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8일 금요일

올블로그 사태로 본 기업들의 웹2.0시대 자세

올블로그 입사 채용 사태.. 터진 사건도 사건이지만,
대처하는 과정이 참 미숙해서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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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사태 개요입니다.

1. 희주님 블로그 - 발단이 된 글
올블로그 공채합격. 그리고 일방적인 입사취소 통보를 받다

2. 올블로그 관계자의 미숙한 대응
'골빈해커'님의 대응 글 원문

3. 올블로그 관계자의 또 미숙한 대응 (원문을 지우고 수정)
'골빈해커'님이 수정한 글

4. 그리고는 예정대로 번개하자는 글이..
블로거번개 장소입니다.

5. CEO의 사과 - 다소 미흡한..
입사 취소에 대한 사과문.

6. 희주님 블로그 - 이제 종결..? 
하늘님의 공개사과문을 읽었습니다

과거 서비스 운영자로서 이와 비슷한 케이스를 종종 겪은 터라, 그 경험을 바탕으로 모 회사 사보에 기고한 글이 있는데요, 옛날에 운영하던 블로그에만 올려두었는데 여기 첨부하고 끝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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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2.0 시대, 기업인으로서 꼭 알아야 할 것들

* 이 글은 2007년 6월, 웹과 관련없는 모 회사 사보에 기고한 글이며
웹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

- UCC와 블로그가 뜬 진짜 이유

10년 전인 1997년, 이때만해도 e메일을 주고 받는 것 자체가 신기했던 시절이었다. 인터넷 속도는 느렸기에 사진 한 장 올리기에도 버거웠으며,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나 홈페이지에 글과 사진을 올려도 조회수는 몇 십, 몇 백 단위에서 그치곤 했다. 요컨대 10년 전에도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용자가 손수 제작한 글, 사진, 동영상 컨텐츠를 총칭)는 있었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보고 그치는 정도에 불과했으며 동영상을 올린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2007년, 이젠 ‘초고속 인터넷’이란 말이 진부할 정도로 너무나 빨라졌고 웹은 발전을 거듭하여 여러 기술적 장치를 갖춘 훌륭한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인터넷 인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결과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현상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파급력을 미치는 것은 신문, 방송사 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인 줄 알았는데, 그 일을 일개 네티즌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평범한 소시민이 자신의 블로그(미디어 기능이 강조된 일종의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UCC를 올리면 수천, 수만 명이 그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 블로거의 UCC에 공감하는 수 천, 수 만 명의 사람은 촘촘히 연결된 인터넷 웹 망을 타고 수 십, 수백 만 명에게 메시지를 전파한다. 블로그를 개설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온라인 서명운동을 하거나 고발 사진, 동영상을 찍어 여러 사이트에 전파하고 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요컨대 과거에는 극소수의 기자와 언론 만이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었지만 이젠 누구나 그 일이 가능해졌다. UCC는 미디어화 됐으며 일개 네티즌이 만든 가치있는 UCC는 참여와 공유의 정신을 갖춘 네티즌들에 의해 수십 만 명의 다른 네티즌에게 전파된다. 이것이 블로그와 UCC가 뜬 근본적인 이유이며, 참여와 공유의 정신이 살아나고 UCC가 미디어화된 현대의 인터넷을 과거와 구분하기 위해 웹2.0이란 용어까지 탄생하게 된 것이다.

- 웹2.0시대, 네티즌을 대하는 기업의 자세는?

과거에는 회사에 좋지 않은 일이 터지면, 해당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와 언론사만 막으면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었다. 고객의 항의에 잘못 응대했어도 이 고객은 분을 삭힐 뿐 어디 호소할 때가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일개 고객이 불매운동 펼쳐도 대중 매체가 외면하면 그냥 묻히고 마는, 그것이 과거 기업의 외적 환경이었다.

그러나 웹2.0 시대는 어떨까. 포털 사이트에 방문하는 주간 방문자는 2천 만 명이 넘는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네티즌이며 이 사람들 모두가 잠재적인 미디어라는 얘기다. 모든 정보는 공유되며 웹 망을 타고 순식간에 퍼진다. 기업은 이제 인터넷에서 다양하게 터져 나오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됐다. 한 명의 고객은 자신의 불만을 수만, 수십 만 명에게 전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웹2.0시대의 네티즌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불만을 빠르게 감지해서 원천 봉쇄? 기업 이미지 재고를 위해 홍보용 사이트를 구축한다? 둘 다 방법은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고객 항의는 봉쇄되기 전에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기업 홍보용 사이트는 재미 없으니 파리 날리기 쉽다.

웹2.0시대의 기업은 웹2.0스러운 방법으로 네티즌을 대해야 한다. 네티즌들을 진솔하게 대하고, 네티즌들의 참여와 공유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간적인 메시지를 던져야 하며, 사건이 터지면 솔직한 사과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네티즌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자신들이 항의하고 퍼뜨린 사안이 묵살되고 봉쇄당하면 더 분노하지만, 기업이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거나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여 오해를 풀면 모든 것을 용서한다. “나 때문에 저 기업이 사과하는구나, 용서해야지” 웹2.0 시대의 네티즌을 대하는 기업은 이렇게 네티즌 눈 높이에 맞춰야 한다.

- 웹2.0의 가치와 사내 문화

네티즌들이 웹에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평등하기 때문이다. 서로 존대해 봤자 아무개 ‘님’ 정도이고, 툭하면 반말하며 악플을 달기도 하는 네티즌들. 이 네티즌들은 서로 평등하기에,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와 정보의 가치에 의해서 검증되고 인정받는다. 직책이 아닌, 정보를 통해서 교류한다. 가치 있는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네티즌은 존중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보통의 기업 문화는 이와 반대로 움직인다.

새내기 사원은 의욕이 넘친다. 실수도 많이 한다. 그러나 때묻지 않았기에 참신한 시각으로 풍부한 의견을 쏟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의견과 정보를 쏟아내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은 있을까. 설사 공간은 있다 치더라도 직책이 아닌 정보의 가치 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도 자기 자신의 업무 외에 쓴 소리를 하기란 쉽지 않다. 쓴 소리는 정보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모을 곳은 거의 없으며 정보를 쏟아내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웹2.0의 철학을 기업에 적용한다면? 기밀을 제외한 모든 정보는 공개되며 모든 사원은 자신의 의견과 정보를 쏟아낸다. 직급에 따라 정보의 중요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의견 자체의 가치에 의해 중요도가 평가된다. 상의하달식 기업 문화도 물론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지만, 사원 모두의 자발적인 힘(요새 유행하는 용어로 ‘집단 지성’)이 보태지는 기업은 훨씬 더 잘 되지 않을까.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솔직한 쓴 소리를 내뱉는 사람은 컨설팅 업체 사람도 아니고 소액 주주도 아니고 고객도 아닌 것 같다. 애사심은 강한데 울분을 토로할 곳이 없어서 술자리에서 회사 흉보는 사원들, 이 사람들이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들 아닐까. 이러한 사원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정보는 공유되며 서로 존중하는 문화. 웹2.0과 UCC, 블로그가 어떻게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 냈는지 연구하고 기업 안팎의 정보 유통 프로세스에 적용한다면, 기업의 가치는 더욱 더 높아지고 정말 일할 맛 나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

댓글 8개:

  1. trackback from: 그래도 올블로그는 골빈 daum보다 양심적이지 않은가?
    그래도 올블로그는 골빈 daum보다 양심적이지 않은가? 제목이 그래서 올블로그의 황당한 공채과정상의 문제(인격모독 등)를 묻으려 하거나(하루사이 진화되었지만...) 블로그칵테일(인사담당자)을 두둔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새벽 5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요즘 한창 시끄럽고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것들의 공통점들을 생각하고 그것을 힘겹게 포스팅하면서, 올블로그 채용번복사태를 지켜보고 여러 블로거들의 의견과 질타를 엿보면서 '블로그칵테일(이하 블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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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Complain 2.0
    예전 링블로그에서 네이버 블로거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할 때쯤 리퍼러 로그에 'complain 2.0'이란 이름으로 제 글이 소개돼 있더군요.(찾으려 했는데 찾지 못했습니다. 알려주시면 링크 걸겠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좀더 이야기 해보죠. Complain 2.0 사적인 불만이 공개되고 확산되는 과정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일부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죠. 개인들은 누구나 조직사회에서 자신의 불만을 쉽게 털어놓기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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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커뮤니케이션의 딜레마와 관객들의 변덕 : 올블 사태에 부쳐
    부제 : 올블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패자부활전을 관객들에게 제안한다. 무척 아쉽고, 안타까운 사건이다. 답답한 마음에 동종업계에 계신 ***님께 전화를 드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마음은 한가지였다. 아쉽고, 안타깝다는 것. 좀더 관망해보자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부족하더라도 사건를 간략하게나마 검토할 필요를 느낀다.이 부족한 글이 무엇보다도 합격이 취소된 희주님께, 이번 사건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혹은 당혹스런 마음으로 지켜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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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신생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의 서비스가 시장의 큰 흐름과 맞아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상당 기간의 기획과 시장조사를 통해 조직적/계획적으로 진입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구성원의 패기 열정 등이 기업을 이끄는 주 동인이지만, 후자는 조직과 자금이 주 동인이 된다. 대부분의 소규모 벤처 기업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일정 정도의 규모를 가진 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은 대개 후자의 경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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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리퍼러를 보니 각 사내 인트라넷에 이 글 주소를 퍼간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네요^^;

    (아~ 근데 무플이라 민망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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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러게요 아주 좋은 글인데 리플이 없네요^^; 특히 "회사 흉보는 사원들, 이 사람들이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들 아닐까" 이 대목에서 크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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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점프컷 - 2008/04/16 19:00
    댓글 감사합니다^^ 사내 인트라넷에 대놓고 흉보게(?) 하는 것.. 이게 건전한 비판이 되고 여러 좋은 의견이 뭉치면 조직에 큰 이득이 될텐데, 보통의 경우 인트라넷은 좋고 좋은, 충성심 가득한 글만 올라오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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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전혀 이 글과 상관없는데요. 이런 올블로그 같은 메타 블로그 들은 어떻게 수익을 올리는지 아시나요? 베너에 의존하는게 전부인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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