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7일 수요일

컨텐츠 평가에 찬성-반대가 모두 있어야 하는 이유

최근 올블로그(http://www.allblog.net/)의 '가장 많이 추천받은 글' 코너에 연달아 '뻘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댓글에서 "옛다 관심~" 정도 쏟아지는 뻘글이 어떻게 가장 많이 추천을 받아 올라올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컨텐츠 평가에 '추천'만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찬성/반대가 있더라도 찬성만 가지고 정렬하면 문제는 똑같습니다. 왜냐면 극소수의 사람에 의해 컨텐츠가 추천받아 '의도치 않은 어뷰징'이 일어나기 매우 쉽기 때문입니다. 다수가 반대 의견을 갖고 있어도 이 컨텐츠를 끌어내릴 수가 없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를 들어볼까요. 논리도 없이 편견에 가득차 불교를 비난하는 뻘글이 올블로그에 올라왔다고 칩시다. 처음 9명의 올블로그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하고 뻘글임을 확인하고 그냥 휙 닫습니다. 곧이어 평소에 불교를 싫어하거나 정말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믿는 사람 1명이 이 글에 추천을 때립니다.

이렇게 되면, 처음 9명은 무관심하거나 반대의견을 가졌지만 의사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에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10%만 지지하고 90%가 반대한 글임에도, 추천을 때린 한 명 때문에 이 글은 단지 '추천 1'을 달고 올블로그 추천 글에 진입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잘 보이는 곳에 노출이 되니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게 됩니다. 이제 99명의 사람이 뻘글을 보게 됐습니다. 다수는 그냥 닫지만 몇명은 댓글에 "옛다 관심~"이라고 의사 표현하고 몇명은 신고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나 신고는 소용없습니다. 스팸이나 광고 글은 아니기에 운영자 마음대로 삭제하거나 추천 글에서 뺄 순 없는 노릇이죠. 이제 100번째 사람이 추천을 한번 더 때립니다.

요약하면,

처음 9명이 무관심 또는 반대, 1명은 추천 - 올블에서는 '추천 1'로만 기록.
그 다음 99명이 무관심 또는 반대, 그리고 1명이 추천 - 올블에서는 '추천 2'로만 기록.

이렇게 됩니다.

모두 110명의 사용자가 방문했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글을 읽고 의사표현하고 추천했으나 올블에서는 단지 '추천 2'라는 기록만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108명이 반대한 컨텐츠일 수도 있는건데 말이죠. 이런 식으로 추천 몇 번 더 받게 되면 '가장 많이 추천받은 글'에 올라갈 것입니다. 이는 사용자들이 어뷰징하고 싶어서 어뷰징한 게 아닙니다. '의도치 않은 어뷰징'인 것이고, 따라서 컨텐츠 평가에 있어 '추천' 버튼 하나만 있으면 안된다는 결론입니다.

찬성(추천)/반대 버튼이 모두 있다면 최소한 '의도치 않은 어뷰징'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포털뉴스에서 종종 '네티즌 설문조사(poll)'를 할 때가 있는데요, 정말 신기한 것은 대략 100명 정도의 네티즌이 어떤 설문조사에 대해 80명은 찬성, 20명은 반대로 투표했다면, 네티즌 총 수가 1천명이 되고 1만명이 되고 10만명이 되어도 8만명은 찬성, 2만명은 반대.. 이렇게 비율이 유지되는 것을 매번 겪었습니다. 처음에 설문조사에 참여한 네티즌이 너무 적을 경우엔 왜곡 현상이 있기도 하는데, 그 표본 수가 커지면서 특정 비율로 수렴하더란 얘기지요.

컨텐츠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가에 참여한 수가 너무 적다면 왜곡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명이 '뻘글'을 보고 2명이 찬성하고 1명이 반대하여 (찬성 2 > 반대 1)의 논리로 '최신 추천 베스트'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평가를 시작하면 반대가 결국 찬성을 앞지르게 되고 이 컨텐츠는 '추천 베스트'에서 내려오게 되겠죠. (이게 진짜 '집단지성'입니다)

사실 국내 토종 웹사이트 중에 진작부터 이러한 어뷰징을 파악하여 사이트에 녹인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10년이나 된 웃긴대학(http://web.humoruniv.korea.com/main.html) 인데요, 가장 잘 나가는 게시판인 '웃긴자료(웃자)'의 경우 처음엔 추천 버튼만 있었으나 대략 5-6년 전에 반대 버튼이 생긴 것으로 기억합니다. UCC를 한번 거르기 위해 '대기자료' 게시판도 생겨났지요.

(사용자가 가치있는 링크를 올리고 다른 사용자들이 이를 추천/반대(digg,bury)로 평가 - 웹2.0 사이트의 선구자로 칭송받은 Digg.com 탄생 이전에 웃긴대학은 이미 비슷한 시스템을 확립했다는..^^;)

그렇다면 컨텐츠 평가에 찬성,반대를 두고 이를 어떻게 엮어서 '추천 베스트'를 만들 수 있을까요? 여러가지 방법이 나옵니다만, 유튜브 방식을 차용할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쓰이는 별점제는 사실 찬성/반대제와 본질적으로 동일하죠. 별 1,2개를 주는 건 반대의견인거고, 3개는 중립, 4,5개는 찬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 별 4개 반 식으로 평점을 내게 됩니다.

유튜브를 차용하면, 찬성과 반대만 가지고서도 (찬성수/찬성+반대) 식으로 계산하여 별점과 흡사하게 평점을 구할 수 있고, (찬성수-반대수)를 이 컨텐츠의 가치 척도로 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찬성수-반대수의 경우 컨텐츠 조회수에 비례하기에 노출 정도에 따라 가치가 더 올라가는 어뷰징은 어쩔 수 없겠지요)

컨텐츠나 댓글에 추천 버튼을 두고 사용자에 의해 유통되길 바라는 서비스가 있다면 이러한 점을 염두하고 기획해야 할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4개:

  1. trackback from: 컨텐츠 평가에 찬성-반대가 모두 있어야 하는 이유
    <P>트람님의 포스트를 두 번째로 소개하는 것 같군요~</P>

    <P>포스트나 게시글의 "추천"제도의 문제점 및 이와 더불어 "반대"도 함께 필요한 이유에 대해 적어주셨습니다. 최근 올블로그의 가장 많이 추천받은 글 코너에 연달아 '뻘글'이 올라왔는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컨텐츠 평가에 '추천'만 있지 '반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해주셨습니다. 어떤 글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추천하는 사람만 그 생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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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추천만 있음으로서 생기는 효과 중 하나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글들이 가장 추천 많이 받은 글에 올라온다는 것.



    개독 다 디져라...이런 제목으로 글 쓰면 무조건 저기 올라갑니다.^^;



    근데 이런 글들이 논란을 놓고, 사람을 불러모으고, 페이지뷰를 올려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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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점프컷 - 2008/08/29 13:29
    그렇죠. 그런 극단적인 댓글이 동조하는 몇명의 추천만 받으면 베스트 댓글, 최신 추천의견에 딱 하니 나오니..ㅠ.ㅠ 사실 포털뉴스 댓글이 PV에 큰 기여를 하진 않습니다만 댓글이 없다면 재미가 반감될 것 같긴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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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찬성/반대'에 대한 개념 정리 및 합의가 먼저 이루어질 필요도 있는데... 음.. 즉 글을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 또는 경우에 따라서 너무 다양한 관점에서 찬/반을 다룬다는 거지. 아고라에서의 일반 독자들은 필자의 논지에 대한 찬/반에 초점을 맞추지만, 잘 알듯이 운영자의 입장에서 논지의 촌철살인여부를 떠나서 글의 품질 (정보성이나 글재주, 그리고 단순히 텍스트의 양 등)에 대한 찬/반을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한때 아고라 '반대베스트'가 영자들의 궁여지책이 아니었나.. 실제 작년 하반기에 고품질의 글을 발굴하기 위해서 '공감' 버튼만을 넣을까라는 고민도 했었던 적이 있지. ...즉, '반대'라는 말이 주는 (특히 아고라에서) 엄청난 현실 왜곡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가 중요한 듯.. 논지에 대한 반대인지 글 자체의 품질에 대한 것인지... 단순히 랭킹의 요소로 반대를 사용하면, 또 다른 팬덤현상이 발생할지도 모르지... 어렵지만 쉽고 쉽지만 어려운 문제지... (생각이정리안돼네... SURS에 대해서 글을 적어야 하는데, 걱정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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