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4일 목요일

KISS 원칙에는 원래 Speedy가 없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매일 키스하세요"란 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돌렸다고 합니다. 국내 얼마 안되는 여성 CEO가 매일 키스하라고 하니 더 화제가 된 듯. 물론 뽀뽀는 아니고, 불황 극복을 위해 'Keep It Simple & Speedy'를 마음에 새기자란 내용이었다고 하네요.

현정은 현대 회장 "매일 키스(KISS) 하세요"
http://media.daum.net/economic/stock/market/view.html?cateid=100014&newsid=20090513120105703

사실 KISS의 원래 뜻은 좀 다릅니다. 'Keep It Simple, Stupid!'죠. "단순하게 하라구, 이 바보야!" 정도로 해석됩니다. 미국은 친근한 구호에 "Stupid!"를 종종 넣는데 "It's economy, stupid!"로 아버지 부시를 물리쳤던 빌 클린턴을 생각하면 이해가 갑니다.

그래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KISS 원칙을 강조할 경우엔 Stupid!가 좀 민망하겠죠. 직원들한테 "바보야!" 하기란;; 그래서 KISS는 'Keep It Short and Simple'로 쓰이기도 합니다.

또는 'Keep It Short and Sweet'로 쓰일 때도 있는데 이때의 KISS는 제목달기의 원칙이 됩니다. 짧고 달콤하게~ 멋진 문구죠? ("섹시한 제목을 뽑아라"는 표현보다 Sweet가 더 좋은 것 같군요^_^)

요컨대 KISS 원칙은, 단순함을 강조하는 의미로 Keep It Simple, Stupid! 또는 Keep It Short and Simple로 쓰이거나 제목 달기의 원칙을 설명하면서 Keep It Short and Sweet 정도로 쓰입니다.

Speedy까지 강조한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빨리빨리'의 대한민국이라서 Speedy가 쓰였을 수도 있지만, 정말 Simple과 Speedy는 양립 가능한 구호일까요? 단순하게, 간단하게 처리하면서 거기에다가 빨리빨리까지?

경험이 적은 직원 A.

이런 급에서 단순하고 빨리빨리 일처리한 결과는 십중팔구 보잘 것 없습니다. 앉으나 서나 맡은 일 생각하고 고민에 고민을 더하여 결과물을 내놓아도 인정받을까 말까죠. 많은 고민과 Trial and Error가 따라야 합니다. 타고난 천재가 아니고선 SImple and Speedy는 불가능.

경험이 좀 되는 직원인 B. 

빨리빨리 일처리는 가능하지만 그렇다면 그 결과물은 '혁신적인 단순함'이 아니라 '해왔던 대로의 단순함'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이런 사람들이 '혁신적이면서 단순한 일처리 방식 또는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Speedy가 안됩니다. 많이 고민해야.

마지막으로 경험이 많고 내공이 쌓인 C는? 

이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고 남들보다 더 두드러진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애씁니다. 그런데 너무 고심한 나머지 결과물이 아스트랄해지는 경우가 꽤 있어요. 현 회장이 강조한 Keep It Simple & Speedy는 B와 C사이, 또는 C급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 먹히는 구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정주영 공법'은 건설업에서 아웃라이어가 된 정주영 회장이니까 내놓을 수 있던 것이었지 A와 B 급에서 그정도로 Simple 하면서 Speedy한 혁신적인 결과물은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특히 A한테는 기대해서도 안 됩니다. 속도위반의 키스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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