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3일 일요일

빠삐놈 사태의 결론 - 승리의 유튜브

디시인사이드의 르네상스를 활짝 연 '빠삐놈' UCC. HIT갤에 댓글이 무려 16000개까지 달린 UCC까지 등장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빠삐놈병神디스코믹스 (feat. 엄기뉴 전스틴 디제이쿠 이효리 한가인)
http://gall.dcinside.com/list.php?id=hit&no=6417&page=1&search_pos=-3478&k_type=0100&keyword=%EB%B9%A0%EC%82%90%EB%86%88

처음에는 음악 파일 UCC로 시작했지만 점차 더 재밌고 퍼가기 쉬운 동영상 버전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당신은 빠삐놈 UCC 동영상 버전을 보셨나요? 그렇다면 그 영상은 어느 서비스(판도라TV, 다음 tv팟, 앰엔캐스트, 유튜브 등)를 통해 올라온 UCC였나요?

대답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다음 tv팟 또는 유튜브.

이중 다음 tv팟은 디시인사이드가 제휴를 맺었기에(각 갤러리에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 디폴트로 tv팟 업로더 이용)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실제로 빠삐놈의 tv팟 컨텐츠들이 꽤 많이 퍼졌죠. 그러나 빠삐놈 관련 각종 뉴스에 등장하는 동영상과 실제로 많이 펌질되는 영상은 유튜브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고기사 : 요즘 '빠삐놈' 모르면 '이상한 놈'?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0730174005683

출범 반년 밖에 안되는 유튜브 코리아의 놀라운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사실 많은 IT 전문가들은 올초 유튜브 코리아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봤었죠.

올초 예측기사 : 유튜브가 한국서 성공하기 힘든 이유 - 전자신문, 2008.1.25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30&aid=0000208093

최근 분석기사 : 한국서 구글은 울고 유튜브는 웃는 사연 - ZDNet, 2008.7.24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92&aid=0001941517

유튜브 코리아가 약진하고 있다는 뉴스는 지난 6월 촛불시위 때에도 나온 적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한국의 동영상 서비스들이 국내 법 적용을 엄격히 하기 때문에 유튜브가 상대적인 이득을 취한 것이 더 큰 원인이었겠죠. 그러나 빠삐놈 UCC 현상은 다릅니다. 수많은 국내 동영상 서비스를 놔두고 한국의 열혈 네티즌들은 유튜브에 올리고 퍼가고 소비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유튜브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까요?

제 생각은, 한국 네티즌들이 유튜브의 (정말 엄청난) 강점들을 은연 중에 이미 파악하고, 받아들이면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에 첨부한, '유튜브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힘든 이유'란 기사에 보면 화질, 열악한 해외 네트워크 환경, 파괴력 약한 컨텐츠 때문에 유튜브 코리아가 성공하기 힘들다 진단했었죠. 그러나 유튜브에는, 한국 동영상 서비스에는 없는 강점들이 많이 있고 이게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유튜브는 '한국에서 야후 코리아에 이어 두번째로 널리 대중화된 해외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유튜브의 어떠한 강점이 한국 네티즌들을 빨아들이고 있을까요? 대략 다음 네 가지 이유로 정리됩니다.

첫번째, 강력한 '관련 동영상' 기능에 따른 핫 컨텐츠 엮음 효과.

한국의 포털과 동영상 서비스들은 사실 올드 미디어인 TV와 별 다를 바 없습니다. 운영자에 의해 편성된 극히 일부의 컨텐츠, 또는 대형 커뮤니티에 펌질된 컨텐츠를 제외하고는 UCC가 거의 팔리질 않습니다. 개별 스토리지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죠.

그러나 유튜브는 다릅니다. 어떻게든 특정 동영상이 뜨면, 여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관련 동영상이 엮이면서 같이 뜨게 됩니다. 태그, 플레이수 등에 기반한 관련 동영상 추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해당 컨텐츠 군(群)이 같이 뜨게 되고, 이는 엄청난 컨텐츠 파워 강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PapiNom Pyung-shin Disco Ver. (빠삐놈 병神) - 여기 관련 동영상을 보세요~
http://kr.youtube.com/watch?v=9G9rIzN9E6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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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유튜브로 만들어준 관련 동영상 기능


두번째, 원본보기를 통한 컨텐츠 소비 선순환구조.

유튜브 영상은 퍼갔을 경우에도 플레이 중 아무때나 화면을 누르면 유튜브 원본 게시물이 새 창으로 뜨게 됩니다. 사용자는 어디 펌질된 유튜브 영상을 보면 원본을 띄워서 작성자 확인하고 관련 동영상을 쭉 소비하는 패턴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컨텐츠 소비 Flow가 한국 사용자들에게서도 점차 확산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국내 동영상 서비스들이 단순한 스토리지 역할에만 그치고 사용자와 컨텐츠를 엮어주는 기능이 매우 미흡한 것을 감안할 때 유튜브의 이러한 소비 Flow는 정말 큰 강점입니다. 덧붙여 광고가 없다는 점도 이러한 컨텐츠 소비 흐름을 원할하게 해 주는데 도움이 되겠죠.

세번째, 정확히 찾아주는 검색.

현재 유튜브의 한국 컨텐츠 양은 다른 한국 동영상 서비스에 비해 많이 떨어지겠지요. 그러나 중복 없이, 핫 컨텐츠 우선하여 처음부터 쭉 보여주는 검색의 정확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건 직접 체험하시는 게 빠를 것 같네요.

유튜브에서 '빠삐놈' 검색 결과
http://kr.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B%B9%A0%EC%82%90%EB%86%88&search_type=&aq=-1&oq=

네번째, 글로벌 미디어 서비스로서의 파워.

현재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등 여러 해외 서비스들이 속속 한글화되어 선보이고 있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경우 글로벌 플랫폼의 강점을 살리기란 무척 힘듭니다. 한국인들이 타국과 엄청난 교류를 하는 것도 아니니.. 하지만 유튜브는 미디어 서비스에 가깝습니다. 사용자들은 유튜브에 올리는 핫 컨텐츠가 어떤 파워를 갖고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사용자들도 서서히 깨닫고 있는 중이지요.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빠삐놈 동영상 댓글에 보면 외국인을 위해 친절하게 영어로 '이 영상은 한국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뜬 것이며..' 같은 댓글들이 붙고 있습니다.

요컨대 한국의 동영상 서비스들은 웹2.0보다는 TV에 가깝습니다.
(Broadcast Yourself by 영자 & 편집)

유튜브는 웹2.0이란 말을 탄생시킨 장본인 답게 생산,공유,소비의 선순환구조를 통해 한국에서 입지를 넓혀 나가는 중이지요.
(Broadcast Yourself by yourself & 네티즌)

유튜브 코리아는 현지화 노력과 더불어 일부 한국 포털과 로그인 연동까지 가능하게 한다면 한국 시장을 평정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현재 사이트에 쓰인 한글 폰트나 디자인 규칙 등은 여전히 이질적이죠) 지금 상황은 티핑 포인트를 넘기 직전이라 볼 수 있겠네요.

참고 : 티핑 포인트에 대한 과거 글
http://itagora.tistory.com/82

한국의 웹기획자로서는 아쉬운 현실입니다만, 아무튼 국내 동영상 서비스들 지금 분발하지 않으면 때는 늦을 것 같습니다.

댓글 16개:

  1. 솔직히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유튜브가 깔끔하고 편합니다

    (비록 화질은 떨어지지만)

    mncast 등의 서비스는 끝나고 광고가 따라와서 한 페이지에

    여러 개의 짧은 동영상이 연달아 포함되 있을 경우 광고 때문에

    원할히 보기가 어려운데 반해서 유튜브는 마치 gif애니메이션을 보듯이 깔끔해서 좋습니다. 또 해외에 있는 네티즌을 고려할 때 유튜브는 거의 유일한 선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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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처음엔 정부의 인터넷 탄압으로 어쩔수 없이 차선책을 선택했었는데 그러는 동안 편리함과 기능에 익숙해서진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무생각없는 명박이 정부...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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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NCAST는 해외 회선이 엄청 부실해서 싫어합니다.



    유튜브는 이제 고화질 모드를 지원해서 동영상 화질도 많이 좋아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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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정확한 타이밍의 지적이에요. 분석된 리스트 공감하고요. 하나 더 넣는다면... 국내 동영상 서비스들이 저작권자들과 리스크관리 하고 있는 사이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는 점. 포스팅 잘봤습니다. 추천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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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iniop - 2008/08/03 05:05
    miniop님 댓글을 보고 아차 싶더라구요. 글수정하여 광고에 관한 내용 아주 약간 추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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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MIN - 2008/08/03 13:32
    MB가 키워준 서비스.. 아고라,유튜브.. 나중엔 유튜브 코리아까지 탄압하려고 들까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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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chatmate - 2008/08/04 02:04
    유튜브에 맞장뜨기가 그렇다면 한류 효과를 이용하여 동남아, 아시아 시장은 노릴 만 했는데.. 회선 문제만 놓고 봐도 해외 시장까지 공략할 만한 한국 동영상 서비스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판도라TV가 글로벌 서비스 좀 시도하는 것 같은데 결과가 어떤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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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zoonous - 2008/08/04 10:58
    댓글 감사합니다^^ 그러네요.. 리스크 관리 문제도 그렇고, 유튜브 사용자들이 유튜브를 바라보는 관점(Vlog,교류,전파,소통)과 국내 사용자들이 국내 동영상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스토리지)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담엔 블로그 링크도 좀 걸어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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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trackback from: wafe의 생각
    빠삐놈 => 승리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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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국내에선 이번 올림픽 중계를 공식적으로 유튜브에서 한다고 하니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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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제가 전자신문에 쓴 기사를 인용해 주셨군요. ^^



    요즘 유투브가 조금씩 성장하는 이유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 저에게 물어 보더라고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제 생각은 아직 유투브 트래픽은 구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의미 있는 수치와 의미 있는 기간을 분석해서 나온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유투브가 주장한 코리안클릭의 다른 자료들은 보면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쏙! 뽑아서 보도자료로 돌렸다는 것을 쉽게 파악 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좀 더 장기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트래픽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트람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유투브의 내재적인 가치가 상승했다기 보다는 국내 동영상 업체들이 처한 현실에서 나오는 외부 효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해석일 거 같습니다.



    제 기사를 인용해 주셔서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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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동영상 서비스에 대해서 크게 관심있게 보지 않았는데, 개념정리에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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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나루터 - 2008/08/06 15:53
    올림픽은 방송이 최고긴 하지만ㅎㅎ 유튜브 정말 많이 크는 것 같아요. 신선한 자극제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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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도이모이 - 2008/08/13 10:30
    아! 그러셨군요. 직접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촛불시위 때는 확실히 외부효과였는데, 빠삐놈 같은 사례가 속속 등장하는 걸로 보아 유튜브의 원래 존재하던 내재적 가치를 우리나라 사용자들도 점차 알아가는 것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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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점프컷 - 2008/08/13 16:09
    점프컷님 요새 글이 없으시던데 좀 올려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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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그런데 저는 유투브가 전혀 편하지 않던데요.

    물론 관련 동영상을 편하지만, 화질도 현저히 떨어지고 (요즈음 HQ가 생기긴 했죠)

    동영상도 10분밖에 못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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