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부동산 거품이 화두다 보니 연속으로 관련 글을 포스팅하게 되네요. 이해 부탁드립니다)
'은 작년 말에 출판된 뉴 머니터리즘(신 화폐주의)이란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얼마전 대우증권에서 소개하고 저는 미디어오늘에서 보게 됐는데, 좋은 비유네요. 현재 금융위기에 관심있는 분들 꼭 보세요. (글이 좀 길어서 숨겨놨습니다. 아래 more 클릭~)
코코넛이 많이 나는 섬이 있었다. 섬 사람들은 코코넛을 먹고 살면서 남는 코코넛은 지나가는 배에 팔아 현금을 마련했다. 현금은 매트리스 밑에 보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육지에서 온 한 사람이 이 섬 최초의 은행을 세웠다. 섬 사람들은 현금을 꺼내서 은행에 맡겼고 이자를 받아 예금을 불렸다. 섬 사람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코코넛 나무를 심을 돈을 마련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예금보다 대출이 더 많아지게 됐다.
코코넛 나무 한 그루는 100달러인데 해마다 8달러를 벌어다 준다. 소득세는 25%, 이자는 4%다. 만약 은행에서 100달러를 빌려 코코넛 나무를 심으면 8달러를 벌어 이자를 4달러 내고 소득세를 1달러 내면 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코코넛 나무 한 그루를 키우던 농부가 은행 대출을 받아 한 그루를 더 키운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매출은 200달러, 영업이익은 16달러, 이자는 4달러, 소득세는 3달러가 된다. 은행 대출 없이 그냥 한 그루만 키울 때는 6달러를 벌었는데 대출을 받아 두 그루를 키우니 은행 이자를 주고도 이익이 9달러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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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왼쪽이 대출 받기 전, 오른쪽은 100달러를 대출 받아 코코넛 나무를 두 배로 늘렸을 경우. |
그런데 어느 날 육지에서 똑똑한 젊은이들이 찾아와 코코넛 컴퍼니를 차렸다. 이들은 굳이 힘들게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농부를 찾아가 자본금의 50%를 60달러에 사들였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은 자본금이 10달러밖에 없었고 나머지 50달러는 은행 대출로 해결했다. 농부의 자본금은 100달러인데 그 50%를 60달러에 사겠다고 하니 농부로서는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농부들은 대출금을 갚거나 집을 늘리는데 이 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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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코넛 컴퍼니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
이제 농부가 9달러를 벌면 이 코코넛 컴퍼니는 4.5달러를 가져가게 된다. 이 회사는 은행 대출금 50달러에 대한 이자를 2달러, 소득세를 0.625달러 내고 나면 1.875달러가 순이익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좀 더 똑똑한 젊은이들이 찾아와서 은행의 자산을 사겠다고 했다. 이른바 자산 유동화라는 첨단 금융기업이었다. 은행의 자산은 코코넛 나무 대출 100달러와 코코넛 컴퍼니 대출 50달러를 더해 150달러였는데 젊은이들은 이 절반을 75달러에 사들였다. 은행은 이 돈을 받아 부동산 담보 대출에 쏟아 부어 이익을 늘렸다.
이 젊은이들은 자본금이 7.5달러 밖에 없었는데 나머지 67.5달러는 일본 은행에서 연 0.25%로 대출을 받았다. 그 결과 이들은 은행에서 75달러에 대한 이자 4%인 3달러를 받고 일본 은행에는 67.5달러에 대한 이자 0.25%인 0.2달러만 지불하면 되게 됐다. 소득세 0.7달러를 내고 나면 순이익이 2.1달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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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코넛 헤지펀드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
다시 정리를 하면 이렇다. 농부는 이제 50달러를 투자해서 4.5달러를 번다. 코코넛 컴퍼니는 10달러를 투자해서 1.875달러를 번다. 은행 자산을 사들인 헤지펀드는 7.5달러를 투자해서 2.1달러를 번다.
그래서 한때는 모두가 행복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이 늘어나면서 은행은 이익을 챙겼고 부동산 가격이 뛰어오르면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됐다. 소비도 늘어나고 세금도 늘어나고 복지 혜택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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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코넛 섬 전체 대차대조표. |
그런데 사실 따져보면 섬 전체에 늘어난 것은 코코넛 나무 한 그루밖에 없었다. 농부가 100달러를 대출 받았을 때는 코코넛 나무가 생겼지만 코코넛 컴퍼니나 헤지펀드가 대출을 받았을 때는 회계 장부에 숫자 몇 줄만 바뀌었을 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부채는 늘어났지만 자산은 늘어나지 않았다.
섬 전체의 대차 대조표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자산은 코코넛 나무 두 그루, 200달러인데 부채는 300달러가 됐다. 자본잠식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결국 어느 날 코코넛 가격이 25% 하락하자 저축이 줄어들면서 은행 이자율이 두 배로 뛰어올랐다. 그 결과는 우리가 지켜보는 바와 같다. 연체율이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소비가 줄어들고 코코넛 가격이 다시 폭락하면서 심각한 경기 침체로 돌입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참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자본주의 자체가 몰락할 순 없고, 몰락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기회로 '재테크'란 용어만큼은 몰락하면 좋겠습니다. 주식, 펀드, 부동산 투자 같은 재테크는 심심할 때 치는 점 100원 고스톱 같이 되면 좋겠어요.
개인은 열심히 노력하고 일해서 '실질적인 이익'을 추구해야 하고, 이것이 모여 국가의 실질 자산이 되어야 합니다. 주객이 전도되서 누구나 다 손쉽게 돈 벌려고 뛰어들다 벌어진 것이 이번 금융위기죠. 전세계가 나서서 이를 예방토록 시스템화하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일 것입니다.
공감 가는 이야기입니다. 퍼가요~
답글삭제현재의 상황을 명료히 설명하네여
답글삭제@여와 - 2008/10/29 12:03
답글삭제좀 어려운 상황인데 이야기를 보니 이해가 잘 되더라구요. 댓글 감사합니다^^
@꽃사시미 - 2008/10/29 14:19
답글삭제그렇죠? 온 국민이 이렇게 세계 경제에 빠삭해지는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으흐..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