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2일 화요일

한국에서 웹2.0 서비스가 뜨지 못한 이유

태우님이 웹2.0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제기했던 문제인데, 새로 만든 '쿱미디어'란 블로그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하셨네요. 한국에선 왜 웹2.0 서비스가 뜨지 못하고 혁신이 사라졌을까 하는..

인터넷 쇄국정책의 미래는?
http://qooop.kr/entry/인터넷-쇄국정책의-미래는

윗 글에서 태우님은 '중앙집중적이고 모이기 좋아하고 시장의 크기가 작고 다양성에 의존할 수 없는 시장. 그것이 바로 한국의 웹'이란 결론을 내렸는데, 동의하는 점 분명 있습니다. 포털이 웹 생태계의 다양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 정책과 법률은 후퇴하고, 사용자들은 독점적인 포털로만 쏠리고 있고.. 그러나 한국에서 웹2.0 서비스가 뜨지 못한 것이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닐 겁니다.

미국도 AOL과 야후 등 포털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Google은 야후와 AOL이 제공하지 못하는 검색 결과를 사용자에게 주었고,
Flickr는 미국 포털들이 제공하지 못한 사진 서비스와 경험을 사용자에게 주었고,
Youtube는 포털들이 주지 못한 동영상 업로드와 공유, 퍼가기 경험을 사용자에게 줬습니다.
Myspace와 Facebook도 마찬가지죠.

미국의 웹2.0 서비스들은 기존 포털들이 제공하지 못한 사용자 Needs를 파고 들었고, 사용자에게 포털이 주던 가치 그 이상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웹2.0 서비스는 어떤가요. 그러지 못하고 있죠.

한국에서 '독립적인 웹2.0 서비스'가 뜨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1. 미국에서 이미 뜬 웹2.0 서비스를 카피하여 한국화 하는 차원이면, 포털이 카피한 서비스가 좀 더 안정적이고 무난한 사용성을 주고 있음. 어짜피 글로벌 시장은 미국의 영어로 된 진품(플릭커,유튜브 등)이 자리를 잡았으니 한국화에 기반한 좁은 시장에서 다투는 것이라면 포털이 카피한 것이 좀 더 안정적이고 빠르게 나온다.

2. 한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에 먹힐 만한 좋은 아이디어를 가졌더라도 이를 우선 '기본이 되는 상품'으로 만들기가 무척 어려움. 몇몇 블로거들이 UX 운운 하지만, 정작 UX센터를 갖고 있는 포털을 제외하면 실무에서 사용성을 제대로 고려하여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들(웹기획자)은 무척 드문 편.

3.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기본이 되는 상품'으로 만드는데 성공하면 대기업 또는 포털이 사서 고만고만한 서비스로 만들거나 없앤다. 싸이월드를 산 SK컴스, 첫눈을 산 NHN이 그러했던.. (Tistory를 산 Daum은 Tistory 서비스 정신을 버리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 글을 보고 있을 샨새교 교주 신모 기획자님 화이팅!)

한 가지 (황당한) 이유를 덧붙이면..

한국을 점령한 신자유주의로 삶이 퍽퍽해지고, 2005년부터 불어닥친 부동산 열풍으로 너도 나도 집을 사야 하는 강박관념과 함께 원금과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안정적인 수입을 노리고 웹의 고급인력들이 창업을 거부하고 대기업으로 직행해서 고만고만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으흠.. 제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어느정도 서비스화되면 실무자들끼리 서로 피드백도 주고 받고 같이 발전하면 좋을 것 같은데.. 저도 기획하느라 바빠서(3D 가상세계와 결합된 SNS) 다른 서비스 분석하거나 웹기획 관련 글 쓸 시간도 참 없네요.

암튼 이 글을 보고 있을, 대한민국 곳곳에서 혁신적인 웹서비스를 만들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웹기획자들과 디자인, 개발자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댓글 11개:

  1.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부분 저도 동감합니다 ^^



    제가 그 글에서 웹 2.0이 뜨진 못한 이유가 닫힌 환경 때문이다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고요, 그냥 웹의 본질적인 부분을 보았을 때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가장 답답한 부분을 토로해본 글입니다. 웹 2.0 과 한국에 대해서는 좀 더 큰 그림의 글을 몇 번 더 쓸 계획입니다. (한국의 경제 상황, 20대의 취업/문화, 투자 환경 등등등 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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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태우 - 2008/08/12 14:37
    앗, 트랙백 걸고 댓글 달아야지 했다가 잠깐 어디 갔다 와 보니 방문해주셨네요^^ 태우님이 답답하게 여기시는 점 저도 동감합니다. 관련하여 올초 몇번 글 썼는데 태우님 글 보니 오랜만에 다시 생각나네요. 다음 글 기다리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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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네이버 지식인은 한때 열풍적이었지요 :)



    약간 체계성이 없는 위키디피아같은 느낌이 들지만,



    트래픽으로 먹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뱀다리는 저리 치우고..



    .

    .



    예감인데, 한국에서 웹 2.0은 의외로 빨리 진행될 거 같습니다.



    블로그가 쵸재깅 수준이 된다면 재미있는 인터넷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미니홈피도 예전 인터넷 초기의 Freetalk 게시판에 근본을 두고 있고,



    블러그도 확장성의 차이만 있지 미니홈피와도 아주 상이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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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태우님이 거시적인 분석을 해 주셨다면, 트람님이 실무에서 느끼는 좀 더 기획자적인 분석을 해 주셨네요.



    트람님이 이야기 하신 것처럼, 외국에 있는 것을 카피해서 한국화 하는 능력이 포탈이 더 뛰어 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한 것도 태우님이 지적하신 한국적 특성에서 기인 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국내 웹서비스는 네이버, 다음이 브랜드가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죠.



    이 상황에서 벤처 업체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네이버, 다음보다 더 빠르게 서비스를 만드는 것뿐인데 문제는 적은 인력 가지고 네이버, 다음보다 더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나 보니 국내 사용자들의 특성을 제대로 살펴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내 사용자들에게 더욱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죠.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아무리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도 얼리어답터를 외에서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중에~ 네이버에서 만들면 이용하지 ~~~



    마치, 중소기업에서 아무리 혁신적이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몇년 뒤에 삼성에서 나올 것인데, 그때 삼성에서 만들면 하나 구입하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웹에도 두드려지게 나타나고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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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aro☆ - 2008/08/12 16:43
    블로그도 RSS와 트랙백 때문에 과거 개인 홈페이지와 차별화되기 시작한거고.. 말씀하신대로 진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무자 입장이다 보니.. 더 빠르게 진행해야겠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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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도이모이 - 2008/08/13 10:18
    동감합니다. 포털에서 만들지 않으면 별로 알려지지도 못하고 묻히는 서비스들.. 컨셉은 좋은데 잘 다듬어지지 않은 독립적 웹2.0 서비스들도 많고.. 어떻게든 점차 나아지겠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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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도이모이 - 2008/08/13 10:18
    아직은 점차 나아길 기미가 안 보이는거 같은데요 ㅡㅡ;



    점차 네이버 집중 현상이 심해지는 것이 현실인거 같은데요. 다만, 인터넷의 특성상 이 구조가 천년만년가지는 않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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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 끝이 없어보이는 주제...

    과연 우리나라에서 웹2.0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성공하면은 끝이 날 수 있을까요...? 흐응~

    머리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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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trackback from: 대기업의 인터넷 서비스가 망하는 이유?!
    대기업이 떳다하면 시장을 독점해버리는 다른 산업들과 달리 인터넷 산업에서의 대기업은 부진하기만 합니다. 많은 대기업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하려다가 여러번 말아먹었지요. 왜 그럴까요? 돈도 많고, 사람도 많고, 빽도 쎈 대기업이 왜 유독 인터넷 업계에선 힘을 못쓸까요? [전하, 통촉하시옵소서~] 첫 번째 이유. 사용자가 재밌어 할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윗 사람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를 만든다. 처음에 기획했던 서비스는 분명 '원더걸스' 였는데,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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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trackback from: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들에 대한 편견
    참 오래만에 글을 적습니다. ^^ 그동안 이웃블로그도 못 둘러보고... 그동안 휴가도 다녀오고.... 작은 사무실도 하나 준비하고.... 결혼도 준비하고..... ^0^ 여러가지 일이 한번에 몰리다 보니.... 어휴~ 정말 몸이 2개가 아니라 3개가 있어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즐겁기는 합니다. ^^ (돈을 많이 못 벌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같은 꿈을 꾸며... 서로 위로하며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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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rackback from: 한국의 웹 2.0이 실패하는 이유
    한국의 웹 2.0이 실패한 이유가 막대한 마켓팅 비용 때문이다라는 글을 보고 트랙백을 씁니다. 과연 그것 만이 사업 실패의 원인일까요 ? 제가 생각하는 몇가지 원인을 적어보겠습니다. 좀 총채적인 내용이라 내용이 산만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1. 지지층이 얇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 웹2.0은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이입니다. 과연 2.0만 유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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