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6일 수요일

다음 한메일 사과, 유저를 개발자로 아나

지난 7월 22일, 다음 한메일 서비스가 낮에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다 버그가 발생하여 다른 사람의 메일 내용이 보이는 등의 장애가 있었습니다.

다음 "이메일 노출 피해자 55만명", 2008.7.23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view.html?cateid=1038&newsid=20080723151112164

[해설] 다음은 왜 낮에 업그레이드를 했나, 2008.7.24
http://media.daum.net/digital/it/view.html?cateid=1077&newsid=20080724150906632

포털 '피소ㆍ제소' 소송대란 조짐, 2008.11.19
http://media.daum.net/digital/it/view.html?cateid=1077&newsid=20081119080309441&p=dt

기사 검색해보니 72명의 피해자가 인당 30만원씩의 소송을 걸었군요. 저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4개월이 지나 다시 사과 메일이 날라오고 새로운 안내 페이지가 생겼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더욱 노력하는 한메일이 되겠습니다.
http://mail.daum.net/main/index.html


두 가지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1. 메일팀과 상급 책임자가 사과한다면 이해 가지만.. 전혀 상관없는 팀 직원들까지 얼굴 내보이면서 사과문을 쓰게 한 건 좀 오버로 보입니다. 투입 대비 효과가 그닥 없을 것 같은데.. 사용자가 저런 걸로 감동받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2. 저 공지페이지의 두번째 단락 보면 'Daum인이 드리는 한메일의 약속'이란 항목이 있습니다.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게 보편적인, 평균적인 네티즌을 가정하고 쓴 것인지 의문입니다.

1) 기술품질관리 및 평가시스템 강화
오픈 및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하략)

2) 강력한 데이터 저장, 복구 시스템 강화
기존 인프라 장비를 대규모 추가, 메일 DB의 백업 시스템을.. (하략)

3) 서비스 품질 및 사후 관리 시스템의 강화
버전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시에는 신속하고.. (하략)

기술품질관리 이런 말은 그렇다쳐도,
프로세스, 시스템, 데이터, 인프라, 메일 DB, 백업 시스템, 버전 업그레이드.. ㅠ.ㅠ

한메일 사용자가 월간 2천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천만명의 대한민국 네티즌은 개발자가 아닙니다. 저 용어가, 대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사용자 마음에 들어가겠어요?

"지난 10년동안 여러분의 소중한 편지를 잘 담아온 한메일, 앞으로도 안전하게.." 뭐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제공되었던 서비스였음을 강조하면서 사용자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대책을 제시할 수도 있잖아요. 물론 몇번 장애 있었겠지만 그거 다 일일히 세보고 기억하는 사용자 없으니까요.

저도 Daum에서 몸담았던 인연 이전에 한메일에 대해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제대한 직후인 2002년 말, 한메일을 통해서 지금의 아내와 연락이 닿았거든요. 그때 주고 받은 메일 아직까지 메일함에 잘 저장되어 있고 어쩌다 꺼내보면 살짝 웃음 나곤 합니다. 왜 이런 감성코드를 활용 못하는지 아쉽군요.

사용자를 조금 더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이왕 전체 다음 사용자를 위해 페이지를 만든 건데 그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댓글 30개:

  1. @이성주 - 2008/11/26 11:16
    "음.. 뭐.. 대책을 세운다는거군..." 하고 대충 넘길 사람이 99%겠죠. 그걸 노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암튼 저 '한메일의 약속'은 실무자가 윗선에 보고하는 PT 문서 맨 앞장에 Goal, 전략, 대책 그런거 쓸 때 용도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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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글의 내용도 보였나요?

    제목만 보인 걸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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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주 어려운 전문용어를 쓴 것도 아니고 제가 보기에는 저정도면 상당히 괜찮다고 보는데요. 오히려 구체적이고 좋네요. 대충 넘길 사람이 많긴 하겠지만 그걸 대충 넘기는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보네요.



    "지난 10년동안 여러분의 소중한 편지를 잘 담아온 한메일, 앞으로도 안전하게.."



    그리고 이런 애매모호한 문장이 훨씬 위험합니다. 구체적인 어떠한 대책도 없거든요. 말 그대로 '말로만' 죄송한거고 '말로만' 약속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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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직장이나 학교에서 아는 분들을 제외하고 저 단어가 어렵다고 하지 않는 분들이 얼마나 있을지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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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CAC - 2008/11/26 12:08
    내용까지 나오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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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G-YeongS - 2008/11/26 12:20
    페이지 상단의 직원들 반성문과 밑의 기술용어의 생뚱맞음.. 그리고 '한메일의 약속'을 개발적으로만 풀어서 제공한 것이 안타까워서 쓴 글입니다.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말고 감추라는 것은 아니었고 G-YeongS님의 그 의견에 동감합니다. 어려운 건 사실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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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당연히 어려운 용어들이죠. 한메일의 사용자층이 좀 넓습니까. 제 주변의 어르신분들은 모두 한메일 서비스를 사용하고 계신거같은데 그분들은 "인터넷"이 뭔지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메일은 쓰십니다. 그분들께 검색은 생활에 전혀 필요없어도 이메일은 자녀분들과 통신하는 가장 편한 수단이기에 정말 중요하죠.



    이건 Accessibility하고도 연관이 있습니다. 물건을 만든 사람과 그 근처 사람들만 이해하는 언어로 대화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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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분명 비전문가에게는 어려운 용어 일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런 용어를 쓰지 않고 이러쿵 저러쿵 잘하겠다 라고 한다면,. 세부적인 대책없이 잘하겠다고만 한다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을것 입니다.

    뭘 해도 욕먹을라나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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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제휴마케팅팀 김혜진님 모습과 착한 글씨체를 보고 모든걸 용서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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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4개월이 지나서 갑작스럽게 사과메일이 오고 사과페이지가 생겼다니요???... 처음보는 사람은 딱 오해하기 좋은 표현이군요. 제 기억으로 사고나고 바로 다음 메인 정중앙에 사과페이지 노출시키고 메일 메인에도 오랬동안 메일장애 관련 사과 신고페이지 만들어놨던거 같은데요. 그때 사고당시에 사과문에서 어떤식으로든 보상한다는 식의 내용도 어렴풋 기억이 나는데 이제 그 보상을 실시하나보죠. 그리고 저는 30대 초반이지만 저런 전문적인 용어로 대책을 밝히는 게 더 신뢰가 있어 보이네요. 이런 부분은 감성적인 용어보다 전문적인 용어가 훨씬 효과가 있지 않겠나요? 그렇다고 일반인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전문적인 용어도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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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fragile - 2008/11/26 14:23
    fragile님이 제 글을 더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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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wssplex - 2008/11/26 14:57
    뭘 해도 욕하려고 쓴 글은 아닌데^^; 사과 메일의 직책 표현부터 안내 페이지까지 내부 정서로만 기술한 것 같네요. 그리고 사실 '모니터링 프로세스 강화'도 세부적인 내용은 아니겠죠? 딱 사내 윗분 보고용 문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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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다음 - 2008/11/26 15:23
    저는 우연히 화면 캡처에 잡힌 동영상팀 황선아님의 글씨에 감동 받았습니다. (선아님 화이팅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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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기럭지 - 2008/11/26 15:31
    기럭지님 댓글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니 그때도 사과페이지가 있었고 메일 받았는데 그때 별 생각없이 넘겼다가 4개월 만에 다시 보고 의아해서 제가 좀 오버해서 쓴 것 같습니다. 말씀 듣고 내용 수정했고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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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컴퓨터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그냥 이해도못하고 넘어갈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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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솔직히 일반인 즉 컴맹인데 메일만 겨우쓰실수 있거나

    나이가 많으시거나 나이가 아주 어린 학생

    요즘은 초등학생도 메일쓴다고 하니...

    그런사람들이 보기엔 적합한 단어들은 아닌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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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사람 냄새나는 사과문 + 다방면에 걸친 노력에의 의지 + 반성문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여기 반응들을 보니 의도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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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상단의 자필 사과문들은 감성적이고

    하단의 한메일 약속은 정말 이성적이군요

    감성과 이성의 조화로 봐줘야 할런지..



    아래글은 좀 더 쉽게 풀어쓰는게 좋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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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글 내용에 급 공감하구요.



    뇌이버 같이 매도를 당하기 쉽상인...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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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IT에 전혀 무관심한 분들이 보면 당황스럴수도 있을 겁니다. 이메일 사용자는 약간의 IT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 했을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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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당장 맥킨토시를 쓰는 편집 디자이너분들을 만나도 저런 단어 쓰면 너 멋있어졌다, 라고 하는 판입니다. 아마 아 그런갑다, 하고 넘기고 마시겠지요. 아는 사람만 알아라, 하고 적은 건 아닐테고... ^^ 딴지 거는 사람들은 뭔갈 아는 사람들일 것이다, 라는 생각도 아녔을테고... 어쨌든 다음 쓰면서도 이런게 있는 줄 몰랐었네요. 다시 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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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화군 - 2008/11/26 16:27
    그렇겠죠? 그게 의도였을 수도 있겠습니다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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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세실랴 - 2008/11/26 16:56
    20대, 30대에서도 저런 표현과 용어를 보고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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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행복한고니 - 2008/11/26 17:09
    의도는 좋았으나 세부적인 방법론이 좀 많이 어긋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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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1001 - 2008/11/27 09:04
    감성은 오버했고 이성은 너무 이성적으로 막나간;; 1001님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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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indy - 2008/11/27 10:57
    이게 얼마나 반향이 없었으면 제 글 말고는 별 이슈도 안 된 것 같습니다. 다들 그냥 보고 "그런가부다" 하구 넘긴 듯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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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nicozy - 2008/11/27 16:59
    사용자가 약간의 IT 지식이 있을테니 저렇게 써야지~ 했다면 그것도 나름 사용자 배려한 것일텐데, 실상은 아무래도 윗선에 보고하는 내용 그냥 그대로 적은 듯 한 것 같아 좀 안타깝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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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dol - 2008/11/27 18:28
    말씀대로 '아 그런갑다'란 반응을 이끌어 내는게 의도였다면 제 글은 좀 벌쭘해집니다만..ㅎㅎ; 그래도 좀 큰 걸 바라보고 저런 이벤트를 벌였겠죠?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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