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2일 화요일

포털전략론(3) - 긴 잠에서 깨어난 싸이월드

싸이월드의 지난 2년 간 히스토리를 잠깐 보실까요.

차세대 싸이월드 'C2' 닻 올렸다, 2006.5.17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view.html?cateid=1026&newsid=20060517135019817&cp=segye

(상략) "지난해 8월 싸이월드 5.0 개편 이후 보다 더 근본적인 싸이월드의 변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씨앗이 C2"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상위전략기획이 완료되어 본격적인 기획단계로 돌입한 상태"라며 "C2는 구축기간 내내 누리꾼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함께 만들어 갈 것"임을 밝혔다. 그는 특히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미니홈피와 클럽 까페, 블로그, 개인홈페이지 등 이미 잘 짜맞추어 놓은 퍼즐을 모두 분해시켜 다른 시각으로 다시 한 번 그 퍼즐을 맞추어 보는 작업에 빗댈 수 있다"며 "관리는 쉽게, 활용은 높게, 표현은 자유롭게, 또 편리한 개인화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좀 더 제대로 된 '홈페이지'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략)

싸이월드, 홈2 오픈베타 실시, 2007.3.28
http://media.daum.net/breakingnews/view.html?cateid=100000&newsid=20070328143510838&cp=mk

(상략) '홈2'의 특징으로는 출사 사진 등 한장당 최대 2MB까지 대형 이미지를 업로드할 수 있으며, 화면 전체를 활용해 감상이 가능하다. 또한 홈2에서 글을 작성해 이글루스, 통 등 외부 블로그로 포스팅할 수 있으며, 올블로그, 이올린 등의 메타블로그에 자신의 홈을 등록해 컨텐츠를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 RSS 및 트랙백도 지원한다.

메인페이지 편집이 손쉬워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웹위젯 배치만으로 개성있는 나만의 홈페이지를 구성할 수 있으며, 기능의 다양성 면에서 최고 수준의 게시판서비스도 선보인다. 게시판은 이미지, 동영상, 설문, 지도, 배경음악 등 다양한 기능을 한번에 업로드할 수 있는 멀티에디터를 장착하고 있다. (하략)

싸이월드 홈2가 왜 실패했냐고?, 2008.2.4
http://scamus.net/460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미리보는 2008 인터넷 시장’ 에서 첫번재 순서로 발표된 김현철 SK커뮤니케이션즈 e마케팅 사업팀 부장의 '싸이월드 홈2는 왜 실패했나? ' 영상입니다.

김현철님은 싸이월드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확장성을 개선하여서 각종 웹2.0 기술들을 모두 집합한 싸이월드 홈2를 만들었으나 보기좋게 실패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실패 원인을 그냥 기술들만 모아놨을 뿐 진짜 유저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하략)

미니홈피가 새로워졌어요, 2008.4.16
http://www.cyworld.com/main2/notice/view.asp?seq=2008&page=1

(히스토리 끝. 아래는 제 글입니다) ---------------------------------------------------

SK컴즈에서 제기한 홈2의 실패 원인은 '기술만 모아놨다, 진짜 유저들이 원하는 건 제공하지 못했다'였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웹사이트를 바라보는 두 가지 큰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컨텐츠 유통, 또 하나는 관계구축인데요, 전자(컨텐츠 유통)에 초점을 맞추면 digg.com, 올블로그, Daum 아고라, 네이트 판, 네이버 블로그의 서비스가 나오는 것이고, 후자(관계구축)에 초점을 맞추면 SNS가 나오겠지요.

물론 SNS로 시작한 마이스페이스의 경우, 주목도가 매우 높은 자사 사이트 자체를 컨텐츠 유통의 장(마이스페이스TV)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죠. 동영상이라는 새로운 컨텐츠 유통에 방점을 찍고 시작한 유튜브는 Vlog와 여러 관계구축 기능을 제공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중이고요. 그러나 싸이월드 홈2는? 이 관점으로 보면 실패 원인이 명쾌하게 드러납니다.

홈2는,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성공요인이었던 관계구축 요소에서 전혀 발전된 모습이 없었고, 컨텐츠 유통 측면에서도 미니홈피보다 결코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그 큰 자신의 플랫폼을 두고 메타 블로그에 얹힐 생각을 했다는 것 부터 판단미스였던 것이죠.

(잠깐 말을 돌리면, 꾸미기 중심의 홈2와 네이버 블로그를 비교하여 '그럼 네이버 블로그는 왜 성공했나' 반문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네이버 블로그도 꾸미기에 방점을 찍고 시즌2를 시작하긴 했지만, 네이버의 경우 이미 검색이라는 강력한 컨텐츠 유통망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게 네이버 블로그의 약한 관계구축 요소를 커버해주고 있고, 또한 일반 대중들에게는 '네이버를 하면 왠지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마케팅의 효과도 꽤 컸던 것 같아요)

결국 싸이월드 홈2의 블로그화 선언은 어쩔수 없는 귀결이긴 한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싸이월드 '홈2' 블로그로 변신, 2008.4.10
http://media.daum.net/economic/stock/others/view.html?cateid=100035&newsid=20080410094010695&cp=Edaily

싸이월드 측엔 미안하지만, 전 요것도 사실 회의적입니다. 한국의 고만고만한 포털 블로그들과 똑같은 플랫폼으로, 그것도 후발로 붙어서 뭘 얻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다음 블로그, 엠파스 블로그, 파란 블로그, 싸이월드 블로그..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도 아니고, 고만고만한 포털 블로그들 사이에서 싸이월드가 이 서비스를 안착시키기는 그리 쉽지 않겠죠.

그 노력을 싸이월드 자신의 핵심에 투자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관계구축과 컨텐츠 유통.. 특히 싸이월드가 지금의 싸이월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인 관계구축 측면에서 더욱 더 고민한다면, 최근의 미니홈피 개편 수준을 뛰어넘는 작지만 큰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의 news feed나 어플리케이션 같은 '충격'.. 싸이월드도 할려면 할 수 있겠죠.

긴 잠에서 깨긴 했지만, 잠에서 깨어 뒷걸음질 치면 그게 더 위태로울 수도 있으니.. 이 관점에서 앞으로의 싸이월드 행보를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10개:

  1. C2가 전면 무료였다면 대성공했었을겁니다만.. 싸이측에선 불가능한 거였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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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리카르도 - 2008/04/22 15:30
    전면 무료였더라도 컨텐츠 유통, 관계구축에선 나아지는게 전혀 없었을테니.. 그래도 성공하진 못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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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블로그로 바뀌어도 껍데기나 그들의 컨탠츠 성향들은 크게 변함이 없을겁니다.. 그냥 웹위젯 같은 일부 꾸미기 기능 추가, 다른 곳에서는 처음부터 있었던 시스템을 이제서야 도입, 그리고 블로그라고 이름만 바뀔 뿐.. 현재 올블로그나 다음 블로그 뉴스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블로거 분들이 쓰시기에는 많이 부족한 곳이지요.. 저도 1년 정도 쓰다가 사측의 어이 없는 운영 행태와 컨탠츠 성향이 저랑 너무 안 맞아서 그냥 일촌 전용 빅홈피 -_- (미니홈피 보다 큰 홈피;) 로 쓰고 있습니다.. 블로깅은 티스토리에서 하구요.. 그리고 홈2의 신규유저들도 타사의 블로거들을 끌어들이는게 아닌 그냥 기존의 미니홈피 유저들을 흡수한다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그래서 싸이월드라는 곳의 전체적인 유저수나 트래픽은 크게 변함이 없습죠.. 오히려 떨어져 나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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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Zoony - 2008/04/22 16:37
    일촌 전용 빅홈피..ㅎㅎ Zoony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본래의 '싸이월드2' 기치는 사라지고 고만고만한 블로그가 됐고, 그마저도 다른 블로그 플랫폼에 눌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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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공감합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이미 검색이라는 강력한 컨텐츠 유통망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표현에 공감합니다.



    네이버의 검색결과로 블로그가 노출되므로 같은 값이면 네이버 블로그로 가죠.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가 기능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전혀 없구요. 게다가 한번씩 방문하는 이야기맨의 파워는 엠파스나 네이트에서 넘볼 수 없는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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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리 특별하지 않은 기능에서, 기존의 미니홈피와 단절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C2를 기대했다가 "뭐야 일촌에서 컨텐츠까지 다 새로 해야 하잖아"라고 생각하고 때려치웠거든요.

    기존의 미니홈피 사용자들이 왜 아직까지 싸이를 이용하는지 SK컴에서는 간과한 것 같습니다. 기존의 "인적 네트워크"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싸이 인수하고 돈지랄 떨어서 이글루니 하는 애들 다 죽이고 먹고 했었지요. 한번 자리잡으면 그놈의 자료와 인맥 때문에 다른데로 빠져나갈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자기네 내부에서 만들고도 "남들로 못 빠져나가게 만드는" 제한장치를 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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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brandon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너무 '폐쇄적인 운영'이 실패의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돈을 벌 생각만으로 싸이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회원들이 올린 게시물의 백업을 지원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저도 싸이에 올린 사진이 많지만,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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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점프컷 - 2008/04/22 17:37
    바꿔 말하면 네이버 검색에 붙으면 뭐든 중박 이상은 치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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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brandon - 2008/04/22 19:21
    처음에 싸이월드 C2 얘기를 들었을땐 일촌 관계 그대로 불러오고 C2에서 메타 데이터를 더 추가하여 다양한 사람 만날 수 있는 관계요소를 추가하는 줄 알았는데(프로젝트 명 자체가 싸이월드2였으니;;).. 말씀하신 대로 일촌 마저 도외시한 건 너무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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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flexy - 2008/04/23 05:13
    C2가 정말 성공할꺼란 믿음이 있었다면 "미니홈피를 홈2로 바꾸기" 요런 거 둬서 전체 백업 가능하게 했을텐데 내부에서도 확신이 없었나 보네요^^; (과거 Daum이 플래닛을 S플래닛으로 반강제적으로 변경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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