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1일 수요일

'악플소송 자살' 고교생 사건, 진실은?

짧막한 뉴스 만으로는 제대로 파악이 안됐었는데, 부산경남방송(KNN) 보도로 어느정도 의문이 풀렸습니다. 첫 보도부터 쭉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이건 정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사건이네요.

악플이 부른 죽음 - KNN 보도
http://www.knn.co.kr/news/todaynews_read.asp?ctime=20090120163354&stime=20090120165736&etime=20090120155830&userid=newstar

'악플재판' 취하 모르고 고교생 '자살' (추가로 경남도민일보 기사입니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77303

지금까지 보도된 것과 네티즌들에 의해 밝혀진 내용으로 종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발단 -
어느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 개인정보유출 피해 건으로 변호사가 소송인원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를 비방하는 악플이 달림. 이에 변호사가 소송.

전개 -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악플러의 ID는 故심모군 아버지 주민등록번호로 확인됨. 아버지는 컴맹임이 밝혀지고 그 아들인 심모군이 지목당함. 심모군은 아니라고 항변했고, 주변에서도 그럴 아이가 아니라고 했지만 질질 끌다가 변호사가 배상금 2천만원으로 높였다가 형편 어려운 것을 알고 결국 2009년 1월 15일에 고소 취하.

결말 -
고소 취하를 모르고 있던 심모군은 2009년 1월 20일에 자살. 경찰 IP 추적 결과, 심모군이 살고 있는 경남 창원이 아닌, 부산에서 김모씨가 명의도용하여 해당 닉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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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연합뉴스 기사만 보면 변호사가 정말 욕먹을 짓 한 거였고, 다른 기사를 보면 고소 취하했는데 왜 대체 자살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의문점이 많은 사건이었습니다. KNN과 경남도민일보 기사 때문에 조금 밝혀졌는데 그래도 의문이 남는 것은 대체 왜 처음부터 IP 조사를 안 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추측인데요, 심모군과 그 가족은 IP에 대해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악플 수사를 거치며 공권력(경찰)이 윽박지르니 자긴 아니라고 항변하다가, 배상금 2천만원까지 올라가니 마지못해 인정해서 배상금을 낮추려고 했고, 고소 취하됐지만 그 사실도 모르고 억울한 나머지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IP에 무지했던 가족 잘못일까요? 용산에서 6명이 사망한 것도 화염병을 던졌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권력에 있습니다.

용산 철거민 사망사고에서도 드러나듯이 길게 보고 타협하고 협상해서 억울한 이 없도록 하는게 제대로 된 공권력 행사이자 참된 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빨리 개발해서 이권을 나눠 갖어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져 밀어붙이다 결국 사람이 6명 죽었고, 창원에서는 "ID와 민증 번호 맞으니 아들이 악플러 맞네" 이런 식으로 주먹구구식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고교생 자살하고 보니 IP가 달랐다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서는 안되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글수정/추가 : 경찰은 당연히 IP 조사를 했는데, 유동 IP라서 기록이 남지 않아 추적이 안됐다는 관계자 분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 댓글 내용까지 묶어 종합적으로 판단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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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개:

  1. 잘 읽었습니다.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 우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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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타깝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에



    우리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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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이버범죄 전담 부서가 생긴 지도 오래 됐는데, 어째서 ip를 추적하는 일부터 먼저 하지 않았던 걸까요?



    아무래도 그 부분은 기자들이 추가로 취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래서 경찰 수사 과정에 헛점이 있었던 걸로 판명된다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할 거고요.



    또 한편으로는 언론이 이런 문제를 다룰 때 사건 전말을 충분히 파악해보지 않고 섣불리 기사부터 쓰고 보는 관행에도 질타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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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처음에 기사만 보고선, 변호사가 저렇게 치졸할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군요.. 충분히 오해가 있게 글을 쓴 기사나 언론사가 정정보도는 했나 모르겠네요.. 암튼 황당하고 힘없는것이 안타까울뿐입니다.. 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당글 제 미투데이에 가져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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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rackback from: 태야의 생각
    진실.. 어제 본기사의 진실. 정정보도는 되고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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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벌새 - 2009/01/22 00:46
    김광수 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님이 쓴 표현이 '전방위 불량국가'란 말이었는데.. 딱인 것 같습니다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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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ʇɔǝʇıɥɔɹɐ - 2009/01/22 01:04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 대한민국이란 것도 안타깝지만, 달력을 보면 어렸을 땐 자동차가 날아다닐 줄 알았던 21세기.. 그것도 9년이나 지난 2009년이란 사실이 더 우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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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미진한느낌 - 2009/01/22 06:41
    네 동감합니다. 최초 보도를 어설프게 해서 변호사도 마음 고생 심했을 것 같고 그 심모군 가족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언론도 문제고 경찰도 제대로 진상 파악을 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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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태야 - 2009/01/22 08:19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엔 속으로 변호사 욕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구요.. 정상적인 사회로 조금씩 나아가야 하는데 이게 시계가 거꾸로 흘러가고 있으니 더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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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고소가 취하된 후 5일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건가요?

    고소가 취하되었다는 내용을 알려주는 공고문같은 건 안보내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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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rackback from: 푸른종이의 생각
    '악플소송 자살' 고교생 사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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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가정에 어떤 사고로 재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실제적으로 재판이 최종적으로 끝나고서 법원에서 결과를 안내하는 편지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나 왔던걸로 기억합니다.



    최소한 법원에서 사건이 취하가 되었으면 유선상으로 먼저 안내를 해주는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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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아직 많이들 모르더군요.퍼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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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개뿔 - 2009/01/22 13:04
    잘 모르겠습니다. 변호사가 고소취하했는데 법원에서 통보해주는 행정절차가 오래 걸리는지.. 겪어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랬을 듯 싶습니다.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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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벌새 - 2009/01/22 17:31
    동감합니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시민을 생각해야.. 그런 시스템이 있었다면 심모군도 그런 결정을 내리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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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starrynight - 2009/01/23 14:22
    정말 황당하죠.. 더 아이러니한 것은 명의도용 피해소송에 악플이 달렸는데 그 악플마저 명의도용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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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네리아 - 2009/01/23 15:29
    네 괜찮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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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아, 이런 것이었군요! 가슴 아픕니다. 왜 요즘에는 연속으로 가슴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목격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뭐든지 차근차근 이치대로, 순리대로 처리해야 하는데, 요즘은 우리나라 특유의 엄벙덤벙 "빨리빨리" 문화의 폐단이 심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공권력의 힘은 너무나 막강한 것이기에, 스치기만 해도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공권력을 가지신 분들이 충분히 이해하시고, 더욱 조심조심 섬세하게 일처리를 하셔야 할텐데, 요즘 보면 너무 거칠고 서두르시는 것 같습니다. 걱정입니다. 이런 식이면 어느 날 우리 가정도 이런 봉변을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우리 모두 관심 갖고 널리 알려서 이런 현실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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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경남방송은 오보입니다.2009년 1월 25일 오후 10:44

    경찰은 당연히 IP 주소를 추적했고,

    당시 유동 IP이고, 3개월이 지나(3개월만 보관의무를 가집니다)

    추적이 안 됐습니다.



    경남방송은 오보입니다.

    당시 해운대구 얘기가 나온 것은

    아버지 이름을 도용한 학생이 아무렇게나 적어 넣은 핸드폰의 명의자가 해운대구 였던 것을 경찰이 착각한 듯...



    경남방송 김성진 기자는 빨리 정정보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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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경남방송은 오보입니다. - 2009/01/25 22:44
    댓글 감사합니다. 관계자 분 같으신데 글 수정해서 관련 내용 적어 넣었습니다. 경찰이 추적은 했어도 IP로 조사가 되진 않았으니 진짜 명의도용 당한 건지 아닌 지는 확실하지 않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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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trackback from: 악플 이라고 펄펄 뛰는 어떤글을 읽고..
    자기 표현의 여러가지 형태. [원본]http://dramatique.tistory.com/885 온라인의 각종 글은 누구에게 읽혀질 목적으로 쓴다고 봐야한다. 자기만의 글로서 읽혀지길 거부한다면 악플은 없을것이다. 누구의 글을 읽고 그 반응을 글로서 댓글하는것은 원글을 쓰는사람의 의도와 같은것이며 댓글이 반드시 긍정 적이거나 찬사로 이루어 질수는 없다고 본다. 쓰는 사람은 박수를 받기위해 썻을지라도 어떤분에게는 던진 돌이 하필이면 개구리가 맞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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