01/23 22:49
    LieBe님 댓글 감사합니다. 블로거, 마케터, 온라인 미디어 종사자 등 제목 다는 일이 필요한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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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전.. 100%에 속하는 부류인거 같습니다 ㅠㅠ



    이제 제목도 잘 생각해 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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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어이쿠! 이거 좋은 말씀이네요. 많이 참고가 됩니다. ^_^

    저도 100%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몸도, 글도, 75%만 가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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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그저 자극적으로 적는 줄만 알았더니 이런 법칙이... 매체가 다르다보니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에도 차이점이 생기는군요. 재미있는 내용을 알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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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제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글이군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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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ㅎ 제가 매일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건데 여기서도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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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trackback from: Graffiti Paper # 04 - 2009.01.27.
    EDITOR'S COMMENT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해 한해 가는걸 생각해보니 왜 이리 시간이 흐르는 것이 빠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시간이 빠르다고 느껴지는 것은 늙어간다는 느낌이라는 모모씨의 말도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말이 그다지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라고 말을 해야 할까 말까...뭔소리냐...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올해는 자꾸 나이를 상기시키면서 생식능력에 의심을 표하는 친척들이 너무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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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초보유저 - 2009/01/24 00:46
    콘텐츠 중심 블로그라면 제목 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괜히 제목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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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예영 - 2009/01/24 00:58
    슬쩍 보여주는게 더 섹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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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골빈박사 - 2009/01/24 02:06
    말씀 감사합니다^^ 사실 '그저 자극적으로' 다는 경우도 많아서 안타깝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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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한시민 - 2009/01/24 02:3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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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꽃곰돌가필드 - 2009/01/24 21:22
    ㅎㅎ 네 이쪽에서 일하시는 분이면 몸으로 체득하는 내용일텐데 제가 그냥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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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트람 - 2009/01/28 13:53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다는 말씀에...

    위안을 얻으면서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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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저는 낚시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100%를 제목에 보여주려고 애쓰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제목을 100%(?)로 만들면, '검색 유입'이 꽤 많은 장점도 있구요. 아무튼 생각해 볼만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한 줄 요약하면

    '낚시인듯 아닌 듯한 제목 달기'

    정도인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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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트람 - 2009/01/28 13:56
    트람님 덕분에 직원들에게 좋은 사례를 보여주게 되서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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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역시 제목이 반 이상이군요. 검색에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을테니 늘 제목 짓는 것 때문에 고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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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JNine - 2009/01/29 00:20
    ㅎㅎ 네 맞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반영하면 '검색유입도 잘 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75% 제목'이 최고겠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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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태현 - 2009/02/03 16:59
    네 글쓸 때마다 가장 고민되는 게 제목인 것 같아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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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trackback from: 손담비 같은 제목 vs 신봉선 같은 제목 , 어떤 블로그 제목을 클릭하실건가요?
    머니야님 블로그에 <누워서 떡먹듯 Daum 메인에 글올리는 사람>이라는 글이 떴다. 머니야님은 너무 잘 긁어준다. “아.. 거기 어딘가가 가려운데 정확히 어딘지 모르겠어..” 라고 말하면 “여기!” 라고 정확히 긁어준다. 이번글도 확실히 긁어준다. 왼쪽은 머니야님이 처음 만든 글제목이고 오른쪽은 다음메인에 정형돈 화장실가듯 올라가주시는 미라지님이 수정한 글제목이다. 이건 누가봐도 “아..” 할만하다. 마우스를 쥔손이 최면에 이끌리듯 오른쪽으로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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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글 제목에 대해서 공부중에 좋은글이라서 글 퍼갔습니다. http://money.web2r.net/name/162

    혹시 불쾌하시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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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문디뚱 - 2009/05/07 09:34
    아 괜찮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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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좋은 분석글입니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구요. 많은 방문자들을 유치해야하는 인터넷언론의 입장과 낚이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너무뻔한 기사는 보기싫어하는 독자들과의 줄다리기라고 생각됩니다. 75%의 원칙...좋네요^^ 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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