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5일 수요일

웹기획자란(1) - 네 가지 타입의 출신 분석

Hit Media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서연아빠님의 아래 글에 동감하면서.. 웹기획자 입장에서 덧붙여 웹기획자의 출신과 전공에 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개발 경력없는 웹기획자. 약일까 독일까
http://hitmedia.tistory.com/entry/%EA%B0%9C%EB%B0%9C-%EA%B2%BD%EB%A0%A5%EC%97%86%EB%8A%94-%EC%9B%B9%EA%B8%B0%ED%9A%8D%EC%9E%90-%EC%95%BD%EC%9D%BC%EA%B9%8C-%EB%8F%85%EC%9D%BC%EA%B9%8C


첫번째 이야기 - 웹기획자의 '출신'

먼저 서연아빠님이 언급하신 것 처럼, 정통파(처음부터 웹기획으로 입문한 사람)와 개발자 출신의 웹기획자가 있겠지요. 여기에 더하면 디자이너 출신의 기획자도 있고 운영자 출신의 웹기획자도 있겠습니다.
 
물론 UI와 개발 업무를 거쳐 운영도 해보고 웹기획에 뛰어들어 절대무공을 펼치는 사파 기획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위의 네 가지 케이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컨대,

a형 : 순수 웹기획자
b형 : 개발자 출신의 웹기획자
c형 : 디자이너 출신의 웹기획자 (UI,UX에 도통한)
d형 : 운영자 출신의 웹기획자


요런 네 가지 타입으로 정리되고요, 제가 겪은 각각의 타입에 대한 특징을 적어보겠습니다.
(제 경험이기에 일반적으로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a형 - 순수 웹기획자

보통 문과 출신이며, 웹기획 직군으로 바로 뛰어들어 비슷한 순수 웹기획자 출신의 멘토로부터 사사받은 분들.

특징 : 제안서를 잘 만듬. 특히 a형 중에서는 PPT 한 페이지의 70% 이상을 영어로 구사하는 분들도 꽤 있는데, 알쏭달쏭하면서 뭔가 있어보이게 만드려고 노력함.
(예. "Open & Share를 위해 아이덴티티의 repository에 컨센트레이션하여 Web2.0 service로서 positioning을 꾀하고..")

기획과 대개편(그래드 리뉴얼)을 최우선시. 사이트를 조금씩 고치려는 의지는 약한 편. 특이한 사이트를 발견하면 매우 좋아함. 타직군을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기획자와, 자신이 갑이라 착각하는 기획자로 테크트리를 탐.

b형 - 개발자 출신의 웹기획자

이과 출신이 대부분이며, 다양한 이유로(같이 일하던 웹기획자가 답답해서, 기획업무가 꼭 하고 싶어서, 나이 좀 더 먹어도 웹계에 남고 싶어서..) 기획 업무에 뛰어듬.

특징 : a형과 회의하면 평행선을 그을 때가 종종 발생. 서비스 철학과 비전, 전략이란 숲을 고민해야 할 단계인데 나무와 가지들이 같이 보이는, 매트릭스 네오 같은 분들이라서 괴로워하기도 함. 이런 분들이 기획PL을 맡으면 프로젝트 확확 돌아감.

기획할 때 밤새고, 개발자들 개발할 때 같이 밤새야 하는 마인드도 종종 관찰되며 이 때문에 a형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함. ("기획자는 기획할때 야근, UI잡을때 야근, 개발할때 야근, 오픈할 때 야근..")

c형 - UI 출신의 웹기획자

예체능 출신? =_=; 어디서 오는지 사실 잘 알지 못함. UI와 UX라는 쌍수무공을 펼치기에 상당히 대접받음.

특징 : 서비스가 크게 히트치진 못하더라도, 괜찮은 well-made 사이트는 쉽게 구축하는 기획자들. 하지만 개발 업무에 무지하다면 a형 보다도 개발자와 더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큼. UI와 UX에 대해 알고 있지만, 예쁘긴 하지만, "그래서 대체 뭐하라는 곳이지?".. 방향으로, 사이트가 삐뚤어지기도 함.

d형 - 운영자 출신의 웹기획자

문과 출신이 대부분. 뉴스 편집, 컨텐츠 운영 하다가 기획업무에 뛰어들은 극소수의 인간들.

특징 : 악플도 잡아보고 "시작부터 벗고 보여드립니다"에 진저리를 치고 서비스의 온갖 지저분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라 컨텐츠 로직이나 어드민툴(백오피스)에 목숨 걸고 흥분함.

컨텐츠를 좋아하기에 컨텐츠 중심적으로 기획하게 되지만, 자칫 우리나라 포털 초기화면과 유사하게 각종 컨텐츠 박스들로 덕지덕지 붙은 기획안을 내놓기도 함. 처음에 내놓는 기획안
은 많이 미흡하기 일색.
a형과 다른 점은, 일단 처음에 내놓는 서비스가 미흡할지라도 CS를 듣고 운영을 하면서 사이트 자체를 조금씩 업그레이드해 나가려는 의지가 더 강함. 최대 단점은 트렌드에 약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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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네 가지의 '출신'을 짚어봤는데요, 사실 a형부터 d형까지 각자의 배경이 너무 다르니 마찰과 반목은 분명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신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사람과 일을 대하는 태도인 인성과 열정.. 서연아빠님이 말씀하신대로 이 두 가지를 자신의 밑바탕에 얼마나 깔아두었는지가 아닐까 합니다.

인성과 열정을 갖추고 웹2.0 마인드를 실제 자신의 생활 태도에 녹인 웹기획자라면, b형을 제외한 다른 웹기획자라 할 지라도 어설픈 갑 행세를 하진 않을 것이고("그거 간단하죠? 내일까지 해주세요~"), 기획&운영자도 알아둬야 할 개발 툴을 나몰라라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 웹기획자의 '전공'

웹기획자들이 사실 대학교때 웹기획 업무를 배운 것도 아니고, 인포메이션 아키텍처라 하던데 뭘 어떻게 공부해서 실제 기획 업무에 적용시켜야 할지 막막하고, STP, SWOT 분석은 들어는 봤고 흉내는 내는데 이게 진짜 맞는 방향인지 아리까리 하고.. 그러니 결국, 실제로 막 해보면서 감으로 기획 업무를 익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d형 출신인 저도 그랬고요^^; 요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을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웹기획 업무를 학제화시켜서 강사나 교수로 평생 먹고 사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정말 소박하지 않나요 =_=;)

댓글 25개:

  1. 다른 시각으로 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저는 E 타입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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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박스타 - 2008/03/05 13:02
    마케터/영업 출신의 웹기획자라는 E타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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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동감합니다! 기획자가 어느바닥 출신이냐라는것 보다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리고 디자인 개발 지식이 부족하거나 트랜드에 약하면 공부하고 물어보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마인드... 거기서 기획자는 성장하게 되고 그 가운데 자신의 기획물에 대한 확고한 이유와 의도가 발생하므로 디자인과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자연스럽게 성장한다고 봅니다^^ 결국은 노력하는 부지런쟁이는 아무도 못말려~ 라는 대뜸 결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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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 글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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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만화그리다가 기획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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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완전 공감인걸요? 저는 B형인지라 A형과 일을 하다 보면 답답해서 복장이 터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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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어제 서연아빠님 글보고도 끄덕끄덕

    지금 이 글을 보면서도 끄덕끄덕~~!

    나름의 단점도 있듯이 나름의 장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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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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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마케팅 출신의 기획자들도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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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저는 저 직군 조금씩 다 포함되는거 같아요..-_-;

    포탈 사이트에서 신고처리 알바도 해보고 사이트 디자인/개발까지 해서 사이트 운영도 해보고..

    한때는 디자이너를 꿈꾸었다가 또 웹개발자를 꿈꾸다가.. 지금은 웹서비스기획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어버린 경우입니다..ㅡ,.ㅡ; 심지어는 포탈사이트 IDC운영일도 해봤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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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붉은돼지 - 2008/03/17 09:42
    앗 그러셨군요^^ 아직 2세 소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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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트루 - 2008/03/18 13:04
    슈퍼 기획자이시군요..ㅎㅎ 기획일이 가장 맞으셨던?^^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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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trackback from: 웹기획자가 가져야 하는 자질.
    오늘은 좀 근본적인 것에 대한 글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웹기획자. 네, 저도 웹 기획자 생활을 했었고 앞으로도 계속 웹기획의 길을 걸어갈건데요 예전에 비해 더욱 신장된 웹기획자의 지위를 보면 참으로 기쁩니다. 제가 처음 웹기획자의 길로 들어선 게 03년도 인데요 이때만 해도 사실 저에겐 웹기획자 = 스토리 보드를 그리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좀 깊게 남아있었습니다. 네 뭐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그렇게 몇년간 기획자 생활을 하다가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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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트람 - 2008/03/18 14:21
    아닙니다;; 아직은 대학생이라 졸업후 웹기획쪽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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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푸하하하핫..... 지금 봤는데, 너무 재밌어요. 전 A형 기획자. ^-^;;

    웹기획자라는 일이 하면 할수록,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직군 같아서 요즘 매우 씁쓸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웹기획자의 조건 중에 하나는 소심하지 않아야 한다. 라고 생각해요.

    싫은 소리 들어도 빨리 잊을 줄 알아야 한다.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사이에 낑긴 그래서,,, 사실은 아주 슬픈 직군인 듯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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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BBusisi - 2008/04/15 15:13
    낑겨서 슬픈 직군..ㅠㅠ 웹기획자 만의 롤을 잘 갈고 닦아 리딩하는 직군으로 만들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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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우연히 서핑하다가 들어와 봅니다. 너무나도 공감가는 이야기인지라...

    저는 d군에 포함되겠네요...^^

    앞으로 자주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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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gomttangyi - 2008/05/13 16:35
    앗, 같은 d군..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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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자랑일지 모르겠습니다만..전 b, c, d 타입이네요 ㅋㅋ;;;



    물론 셋다 좀 수박에 겉햝기식으로 하긴 했지만요



    그리고 마지막 꿈은 저랑 똑같으십니다 =_=;;;



    저도 이쪽 강사가 되는 게 최종 목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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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라디오스타 - 2008/07/08 10:21
    강사 -> 교수로 더 업그레이드해서 같이 준비해보아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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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ㅎㅎ 저도 d형 출신의 기획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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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yuki - 2008/10/17 11:40
    d형이 별로 안 보이던데.. 희귀 종족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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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trackback from: miya가 말하는 웹기획자는..
    지난 11년간 웹기획자로 살아오면서 참 다양한 표현으로 나를 일컫는 말들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내가 생각하는 웹기획자의 자질에 대해 說을 풀어볼까 합니다. 내가 웹기획자이기 때문에 개발자나 디자이너에 대해 알게모르게 나쁜 선입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최대한 객관화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젠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정도의 내공은 쌓여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일반적인 웹관련 업무에 있어 업무의 시작은 웹기획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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