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0일 목요일

포털전략론(2) - 네이버와 패러다임 시프트

대한민국 최대 포털 네이버가 최근 3 년째 조용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2002년 말 지식iN을 오픈하며 전지현과 함께 쑥쑥 성장하기 시작했고, 연이어 카페(03년 12월) 및 블로그(04년 3월)를 오픈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던 2003~2004년의 모습에 비하면 지금은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 당시 네이버가 다음을 눌렀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는 아래 네이버 공지사항에서 잘 느껴집니다.

네이버가 순방문자수 1위를 차지했습니다! - 2004년 8월 3일
http://nboard.naver.com/nboard/read.php?board_id=nvnews&page=10&nid=154

“대한민국 대표포탈 네이버!  No.1 포털
은 역시 네이버입니다!”

 네이버가 다음을 누르고 코리안클릭 순방문자수 1위 차지! 랭키닷컴 전 순위 1위 석권!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네이버가 검색 No.1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No.1 포탈임'을 다시 한번 확고히 하였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서비스로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략) 

(정말 기뻤겠죠?..팍팍 느껴지네요^^;)

- 네이버의 서비스를 분류한다면?

네이버는 2005년 이후로는 월드타운, 비디오(구 플레이) 등 비주력 서비스 오픈 및 서비스 개편에만 주력해 오고 있는 중입니다. 혹시 몰랐던 신규 서비스가 있나 싶어 공지사항을 훑어보니, 올 1월에 오픈한 무료 백신 서비스, 07년 1월에 오픈했던 북마크2.0 베타, 데스크톱1.0 베타(06년 1월), 툴바2.0 베타(05년12월), 네이버폰 오픈베타(05년 9월) 정도가 공지사항에 올라와 있는 신규 서비스네요.

반면 맛집, 취업, 미즈생각은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에 없어진 서비스로 기록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네이버의 서비스들을 크게 세 가지 군으로 분류하여 살펴 보겠습니다.

A군 : 지식iN, 블로그, 카페, 뉴스, 지식쇼핑
B군 : 영화, 만화, 증권, 포토 등
C군 : 붐, 지역, 월드타운, 비디오, 블링크, 메일, 모자이크 등

어떻게 이렇게 분류가 되는지 쉽게 짐작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제가 분류한 원칙은 단 하나입니다.

"OOO 서비스는 네이버 검색 DB에 얼마나 기여하나요?"

위 질문에 '절대적'이란 대답이 나오는 서비스가 A군에 있습니다. '어느정도 기여'란 대답이 나오는 서비스들이 B군이고요, '그닥..' 이란 대답이 나오면 C군으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 각 군 서비스들의 특징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캡처 화면에서 보면 알 수 있지만, A군으로 분류된 서비스들은 네이버 로고 왼쪽으로 예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뉴스는 광고 밑에 매우 잘 보이는 위치이니 로고 옆에 '뉴스'라 둘 필요는 없겠지요)

메일을 제외한 이들 서비스는 회사 측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한번에 하나씩, 서비스가 오픈할 때마다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아 부으며 자리잡도록 노력했고, 그 결과 A군의 서비스들은 코리안클릭 기준 주간 UV(순 방문자)가 대략 2천만명을 상회하는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지원을 받아 개편도 계속 이뤄지고 있는 중이죠)

B군의 서비스들은 '어느 정도 기여'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네이버 영화는 몇년전 일찌감치 다음을 누르고 1등 서비스로 올라섰고, 만화의 경우 다음의 만화서비스가 미디어다음의 만화속세상과 그냥 만화로 양분되어 있어서 명쾌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네이버 측은 2007년에 자랑스레 '대한민국 No.1 인터넷 만화' 문구를 내 걸을 정도로 크게 성장해 왔습니다.

C군은.. 글쎄요. B군인지 C군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서비스들도 있습니다만, '상대방이 오픈하니 나도 오픈해서 구색은 갖춰 놓는다' 식의 서비스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다음이 세계정보를 다루는 섹션 '세계엔n'을 오픈하자 네이버는 따라서 '월드타운'을 내놨고, 다음이 '파이'를 내놓자 '모자이크'로 맞불을, 마찬가지로 다음의 tv팟에는 '비디오(원래 명칭은 플레이)'로 맞불 놓습니다.

물론 이 C군의 서비스는 회사 측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합니다. 제대로 마케팅을 벌인 적도 없고, 개편도 자주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냥 "우리도 있다" 차원이겠죠.

- 네이버의 핵심전략과 다음의 UCC 전략

위 서비스 분류에 따라 네이버는 스마트하게 움직입니다. A군의 서비스들은 네이버의 핵심 전략인 '검색'에 절대적으로 기여하는 서비스라 판단이 들테고, 어떻게든 상대방을 꺾기 위해 온 힘을 집중시켜 키워냅니다. 여담이지만 '카페iN'의 경우엔 오픈 후 반쯤 포기했는데 알음알음 큰 케이스라는 설이..;;
(아차.. 위에서 빠진 A군 급 서비스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쥬니버입니다. 최근 초등학생의 졸업앨범에 적힌 이메일을 조사해보면 80% 이상은 네이버 메일이라고 하던데, 그 일등공신은 쥬니버..)

B와 C군은 종합포털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하나 둘 오픈한 서비스들이며 크게 집중하진 않습니다. 아니, 집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핵심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죠.

따라서.. 작년에 다음이 그토록 UCC 마케팅을 밀어붙였지만, 네이버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판도라TV나 엠군, 프리챌 등 중소 규모의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다음의 UCC 마케팅에 슬쩍 얹혀서 자기네들도 UCC 업체라고 홍보했고, 이 때문에 '사용자가 만든 컨텐츠'를 총칭하는 UCC가 동영상, 홈 비디오로 오인되기 시작했습니다만.. 아무튼 네이버는 UCC란 말을 절대로 쓰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네이버 입장에는 UCC를 내세우는 순간 핵심전략인 '검색'이 훼손된다고 판단했겠죠. 적이 주도하고 있는 전장에 섣불리 뛰어들지 않는 것. 최근의 네이버 다운, 스마트하고 조심스러운 행보겠죠.  

- 패러다임 시프트.. 포스트 네이버는?

네이버의 성공은 결코 운이 좋거나, 폐쇄적인 DB 관리 등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미 성공한 다음에 폐쇄적으로 DB를 운용하여 비판받는 측면도 크지만, 그리고 일부 기술주의자들 한테 '손 검색'이란 조롱도 받지만, 분명 네이버는 '검색'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계속 노력했고 주력 플랫폼 서비스를 갖춰 왔으며 이들 서비스를 집중하여 하나씩 키워내는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절대 강자로 부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차세대 네이버가 나온다면, 어디서, 어떻게 나올까요?

일반적으로 포털 서비스는 해당 국가의 문화적 배경을 등에 엎고 성장하게 됩니다. 네이버의 로컬적인 파워는 현재 절대적이기에, 앞으로 구글 할아버지가 등장하여 글로벌 시장을 점령하고 한국으로 쳐들어 온다고 해도 네이버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네이버를 제칠 대형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바로 한국에서 등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서비스는 검색 바탕은 아닐 것입니다.

패러다임 시프트.

네이버가 현재 점령하고 있는 검색 패러다임에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 그 패러다임을 먹는 서비스가 앞으로의 한국 웹을 이끌어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네이버는 이를 막기 위해,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은 서비스들을 계속 사들이겠지요.. 구글이 그러한 것 처럼)

외국에선 대한민국을 'No.1 디지털 사회'라 칭송하지만 정작 들여다보면 점점 신선도가 떨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웹. 과연 어떤 서비스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포털 독점'의 틈을 비집고 성장할 수 있을런지 지켜볼 만한 때인 것 같습니다.

(여러 서비스가 공생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웹에 계속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바다 건너 미국의 케이스가 얄미울 정도로 부럽기도 합니다.. ㅡ.ㅠ)

추가로.. 그냥 생각나서 archive.org에서 찾아 본 네이버의 1999년도 메인화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비스 모토가 인상적이네요~

'What are you looking for?'


댓글 13개:

  1. 혹자의 말로는 네이버 메인의 타이틀을 보면 현재 네이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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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겐도 - 2008/03/20 02:38
    이 새벽에 댓글을..^^; 감사합니다. 요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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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메인 화면의 액박이 인상적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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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화면에 액박은 아카이브서비스에서 이미지를 제대로 저장하지 못해서입니다. 다른 사이트 들에대한 로그도 저렇게 깨져나오는 경우가 수두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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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전 다른 생각을 합니다.

    이기고 싶은 존재이지만, 당분간 아니 몇년간은 네이버는 꺽이지 않을 것 같아요.

    검색을 위한 DB가 지식in뿐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DB는 소통을 위한 통로로 검색을 이용하고 있고.

    싫든 좋든 허브 역활을 하는 검색은 충분히 그 역활을 해서 검색을 통해 모여든 사람들은 모든 서비스로 잘 분배하고 있는 시스템이 이미 견고하게 만들어져있기 때문이죠.



    검색을 빼고, 포스트 네이버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는 모양새라면, 서비스는 수명이 정해져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주가 아니여도, 돈이 없으면 돌아 갈 수 없는게 바로 "산업",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근본이죠.



    포스트 네이버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원동력은, 아마 한국 밖에서 찾아야겠지요.

    이미 우리가 경험했던 것 처럼 우리의 힘으로 안되는 그 무언가.

    MS가 야후를 먹을테고, 야후를 먹은 MS는 더 악랄해질테고. 구글은 위협을 느끼겠죠.

    네이버가 1등이여도, 큰 시장을 두고 보면 더욱더 작은 존재.

    네이버도, 다음도 모두 같은 처지가 되겠죠.



    그게 포스트 네이버를 만들어 줄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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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rackback from: "도데체 그때가 언제인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대로 우리나라가 따라하기만 한다면 도대체 우리는 언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미국식 신자유주의 체제에 순응하며 대미 무역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한은 우리는 영원히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다... more.. 일본만 해도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구호가 나온지 10여년이 지났건만 미국에 제대로 NO라고 말한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야야~이번 한번만 참자.." 하고 넘어가다 보면 결국 우리또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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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trackback from: 티베트를 점령한 중화주의는 "네이버와 닮아 있다."
    티벳 사건을 보면서 느낀건데..중국인들의 머리속에는 중화주의라는 망상이 있었다..조금 비약일지 몰라도 중화주의는 네이버의 불펌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중국의 민족주의가 자민족 중심주의 즉, 중국의 관점에서..중국의 입장에서.. 세계를 보는 것이라면.. more.. "불펌주의"는 네이버의 관점에서..네이버의 입장에서 웹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중화주의는 자신들이 다른 족속에 비해 우월하다는 "자민족 우월주의"와 타 문화의 "말살정책" 이었다..주변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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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안녕하세요. 트랙백 걸었는데 하나는 잘 못 걸은듯 합니다. 정말 세세한 분석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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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 이번 분석 글 정말 가슴에 와닿는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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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좋은 글 감사합니다. rss 등록했에요 ㅎㅎ

    저랑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계신것 같은데

    앞으로 많이 배워야 겠네요.

    자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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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rackback from: 네이버의 딜레마
    네이버에서 문성실님에게 아래와 같은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네이버 블로그는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블로그 서비스 운영원칙에 따라 홍보성/상업성 컨텐츠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원칙에 따라, 상품명, 상업적 URL 및 이미지 등을 포함한 블로그 스킨은 사용을 금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사용중이신 블로그 스킨에 회원님께서 출판하신 서적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어 블로그 서비스 운영원칙 상 위배되는 측면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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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정말 날카롭고 심도있는 분석입니다.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할까를 예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근데 지금으로서는 딱히 뭐라고 예상하기가 그렇네요. 워낙 포털 독점 현상이 강해서^^;



    1. FTA로 인해서 저작권 폭풍이 휘몰아 쳐서 포털의 컨텐츠 수급에 비상이 걸린다.



    2. 구글+블로그의 성장으로 포털의 독점체제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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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파폭에서 적고 있는데 댓글이 밑으로 가니 안보이네요. 제 블로그도 그랬었는데 css 수정해 주니(overflow:hidden으로 되어있더라구요) 되더군요.



    지금 네이버도 웹검색을 블로그 검색으로 거의 전환해 놨던데, 현 시점에서도(블로그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시점에서도) 구글의 블로그 검색이 확실히 기술적으로 차이를 많이 내더라구요.



    그럼 앞으로 (네이버 바깥의)블로그가 더 많아지고, 네이버의 외부 블로그 검색 능력은 한계가 있고...하면 독점구조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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