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5일 수요일

포털전략론(1) - 다음의 카페검색은 타이밍을 놓쳤다

다음이 네이버와 검색전쟁을 벌이기 위해 카페검색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검색엔진도 함께요. 그러나 제 생각엔, 카페검색은 이미 타이밍을 한참 놓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로모션 페이지에서 내세우는 문구는 다음의 카페 DB가 4억개, 네이버의 지식iN이 0.8억개로 갯수의 차이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갯수가 진정 문제는 아니었을 겁니다.

네이버 지식iN은 애초부터 검색에 붙어서, 검색DB를 의도하고 만든 서비스입니다. 지식iN에 올라오는 모든 질문은 다른 사용자에게도 해당되는 질문이고, 거기에 붙는 해답들은 질문자를 포함한 모든 일반인에게도 유용한 것들이 다수입니다. 까놓고 얘기하면 검색DB 보강용 서비스였던 거고, 서비스 자체를 워낙 잘 만들어놔서(자신에게 물질적으로 돌아오는 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그리 대답을 많이 달 줄이야), 웹2.0이란 말이 없었던 2002년 말부터 사용자들의 (질문과 대답) 참여와 (지식) 공유를 이끌어낸.. 검색에 최적화된 well-made 서비스였던거죠.
(네이버 안에 DB를 가두는 것 때문에 비판도 많이 받습니다만, 서비스 자체의 얘기로 한정하겠습니다)

그러나 다음 카페. 애초부터 검색을 염두하고 탄생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모여서 수다떨고, 얘기하고, 그러다 컨텐츠도 나오고.. 대한민국의 대표 커뮤니티 서비스로 출발했죠. 따라서 여기 올라오는 컨텐츠들은 애초부터 검색에 걸릴 것을 염두하고 올라오는 것들이 아닙니다. 다수의 네티즌이 볼 때는 잡담, 수다에 불과하여 정보적인 가치가 상당히 떨어지는 컨텐츠가 상당수입니다. (네이버의 검색순위에서 카페가 한참 밀리는 것을 보면 드러납니다)

더구나 네이버 카페가 2003년 말에 오픈하면서, 소리소문없이 크면서 현재 다음 카페와 비슷한 UV까지 자랑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 UV의 질 또한 두 서비스가 차이가 나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2004년부터 직장인, 대학생들이 네이버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각종 정보성 카페를 네이버에서 개설하기 시작했고 이들 카페는 현재 다음과 차별성을 두면서 쭉쭉 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카페 문화를 일으킨 다음 카페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카페 섹션의 종합순위 100을 보시면 알겠지만, 어린 학생들의 엔터테인먼트 활동(줄여서 '팬질'), 그리고 스포츠, 기타 재미와 흥미 위주의 대형 카페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카페에서 대다수의 PV를 얻고 있겠죠.
참고 : http://cafe.daum.net/_ranking/rank_top100_1.html?_top_cafetop=ranking

물론 취업뽀개기나 임출(임신과 출산,육아) 등 정보적 가치가 뛰어난 컨텐츠를 양산하는 카페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네이버의 각종 소소한 정보성 카페들의 각개 약진은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통계 대신 개인적인 사례를 드는 것을 꺼려하는 편입니다만, 맥북을 구입하니 네이버 맥북 카페에 가입하게 되고, 신차를 구입하니 네이버의 해당 자동차 카페에 가입하게 되고.. 근래 들어 이 패턴이 굳어지고 있는 양상이네요.

각설하고, 현재의 다음과 네이버 카페 자체를 비교해도 정보적 가치에 있어서는 다음이 꼭 우월하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더구나 정보적 컨텐츠라는 것은 시일이 중요한데 아무리 옛날 글까지 전부 포함하여 4억개가 검색에 걸려도 이게 사용자가 딱히 유용하다 느낄 수 있는 계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가 지식iN을 앞세워 다음을 위협하면서 1위를 다투던 2004년에 다음이 이렇게 높은 수준의 카페검색을 앞세웠다면 어땠을까요. 더구나 그때 네이버 카페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테니.. 결과론이겠지만 결국 현재의 전략은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귀결됩니다.

요컨대 현재 검색시장 자체만 놓고 비유하면,

네이버는 1800년대 초반의 나폴레옹 제국이고, 다음은 나폴레옹을 계속 견제하던 영국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강점인 보병,포병을 활용한 육지 정규전에서는 계속 이겼지만, 이베리아 반도의 게릴라와 추운 러시아 동토에서의 기마병과 게릴라전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습니다. 영국까지 노리다 결국 패배하고 말았죠.

지금 형국은 영국(Daum)이 배를 이끌고 유럽 대륙(검색)에 상륙하여 직접 보병과 포병의 정규군을 뿌리는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네이버는 나폴레옹 처럼 핵심(검색)을 버리고 다른 쪽으로 뛰어들진 않을 것입니다. 현재까지 그래왔죠.

하지만 인터넷이 꼭 검색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니.. 다음은 사이드에서 부지런히 정비하여 네이버의 빈틈을 계속 노려도 되고,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대륙을 개척하여 더 큰 땅을 얻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카페검색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글은 더 잘하시라는 의미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바로 작년까지 몸 담았던, 정말 애정을 갖고 다닌 회사라서 이런 글 쓰기가 조심스럽습니다만, 전략가를 꿈꾸는 웹기획자 입장에서, 제3자의 관점에서 간략히 서술하였습니다.)

댓글 20개:

  1. 검색 타이밍은 놓쳤을지 모르나, 다음사용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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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동감합니다. 지식인 런칭 이후 다음이 카페 검색을 발빠르게 대응했다면 지금과 같은 격차는 좀 줄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음이 카페 검색을 안할 이유가 없죠, 역전은 불가능하겠으나 격차는 좁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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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다음이 욕먹으면서까지 사이트 리뉴얼을 한 이유
    다음이 사이트 리뉴얼을 이벤트까지 진행하며 한지 한달이 넘었다. 이전 디자인에 비해 깔끔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대부분 네티즌들의 반응은 "네이버 따라했네."였고 실제로 검색결과 페이지는 네이버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색만 바뀌었다고 봐도 상관없는 수준이었다. 다음이 왜 그랬는지 오랫동안 앉아서 생각해봤다. 뭐가 바뀐거지? 바뀐 것을 알아보자. 다른 페이지도 많이 바뀌었지만 메인 페이지, 검색결과 페이지가 가장 심하게 바뀌었으니 그 둘을 위주로 생각해 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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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다음은 결코 네이버를 이길 수 없다.
    라고 제목을 뽑으니 낚시하기 딱 좋은 제목이다. 낚시에 걸맞게(?) 본문은 짧게 가자. 내가 보는 다음은 거대한(하지만 늙어버린) 공룡이다. 그 공룡이 먹고 살기 힘들게 되자 밑에서(중간 관리 계층) 이리저리 신선한 생각도 내놓고 발빠르게 움직이지만 머리는 퇴화된지 오래이다. 그런 반면, 네이버는 너무 기민하게 돌아가는 머리에 몸이 따라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렇기에 온몸이 삐걱삐걱 잡음이 많아 보이는 것이고.. 근거는 없다. 그냥 내 느낌이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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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늦었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는 격언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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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사랑전쟁 - 2008/03/05 17:41
    네, 말씀 동감합니다. 물론 구비해야 할 서비스겠죠.

    제가 우려하는 바는.. 그정도로 크게 질렀으니 호기심에, 네이버 이상의 검색결과를 기대하고 온 네티즌들에게 정보성에서 다소 멀어진 카페검색을 최우선으로 제공한다면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네이버에 젖은 사용자들은 그냥 메인에서 키워드 날려서 검색결과 상위에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가 중요한..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싸움을 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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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돌 - 2008/03/05 18:42
    네, 댓글 감사합니다. 카페검색, 그 이상이 고민되는 시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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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BWithU - 2008/03/05 23:05
    한국에서의 네이버는 미국 내의 구글 그 이상일텐데요, 미국에서 야후닷컴이 "그룹검색으로 구글과 붙는다" 공표하면.. 많이 어색할 것 같습니다. 계속 뒤쫓되, 패러다임을 바꾸는 '뭔가'를 준비해야 할텐데 그러진 않아 보여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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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카페 검색으로 많은 카페글이 오픈되었다는 점은 환영할만 합니다.

    그만큼 검색해서 얻을 수 있는 자료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좀 더 사용해보고 좋아졌는지는 판단해야 할 것 같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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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trackback from: 왜 다음은 카페 검색을 지식iN과 경쟁할까?
    다음 카페 검색 다음이 검색에서 비롯된 네이넘에 대한 절대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시된 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가 카페에 대한 검색 확대였다. 카페는 한메일과 함께 다음의 대표적인 서비스이고 이미 쌓여있는 컨텐츠는 이번에 알려진 대로 4억 건(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이 넘는다. 검색엔진 마스터 전병국씨가 퓨처캠프 2008 강연에서도 지적한 점이지만, 통합검색의 1가지 방식만이 존재하는 국내 웹 검색시장에서 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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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4억이라는 컨텐츠의 숫자는



    몸으로 느끼지않는 이상 현상황에서 표현 할수 없습니다.



    아무리 질떨어진 웹페이지들이 많다고는 하겠지만... 부딪혀 보지 않고선



    이렇게 벌써 판단을 하는것은 빠르다고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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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trackback from: Daum Vs Naver
    다음하고 네이버하고 한판 하려는 분위기 입니다. 아니면, 다음이 네이버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네이버쪽에서도 반응을 보여줘야지 재미있는데,, 만약 네이버에서 반응을 보이면,, 전면전 만약 안보이면,, 결국에는 :: 너네는 아직 멀었어 :: 이뜻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그것보다,, 이번 다음 브이에스 네이버 요기서 다음이 내걸고 있는거는 크게 3가지 입니다.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한 검색엔진 확실히 다음에서 무엇인가 준비한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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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공감이 많이 가는 좋은 분석입니다. 네이버 지식인이 홍보성 어뷰징 행위도 많고 문제도 많지만, 그래도 다음 카페는 더 문제가 많죠^^;



    네이버와 붙을려면 지식인과 신지식인의 격차를 좁히는데 주력해야 할것입니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쉽지 않기에 카페를 내세우고 있겠지만...



    아니면 과감하게 구글의 놀 서비스 같은걸 내놓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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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DB의 숫자는 역시 숫자에 불과할 뿐, 얼마나 원하는 답을 찾아주느냐가 역시 문제가 되겠죠.

    어쨌든 DAUM이라는 포털이 Express Beta, Cafe 검색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최근 가입한 까페는 대부분 Naver 혹은 싸이월드이군요.

    비슷한 서비스가 많고 차별화 되어 있지 않으니

    자연스레 자주 쓰게 되는 곳으로 넘어가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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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trackback from: 네이버 vs. 다음, 그리고 구글의 검색전쟁
    네이버 vs. 다음, 그리고 구글의 검색전쟁 대대적으로 검색을 강화한 다음이 검색으로 네이버에 새로운 경쟁을 해 보겠다고 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결국 사용자들은 더 좋은 검색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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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개인적으로도 다음이 네이버가 별로 신경쓰지 못했던,

    ucc 영역으로 진출함으로 나름 재미를 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틈새시장을 계속적으로 공략해주길 바랬는데..

    때 늦은 까페검색이 등장했네요''

    아무래도 검색시장을 포기하기에는 미련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닐까요;

    검색시장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애절한 마음이 표현되는 듯 합니다

    까페검색을 이용한 새로운 검색서비스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둘진 모르겠지만,

    왠지 별 효과를 못 거둘것 같기만 하네요;;

    그런데, uv랑 pv 가 뭐죠?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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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Keating - 2008/03/14 18:31
    의견 감사합니다. uv는 unique visitor의 약어로 '사이트 순 방문자'를 뜻하고요, pv는 page view의 약어로서 해당 사이트 방문자들이 얼마나 많은 페이지를 찍어 봤는지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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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trackback from: 다음 검색의 꼼수...안타깝습니다.
    naver에게 떨어지는 검색쿼리수를 만회하기 위한 눈물 겨운 노력. 유익한 정보검색을 누르면 일단 검색 페이지로 간다 - 검색 쿼리수 1증가 그다음에 다시 눌러야 원하는 글을 볼수 있다. - 블로그 Page View 1증가 이렇게 사용자 불편하게 하면 자기 무덤 파는것을 왜 모를까요? 검색 쿼리수가 떨어져서 이런 꼼수 쓴다면 단기간에 쿼리수가 올라갈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입니다. 제대로 된 서비스로 승부하길 바랍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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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trackback from: 다음의 헛발질. 검색 체인지업 프로모션.
    <출처>스포츠서울 요즘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버스광고, 지하철광고, 무가지 광고 등을 통해 다음의 검색 change up 프로젝트라는 프로모션 광고를 많이 보게 된다. 타이틀은 '익숙한 검색이 정말 좋은 검색일까요?' 뭐 이런건데 내가 볼때 이 광고는 시기 상조요 기본이 안된 마케팅 같다. 왜냐? 첫째, 이 광고는 얼마전 윈스톰이 옵션을 무료 장착해주는 것을 광고하기 위해 옵션이 유료인 싼타페와 비교한 광고와 같이 1위 상품과 확실한 비교 우위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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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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