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막한 뉴스 만으로는 제대로 파악이 안됐었는데, 부산경남방송(KNN) 보도로 어느정도 의문이 풀렸습니다. 첫 보도부터 쭉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이건 정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사건이네요.
악플이 부른 죽음 - KNN 보도
http://www.knn.co.kr/news/todaynews_read.asp?ctime=20090120163354&stime=20090120165736&etime=20090120155830&userid=newstar
'악플재판' 취하 모르고 고교생 '자살' (추가로 경남도민일보 기사입니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77303
지금까지 보도된 것과 네티즌들에 의해 밝혀진 내용으로 종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발단 -
어느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 개인정보유출 피해 건으로 변호사가 소송인원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를 비방하는 악플이 달림. 이에 변호사가 소송.
전개 -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악플러의 ID는 故심모군 아버지 주민등록번호로 확인됨. 아버지는 컴맹임이 밝혀지고 그 아들인 심모군이 지목당함. 심모군은 아니라고 항변했고, 주변에서도 그럴 아이가 아니라고 했지만 질질 끌다가 변호사가 배상금 2천만원으로 높였다가 형편 어려운 것을 알고 결국 2009년 1월 15일에 고소 취하.
결말 -
고소 취하를 모르고 있던 심모군은 2009년 1월 20일에 자살. 경찰 IP 추적 결과, 심모군이 살고 있는 경남 창원이 아닌, 부산에서 김모씨가 명의도용하여 해당 닉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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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연합뉴스 기사만 보면 변호사가 정말 욕먹을 짓 한 거였고, 다른 기사를 보면 고소 취하했는데 왜 대체 자살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의문점이 많은 사건이었습니다. KNN과 경남도민일보 기사 때문에 조금 밝혀졌는데 그래도 의문이 남는 것은 대체 왜 처음부터 IP 조사를 안 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추측인데요, 심모군과 그 가족은 IP에 대해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악플 수사를 거치며 공권력(경찰)이 윽박지르니 자긴 아니라고 항변하다가, 배상금 2천만원까지 올라가니 마지못해 인정해서 배상금을 낮추려고 했고, 고소 취하됐지만 그 사실도 모르고 억울한 나머지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IP에 무지했던 가족 잘못일까요? 용산에서 6명이 사망한 것도 화염병을 던졌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권력에 있습니다.
용산 철거민 사망사고에서도 드러나듯이 길게 보고 타협하고 협상해서 억울한 이 없도록 하는게 제대로 된 공권력 행사이자 참된 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빨리 개발해서 이권을 나눠 갖어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져 밀어붙이다 결국 사람이 6명 죽었고, 창원에서는 "ID와 민증 번호 맞으니 아들이 악플러 맞네" 이런 식으로 주먹구구식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고교생 자살하고 보니 IP가 달랐다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서는 안되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글수정/추가 : 경찰은 당연히 IP 조사를 했는데, 유동 IP라서 기록이 남지 않아 추적이 안됐다는 관계자 분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 댓글 내용까지 묶어 종합적으로 판단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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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1일 수요일
'악플소송 자살' 고교생 사건, 진실은?
2009년 1월 18일 일요일
파워포인트 2007 직선+Shift키 버그 해결
과거 파워포인트 2003 버전 만 해도 직선을 그리고 난 후 shift키를 이용하여 평행을 유지한 채 선을 늘리고 줄이는 것이 가능했는데요, 이게 2007로 넘어오면서 shift키를 사용하면 직선이 무한 확장되어 버리는 버그가 생겼습니다.
찾아보니 역시 유튜브엔 다 있더군요;; 버그 관련 영상입니다.
파워포인트 2007에 이젠 그냥 적응해 버려서, 직선의 각도를 유지한 채 길이를 늘리거나 줄일 필요가 있을 경우 다시 그리던가 아니면 화면을 최대로 확대해놓고 눈으로 평행 맞는지 봐 가면서 늘리곤 했는데.. 오늘 도저히 못참고 검색해보니 MS에서 수동설치 버전 hotfix를 작년 2월에 내놨더군요. OTL..
파워포인트 2007 선 버그(line bug) 핫픽스 다운로드
http://support.microsoft.com/kb/941658/en-us
그리고 아래는 개체 삭제시 뷰 화면이 문서 중앙으로 강제 이동되는 버그 핫픽스입니다. 화면 크게 확대해놓고 세밀하게 작업시 불편하던 버그였는데 해결됐네요. 작년 6월에 나왔습니다.
http://support.microsoft.com/kb/954895/en-us
기타 파워포인트 2007에 대한 알려진 버그나 문제에 대한 세부 설명은 아래 링크 참고하세요.~
PowerPoint 2007 bugs / problems
http://www.pptfaq.com/FAQ0083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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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6일 금요일
웹 저널리즘의 미래를 보여주는 NYT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오픈하면서 과거보다 언론사닷컴을 더 많이 방문하게 됐는데, 보수/진보/스포츠지를 막론하고 웹기획 또는 네비게이션과 사용성을 논하기에 앞서 광고부터 가관입니다.
"여자를 젖게 하는 무서운 테크닉"이란 카피가 기사 본문 옆에 당당하게 붙어 있는 걸 보면 참 제가 무섭더라구요. (언론사닷컴을 젖게 하는 네이버의 무서운 테크닉?..-_-;)
각설하고.. 이번에 미국 뉴욕 허드슨 강에 여객기가 불시착한 사건이 화제인데요, 뉴욕타임즈는 웹에서 이를 어떻게 웹만의 방식으로 보도하는지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Tracking US Airways Flight 1549
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09/01/15/nyregion/20090115-plane-crash-970.html

이 뿐만이 아닙니다. Facebook과 연계하여 여론 수렴하는 페이지는 또 얼마나 멋진가요.
We asked. You answered. Suggestions for the 44th president.
http://www.nytimes.com/marketing/election2008/facebookmicrosite.html

이는 탄탄한, 전문화된 웹조직을 갖추고 있고 이들이 이슈에 따라 빠르게 대처하는, 그리고 조직 상부에서는 적극 밀어주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그런 NYT도 경제위기 때문에 힘들긴 하다고 하는데(1면에 경쟁사 관계사 광고를 실었다고 해서 '굴욕' 기사까지 나왔죠?), 아무튼 화이팅입니다. 좋은 롤 모델을 계속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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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5일 목요일
스펙 올리는데 17년..슬픈 대한민국 아이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초등학생 때부터 햄버거로 끼니 때우면서 '스펙'을 올리기 시작하여 대학 5학년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대학 5년(?) - 도합 17년을 스펙 올리기에 바쁜 대한민국 교육. 한 날 올라온 두 기사입니다.
초등생이 햄버거로 끼니 때우는 까닭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115101703910
"학원은…(손가락으로 세어본다) 하루 7개쯤 해요. 영어랑 수학이랑 미술·피아노…. 그리고 '방과 후 특강 로봇 만들기'도 가고요. 과외도 3개 해요. 한자·수학·국어 이렇게요. 보통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집에는 오후 6시쯤 들어가요." (하략)
'대학 5학년' 대한민국의 슬픈 초상
http://zine.media.daum.net/sisain/view.html?cateid=3000&newsid=20090115094010003
(상략) 2009년 대한민국 청년들이 가슴에 성적표·자격증·인턴 경력표·봉사활동 카드·헌혈 증서를 치렁치렁 달고도 대학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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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원인은 복잡적이겠지요.
선행학습 해야 하는 공교육, 치유하기 힘든 암이 된 사교육, 자식 교육에 대한 잘못된 신념들, 학교 성적으로 기본 스펙이 매겨지는 현실, 스펙 말고는 어디에 기대야 할지 다른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는 만년 사춘기 학생들.. 이 모든 것이 얽히고 섥혀 버렸어요.
우리 어렸을 때에도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란 책이 유행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저 정도로 스펙에 몰두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학원은 하나씩, 아니면 안 다니기도 했습니다. 주산학원, 서예학원, 컴퓨터학원, 보습학원.. 이게 태어나서 제가 다닌 학원 전부입니다. 덕분에 친구들과 재밌게 놀면서, 게임도 많이 하고 학창 시절 보냈어요. 위 기사에 나온 태권도, 피아노, 미술은 젬병이고 영어는 알파벳을 중1때 익히기 시작해서 회화 아직도 잘 못합니다만.. 아무튼 학원 한 개씩 다녀도 한공부 했고 별 문제없이 컸습니다.
퇴근하면 달려와 안기는 6살 아들과 3살 딸.
아들과 딸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남에게 사랑을 베풀 줄 아는.. 그런 아이가 되면 좋겠고 그렇게 키우려고 합니다. 스펙은 떨어져도 됩니다. 스펙이 골고루 좋다고 사람 좋고 취직 잘 하는 것도 아니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정말 열심히, 즐겨이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17년을 허망한 스펙에 쏟아붓도록 만드는 사회 구조를 원망하면서 적응하기 보다는 먼저 애아빠, 애엄마들이 그런 허상을 깨고 대범하게 대처하면 우리나라 교육 현실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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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8일 목요일
미네르바가 30대 무직이라면 벌어지는 일
미네르바가 체포됐다고 합니다. 발표 내용 좀 보실까요.
'미네르바'는 30대 무직자‥검찰 내일 신병처리
http://media.daum.net/economic/stock/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108170106361
(상략)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중략).. 검찰조사 결과, 박씨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증권사에 근무하거나 해외체류 경험이 없고 별다른 직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독학으로 경제학을 공부했다"며 "대학도 경제학과 관련된 학과를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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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30살, 전문대졸, 해외체류 경험없음, 독학으로 경제 공부했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래서 최근 글 가지고 허위사실로 체포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정부와 검찰은 다음의 사안들도 인정해야 합니다.
1. 대한민국 정부의 수장들이 30대 무직자보다 무능했다는 사실.
강만수 장관은 작년에 허둥지둥 환율 끌어올렸다가 "원없이 돈썼다"고 자인할 정도로 외화 낭비하면서 환율 방어했고, 물가/부동산 대책 실패하고, 산업은행은 부실덩어리였던 리만 브러더스 인수를 검토했었습니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예측 100% 다 적중한 것은 아니었지만 비판적으로 쓴 아래 머니투데이 기사만 봐도 환율과 부동산 예측, 리먼 부실 등으로 실물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얘기를 진작 했었습니다.
미네르바 집중해부, 그 주장의 '허와 실'
http://media.daum.net/economic/stock/others/view.html?cateid=100035&newsid=20081210103604817
2. 우리나라 30대 무직의 위대함.
30대 무직인 분들을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12월 이전의 미네르바 글을 보면서 감탄했던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정말 서민들을 위해서 설파한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랬던 것입니다. 이게 30살의 경험으로 가능할까요?
제가 선릉역 근처에서 근무하는데, 여기 빌딩 이름이 '미네르바'라서 주변 분들이 가끔 "니가 미네르바지?"라 놀렸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을 떠올려 보면 절대 답이 안 나올 정도로 미네르바님 내공은 대단했습니다. 30대 경험의 깊이로 그걸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이게 사실이라면 저 분 정말로 위대한 분이네요.
3.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치인들도 다 잡아야!
MB는 2007년도에 747 성장, 주가 3000 간다고 했었죠. 그러다가 어느땐 갑자기 경제위기 얘기했다가 "지금 주식사면 1년 뒤 부자된다"고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허위 주장을 펼쳤습니다. 허위 주장 뿐만 아닙니다. 미국 가서 부시와 함께 사진 찍고 소고기 수입 협상하게 됐는데, 광우병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는 그때 정부가 더 많이 했습니다. 미국 소고기가 안전하다고 강조하다가(=허위사실 유포) 결국 추가협상으로 몇몇 제한조건 더 걸었잖아요.
미네르바가 얘기한 건 허위사실 축에도 못 들어갑니다. 시간만 되면 더 조사하고 싶은데, 아무튼 작년도에 정치인들이 했던 말들 찾아보면 그 이상의 허위사실은 넘치고 넘칩니다.
위의 세 가지는 지금 잡힌 30대 무직이 진짜 미네르바임을 인정할 경우 얘기들입니다.
그런데 많은 네티즌들이 의구심을 갖듯이, 지금 발표된 것만을 가지고서는 저 사람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장담하기가 힘드네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작년 11월 초에 정부도 미네르바 개인정보를 흘린 적이 있는데 "50대 초반, 해외 체류경험 있는 과거 증권맨"이라 구체적으로 밝혔었고(대한민국 모든 정보를 쥐고 있는 정부가 뻥쳤을리가 만무),
둘째, Daum 정책상 닉네임 중복이 허용되기 때문에 아고라에선 미네르바 닉네임을 사칭한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검찰 발표만 놓고 보면 미네르바를 사칭한 또다른 '미네르바'란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미네르바님의 글을 퍼서 올렸고, 그 사람을 잡은거라 해도 별로 이상할 게 없습니다.
셋째, 미네르바의 그동안 어조와 달리 12월달 컴백해서 쓴 글은 뭔가 이상하긴 했습니다. 말투도 확 바뀐 느낌. 크르릉~ 이런 표현 다 사라졌고 말이죠. 그리고 나서 허위사실 유포로 잡은 것도 시점 애매.. 음모론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의심하는 것 처럼 진짜 미네르바를 어떻게든 입막아 놓고 대리로 누굴 내세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검찰은 네티즌들의 이러한 의구심을 풀어줘야 할 것입니다.
신뢰가 떨어진 정부인데 국민들이 뭘 믿겠어요. 사실을 정확히 적시하고 미네르바가 맞는지, 정말 어떤 점이 허위사실이었는지 제대로 발표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네티즌은 '허위사실'부터 믿지 않습니다. 믿게 해줘야 말이죠.
PS 1. 진짜 미네르바님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검찰 발표와 언론 보도태도는 정말 저질스럽군요.
PS 2. 그 중에서도 저질의 극치는 중앙일보군요. 아래 기사 제목 보세요. 전 저 30대 무직이 진짜 미네르바님이라 믿지 않지만( 미네르바님은 작년 10월까지 자기 자신에 대해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것으로 기억), 혹 그렇다 쳐도 무엇이 '가짜'고 무엇이 '돌팔이'랍니까. 학력으로 '가짜', '돌팔이' 취급하는 중앙일보. 누가 돌팔이인지 모르겠네요.
실체 드러난 ‘경제 대통령’ 가짜에 놀아난 대한민국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450321
한번의 '실수'로 잡혀…"돌팔이 의사에 당한 꼴"
http://news.joins.com/article/3450312.html?ctg=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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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7일 수요일
조중동의 뉴스캐스트 기사 제목 왜곡율은 70%
<중앙> '김주하 인터뷰' 왜곡… 사과문도 왜곡, 2009.1.6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106193508450
공교롭게도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정식 오픈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사건이 터졌습니다. 온라인 저널리즘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그동안 조중동은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한테 "우리 기사 제목 바꾸지 마라"며 으름장을 놨고,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관련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황입니다.
'포털, 자의적으로 기사 못바꾼다' 법 발의, 2008.7.25
http://media.daum.net/economic/stock/others/view.html?cateid=100035&newsid=20080725082004457
그런 중앙일보가 기사 제목을 바꿔치기 해서, 그것도 진위를 왜곡하여 논란이 되고 있으니 참 우스운 꼴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김주하 인터뷰 기사만 그럴까요? 절대 아닙니다.
사실 언론사닷컴 편집자들이 원 기사 제목을 '자의적으로' 바꿔서 자사 언론사닷컴에 배치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됐습니다. 김주하 인터뷰 왜곡 사건이 터진 오늘도 중앙일보 조인스닷컴은 평이한 제목의 기사를 어쩜 저렇게 북한스럽게 "우리 수령님 영도 하에.." 삘 나게 바꿨는지.. 한번 보실까요.

원 제목은 <해고 대신 휴직' 감동 준 회사 "일자리 나누기로 위기 탈출">이고, 부제는 <MB 신년사서 거론한 쿠퍼스탠다드 코리아>였습니다. 그런데 기사 제목이 <MB 칭찬 회사 찾았다! 직접 가보니 감동 두배>로 바뀌었고 부제는 <사장님과 직원들 어깨 껴안으며 함께 "파이팅">이 됐습니다. 만일 포털이 저렇게 바꿨다면 네티즌들과 각종 언론한테 정말 무진장 욕먹었겠죠.
좀 더 확인해볼까요?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등록된 조중동 편집판만 몇번 클릭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2008.1.7, 0:00의 조선, 중앙 뉴스캐스트 편집판으로 간단하게 조사해 봤습니다.
(글이 길어져서 자세한 내용은 숨겨놨습니다. 아래 more 클릭하세요)
more..

(총 12개의 기사이며 아래 왼쪽이 뉴스캐스트 발행 제목, 오른쪽이 기사 원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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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주 승리 자축, 한나라 무거운 분위기 -- 여야, 마라톤협상 끝 극적타결
2. 베네통 사로잡은 토종 캐릭터 '뿌까' -- 베네통·삼성 사로잡은 토종캐릭터 뿌까…패션명품 아이콘으로
3. "한푼이라도 아끼려…" 중고매매사이트 실망 -- 한 푼이라도 아끼려 중고매매사이트 갔더니 '싸구려 불량'
4. 청와대 지하벙커 어떤곳? -- 청와대 지하벙커는?
5. 불황에도 돈버는 영업맨 뜬다 -- 불황에도 '돈버는 영업맨'은 뜬다
6. DJ "은행이 말 잘 안듣더라" -- DJ "이 대통령, 경제대통령 솜씨보여줘야"
7. '마른 오징어' 알고보니… -- 햇볕 아래서 더욱 건강해진 ‘말린 식품’
8. 600% 성과급 옛말…"내쫓지만 마" -- 울산지역 대기업 연초 '돈잔치' 끝났다
9. 비행기 탑승 '묘수' 발견 -- [윤희영의 News English 산책] 천체물리학자가 비행기 탑승순서 '묘수' 발견
10. 실행버튼 망가진 한나라당 -- [김창균 칼럼] '실행 버튼'이 망가진 한나라당
11. 이문열 "홍위병 재미보다…" -- 이문열 "홍위병들이 재미보다 권력 내놓으니 저항하는 것"
12. 여중생 박서진 "세미누드 처음엔 꺼렸지만…" -- '여중생 세미누드 논란' 박서진 "누드라고 선정적이냐…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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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얘기하면, 조선일보가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발행한 12개 기사 중 원제목에서 글자수만 줄여서 뉘앙스를 해치지 않은 제목은 2,4,5,10,11번으로 5개 밖에 안됩니다.
1번은 원기사의 부제를 제목으로 끌어올려서 어조가 확 바뀌었고, 3번은 원제에 없던 '실망'이라는 자의적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6번은 DJ 인터뷰의 핵심 문구가 대치되었고, 7번은 보편적으로 쓴 기사 중에 핵심 포인트를 뽑아 나름 선정적(?)으로 배치했네요. 8번은 전형적인 포털뉴스 스타일로 리라이팅했고, 9번의 경우 글자수만 줄인게 아니냐 할 수 있겠는데, 앞부분 [윤희영의 News English 산책]이 중요한 포인트라서 이게 빠지면 클릭한 사용자들이 낚였다고 느낄 소지가 다분합니다.
확실히 나머지 기사들은 뉘앙스가 달라졌거나 원제목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사라지고 선정적으로 탈바꿈하는 등 각색한 제목들로 바뀌었습니다. 12개 중에 7개가 고쳐 쓰였으니 무려 58%나 되네요.
조선일보만 보면 재미없으니 중앙일보도 한번 보실까요.

(총 11개의 기사이며 아래 왼쪽이 뉴스캐스트 발행 제목, 오른쪽이 기사 원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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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억 더! 아님 말고" 강남 다시 콧대 -- `동상이몽`에 빠진 강남 아파트 매매시장
2. "영등포로 가자" 강남족 몰리는 이유 -- 외지에서 온 차로 주유소들 `북적`
3. "안성기,화내며 '후배들 밴 부수고 싶다'고…" -- 안성기가 “젊은배우들 밴 부수고 싶다” 말한 사연은?
4. '해적' 잡으러 간 中 해군 -- 산넘고 물넘어…중국 해군 소말리아 등장
5. 280억 '주부 도박단' -- 경찰, 280억대 `주부 도박단` 검거
6. "마음껏 환불" 했더니… -- “1년 안에 직장 잃으면 차값 환불해 드립니다”
7. 실수로 107m날아가 세계新 -- 107m 날아간 스키어, 실수로 세계 기록 세워
8. 곡괭이 5개 꽂힌 아우디 도대체 왜? -- [사진] 곡괭이와 아우디… 곡괭이 꽂힌 고급 자동차
9. "011이 더좋아" -- “011 … 지금 번호가 더 좋아” 2세대폰 여전히 잘 팔리네
10. 돈 좀 벌었다고 BMW 뽑고 파티나 참석하니… -- 돈 좀 벌었다고 BMW부터 사니…
11. "한국 아줌마, 치마 입고 다리 좀…" -- ‘미수다’ 비키 “한국아줌마, 다리 오므려주세요”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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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뉴스캐스트 제목은 더 가관입니다. 총 11개의 기사 중에 원제목과 똑같거나 글자수 줄인 정도유지된 기사는 4번과 5번 밖에 없습니다.
1번은 김주하 인터뷰 이상으로 왜곡됐고(원 기사는 강남 아파트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동상이몽이라는건데 뉴스캐스트는 파는 사람 입장에서 강남 콧대가 세졌다고만 표현), 2번은 강남족이라는 난데없는 용어 등장, 3번은 '화내며'란 용어 등장, 6번의 뉴스 캐스트 제목은 이게 대체 뭔 기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축약되어 버렸고 이 점에서 7번과 9번도 마찬가지입니다.
8번 기사 찍어보면 '곡괭이 꽂힌 아우디' 사진만 있을 뿐인데, "도대체 왜?"라고 낚시해버렸습니다. 10번은 억지로 늘여 쓰느라 없던 표현도 등장했고 11번은 선정적인 말만 딱 뽑아내 버렸으니.. 11개 중에서 9개가 제목이 바뀌었고 덕분에 82%의 변경율을 기록했습니다. 이건 뭐 인터넷 연애 매체스럽네요.
요컨대 조선일보는 12개 중 7개, 중앙일보는 11개 중 9개의 기사 제목이 '자의적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합하면 총 23개의 기사 중에서 16개의 기사인 70%는 제목이 왜곡(또는 리라이팅)되어 뉴스캐스트로 발행된 것입니다.
(사실 이는 조중동 스스로 종이신문에 나가는 제목과 포털에서 팔리는 기사 제목은 어느 정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편집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제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조중동은 포털에 발행되는 기사 제목을 원제목 그대로 사용할 것. 포털은 돈주고 산 기사 제목을 바꾸지 못하도록 재갈 물려놓고, 자신들은 뉴스캐스트 제목을 저렇게 질떨어지게 리라이팅해서야 되겠습니까. 스스로 지키는게 맞겠죠.
마침 심재철 의원이 발의한 신문법 개정안(2006)을 보면 '기사의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포털에서 선정적인 제목으로 바꿔 편집하거나 오보가 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 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법 조금 손봐서 중앙일보부터 적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둘째, 원제목을 그대로 사용하기 싫다면, 매체 특성상 종이신문과 포털의 제목을 다르게 편집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한다면 모든 매체가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리라이팅하되 문제가 벌어질 경우 중재 내지 제재 조치를 감수해야 함.
이렇게 되면 모든 매체(방송사,신문,인터넷매체,포털)는 자신들이 획득한 컨텐츠의 링크 제목을, 본래 뜻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리라이팅할 수 있겠지만 정말 신중하게 달아야 할 것입니다. 종이신문 보다는 포털로 발행된 기사 제목이 더 많이 읽히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리라이팅된 기사 제목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중재 내지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김주하씨에 대한 사과만으로 넘어가선 안되겠죠.
그렇지 않으면 언론사닷컴들의 아슬아슬한, 질 떨어지는 뉴스캐스트 기사 제목은 고쳐지지 않을테고, 네이버 뉴스캐스트 오픈 1주일도 안되어 터진 중앙일보의 김주하 인터뷰 왜곡 사태가 재탕, 삼탕될 것임은 뻔한 일입니다.
PS.
1. 조선일보는 사실 뉴스캐스트 제목이 '왜곡'됐다기 보다는 감각적으로 교체된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민망하군요. 중앙일보 제목 보고 실망해서 동아일보는 조사할 생각을 접었습니다.
2. 이 글에서 언급되어 있으나 설명되진 않은 명제가 '종이신문과 포털로 발행되는 기사 제목은 다를 수 밖에 없다'인데요, 이에 대한 설명은 <인터넷 콘텐츠 제목의 '75% 원칙'>서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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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5일 월요일
Hanrss 새 우수블로그 감사..새해 목표
크리스마스, 신정 등 연휴가 계속 되면서 이리저리 신경 쓸 일이 많아 포스팅을 좀 소홀히 했네요.
와중에 초하님 덕분에 HANRSS에서 선정한 2008년 신(新) 우수 블로그에 뽑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HANRSS와 구글 리더 구독자 수 합하면 대략 300분 정도 되시는 것 같은데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2009년에도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닉네임은 '트람', 블로그 이름은 ITAgorA인데요, IT 관련 모든 이야기를 할 시간도 안되고 그럴 여력과 능력도 부족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기꺼이 즐겨 일하는 웹기획(Web Plan, Web User Experience Design) 관련 포스팅에 앞으로 더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국내 웹사이트 분석, 개편 리뷰, 해외 트렌드 소개, 웹기획 원칙 등 포스팅을 우선시 하고, 웹 이슈, 네티즌 이슈도 짬짬히 병행해서 진행하겠습니다. 혹시 궁금한 것(신규 사이트, 트렌드, 웹기획 원칙)이 있거나 분석을 요하는 웹서비스가 있다면, 방명록에 남겨주시면 빠른 시일 내로 관련 포스팅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웹기획 관련 과거 관련 포스팅 -
(제가 웹기획을 바라보는 관점) 웹기획자 길을 걷게 된 이유
http://itagora.tistory.com/151
웹기획자란(1) - 네 가지 타입의 출신 분석
http://itagora.tistory.com/13
웹기획자란(2) - 웹기획을 위해 뭘 공부하면 좋을까
http://itagora.tistory.com/34
(현재 웹기획 관련 하고 있는 업무) '넥슨 별'을 준비하면서
http://itagora.tistory.com/150

웹기획도 결국 사람에 집중하고(User-centered), 사람을 엮어주는 일(Social Networking) - 이미지 출처:natewhitehill.com